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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잇] '강아지 주민등록증' 만들어주셨나요?

[인-잇] '강아지 주민등록증' 만들어주셨나요?

이학범 | 수의사. 수의학 전문 신문 『데일리벳』 창간

SBS 뉴스

작성 2019.06.25 11:05 수정 2019.07.04 14:2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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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인-잇] 강아지 주민등록증 만들어주셨나요?
고등학생 시절, 행정복지센터(당시에는 동사무소)에 가서 난생처음으로 주민등록증을 받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제야 어른이 된 것 같았고,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받는 느낌이 꽤 좋았다. 그런데, 강아지에게도 주민등록증이 있다. 정확히 말하면 주민등록증이 아니라 '동물등록증'이다.

물론 강아지는 내가 느꼈던 것과 같은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받는 듯한 느낌'까지는 받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사람 사는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반려견이라면 요즘 꼭 필요한 게 바로 이 동물등록증이다.

우리나라는 2014년 1월 1일부터 동물등록제를 전국적으로 시행했다. 3개월 이상의 반려견은 예외 없이 모두 동물 등록을 해야 한다. 동물 등록을 하지 않는 것은 불법행위다(동물보호법 위반). 반려견을 미등록하면 1차 적발부터 2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2차 적발 40만 원, 3차 이상 적발 60만 원). 하지만 현재 등록률은 30% 미만으로 추정된다.

도대체 반려견 보호자들은 왜 동물 등록을 하지 않는 것일까? 홍보 부족으로 동물등록제를 모르는 사람도 있겠지만, 알면서도 안 하는 경우도 꽤 많다. 한국펫사료협회가 지난해 266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를 보면, 동물등록제를 알고 있지만 등록하지 않은 보호자 중 가장 많은 36.8%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라고 응답했다.

필요성을 못 느낀다니 참으로 안타깝다. 동물등록제는 유기동물 발생을 줄이는 목적도 있지만, 사랑하는 반려동물을 잃어버렸을 때 다시 찾아주려는 목적이 더 크다. 실제 동물등록제가 처음 시행된 2014년 1월부터 6월까지 대전시 유기동물보호소에 유기동물로 입소 됐다가, 등록정보가 확인되어 주인에게 돌아간 동물이 101마리나 됐다. 단 6개월 동안 한 보호소에서만 무려 100마리 이상의 동물이 주인의 품으로 돌아간 것이다.

잃어버린 반려동물을 다시 찾은 주인들은 하나 같이 "동물 등록을 해놔서 참 다행이다."라고 얘기한다. 동물등록제의 필요성은 국내외에서 충분히 입증됐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유럽연합을 비롯해 미국, 호주, 일본, 대만 등 많은 국가에서 이미 동물등록제를 시행하고 있다.

같은 설문 조사에서 동물 등록을 꺼리는 이유로 두 번째로 많은 20.3%의 사람들은 "내장형 마이크로칩의 부작용이 우려돼서"라는 이유를 꼽았다. 하지만 내장형 칩에 부작용이 거의 없다는 건 수의학계에서 이미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사실이다.

영국에서 1996년부터 2009년까지 370만 건의 내장형 마이크로칩 시술 사례를 분석한 결과가 있는데, 체내 이동이나 부종 등 부작용이 보고된 사례는 391건(0.01%)에 그쳤다. 우리나라에서도 시범사업 기간에 시술된 18만 마리 중 보고된 부작용 사례는 14마리(0.01%)에 불과했다. 이런 확률을 고려할 때 부작용 때문에 동물 등록을 하지 않는 것은 득보다 실이 더 많은 선택임이 분명하다.
보정 완_인잇_강아지 (사진=픽사베이)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거나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것과 같은 개인적 이유가 있다 하더라도 이제 더는 동물등록을 미뤄선 안 된다. 정부가 나서 칼을 빼 들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오는 9월부터 대대적인 동물등록제 단속을 예고했다. 동물 등록을 하지 않은 반려견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은 물론, 정보 미변경 행위도 단속할 예정이라고 한다.

동물 등록을 한 뒤에 보호자의 주소나 연락처가 바뀐 경우, 소유주가 변경된 경우, 등록된 반려견을 잃어버린 경우, 등록 반려견이 사망한 경우에 '변경 신고'를 해야 하는데, 이걸 안 한 경우도 단속한다는 뜻이다. 사람이 전입신고, 사망신고를 해야 하는 것과 같다.

정부는 대대적인 단속에 앞서 7월~8월 두 달 동안 '동물등록 자진신고 기간'을 운영한다. 부디 이 기간에 동물등록 및 변경 신고를 하여, 불필요한 과태료를 내는 일이 없도록 하자. 동물등록은 가까운 동물병원(동물등록대행기관)에서 할 수 있고, 변경 신고는 동물보호관리시스템(www.animal.go.kr)에서 온라인으로 할 수 있다.

무엇보다 과태료를 떠나 동물등록은 보호자의 기본 의무사항이다. 아이를 낳아놓고 출생신고도 안 하고 주민등록증도 안 만들어 주는 부모는 부모로서 자격이 없지 않을까? 크게 다르지 않다. 진정으로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생각한다면 반려견에게 동물등록증을 만들어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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