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서는 아동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끔찍한 성 착취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어느 국회의원의 발언과 한 시민단체의 논평 중 일부다. 청소년 성매매의 심각성을 강조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큰 차이점이라면 뒤의 논평은 지난 6월 10일, 즉 2019년에 발표됐는데, 앞의 발언은 1999년 11월 23일, 당시 정세균 의원이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을 제안하며 했던 발언이라는 시점의 차이다. 20년 전 이미 심각한 사회문제로 거론됐던 청소년 성매매, 오늘날에도 "지속적 발생" 중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명백히 불법인 청소년 성매매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지난해 '2018 성매매 리포트' 보도에 이어 이번엔 '2019 청소년 성매매 리포트'를 준비했다. <마부작침>은 우선 청소년 성매매의 온상으로 지목되는 '랜덤채팅앱'의 채팅 자료를 수집했다. 2017년 판결문 통계를 근거로 청소년 성매수 피해자의 평균 연령으로 조사된 16세(만 15세) 여중생으로 자신을 소개하고 채팅앱에 들어가 1천여 명과 채팅했다. 자칫 선정적일 수 있는 소재지만 성매매 실태 파악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해 최대한 불필요한 선정성을 배제하면서 기사를 준비했다. 실제 대화 내용을 그대로 전달하기보다는, 데이터 분석을 거쳐 필요한 만큼만 노출했다. '16살 여중생'에게 접근해 온 1천여 명의 채팅 자료를 분석한 내용, 이제 공개한다.
● "미성년자도 괜찮다"는 자칭 학원강사... '빙산의 일각'이었나
저런 추악한 채팅 상대들. 드문 경우였을까, 아니면 '빙산의 일각'이었을까.
● 10명 중 6명, 성적인 목적으로 접근
그렇게 전체 채팅 내역을 분석해보니, 말을 걸어온 이들의 63.7%, 10명 중 6명은 성적인 목적으로 접근해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채팅앱 이용자 전체가 그렇다고 할 순 없으나 <마부작침>이 조사한 채팅에서는 분명히 그러했다. 세부 내역을 보면 가장 많은 건 성적인 목적의 채팅으로 31.9%, 그 다음은 성매수로 25.6%였다. 성적 목적의 만남은 6.2%였다.
성적 목적이 확인되지 않는 단순 대화는 30.3%, 단순 만남 요구는 5.7%였고 나머지인 기타 0.3%는 청소년 성매수의 피해자가 될 수 있으니 주의하라는 시민단체의 메시지였다.
● 5명 중 1명, '미성년자'라는데도 성매수 응하라고 권유
<마부작침>과 채팅앱에서 대화한 1,034명 중 노골적으로 성매수를 제안한 건 25.6%인 265명이었다. <마부작침>은 성매수 제안을 해온 이들에게 먼저 ① '16살 여중생/미성년자예요' 라고 답변했다. 그럼에도 재차 제안하는 경우엔 ②'안 하겠다'라고 답한 뒤 이후 반응을 살펴봤다. 또 성매수 제안한 이들이 대화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는 무엇이었는지 단계별로 집계했다.
이들에게 성매수 제안을 거절한다고 답하자 135명, 63.7%는 "돈을 더 주겠다", "수위를 낮춰서 하겠다"며 거듭 요구에 응하라고 유인했다.
●처음엔 '용돈', 다음엔 '필요'·'괜찮다'... 마지막엔 '생각'
채팅 초반부터 성매수를 제안한 265명이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는 '용돈'과 '가능'이었다.(용돈 30회, 가능 29회) '조건만남'을 뜻하는 것으로 보이는 'ㅈㄱ'과 '조건'을 합치면 다음으로 많았고(26회), 'ㅁㄴ'과 '만남'의 합계가 뒤를 이었다(23회). 성매수 대가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이는 여러 숫자도 눈에 띈다.
"미성년자", "16살 중학생"이라고 답변한 뒤 채팅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단어는 '필요'(31회), 그리고 '괜찮다'(30회), '상관없다'(24회)였다. '필요'는 필요할 때 보면 된다는 식으로 언급하면서 다수 등장했다. '학교'(21회), '경험'(17회), '학생'(10회), '교복'(8회) 등의 단어도 등장했는데 미성년자, 학생이라고 밝힌 뒤 채팅을 이어가면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성매수 제안을 거절한 다음 단계 채팅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단어는 '생각'이었다.(31회) "생각 바뀌면 말해 달라" "천천히 생각해보라" "잘 생각해보라" 등 성매수 제안에 응하라고 설득하는 말들이 다수였다. 자신에 대해 "나쁜 사람 아니다", "이상한 사람 아니다", "무서운 사람 아니다" 등 안심시키면서 역시 성매수 제안을 받아들이라고 설득할 때 사용한 '사람'이 다음으로 많이 사용됐다(21회). 성매수 대가를 뜻하는 숫자의 크기가 초기 채팅 때보다 커진 것도 눈에 띈다.
● 닷새 간 채팅에서 만난 1천여 명... 청소년 성매수 검거인원도 1천 명
<마부작침>이 닷새 동안 채팅한 상대는 1,034명이다. <2017 대검찰청 범죄분석>을 보면 2017년 한해 <청소년성보호법>에서 청소년 성매수 혐의로 검거된 사람 수가 1,081명이다. 이들 중 재판을 받아 성범죄자로 확정된 건 344명에 불과하다. 미성년자라고 밝혔는데도 성매수를 시도한 이들은 <마부작침>이 확인한 것만 닷새 동안 212명이나 됐다. 청소년 성매수로 처벌받은 성범죄자의 수가 '빙산의 일각'이라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김학휘 기자 (hwi@sbs.co.kr)
안혜민 기자·분석가 (hyeminan@sbs.co.kr)
조애리 개발자·디자이너 (dofl5576@gmail.com)
인턴: 박지영
▶ [마부작침] ② 청소년 성을 사는 그들은 누구인가?
▶ [마부작침] ③ 모두가 아는데도 방치되는 채팅앱
● 닷새 간 채팅에서 만난 1천여 명... 청소년 성매수 검거인원도 1천 명
<마부작침>이 닷새 동안 채팅한 상대는 1,034명이다. <2017 대검찰청 범죄분석>을 보면 2017년 한해 <청소년성보호법>에서 청소년 성매수 혐의로 검거된 사람 수가 1,081명이다. 이들 중 재판을 받아 성범죄자로 확정된 건 344명에 불과하다. 미성년자라고 밝혔는데도 성매수를 시도한 이들은 <마부작침>이 확인한 것만 닷새 동안 212명이나 됐다. 청소년 성매수로 처벌받은 성범죄자의 수가 '빙산의 일각'이라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김학휘 기자 (hwi@sbs.co.kr)
안혜민 기자·분석가 (hyeminan@sbs.co.kr)
조애리 개발자·디자이너 (dofl5576@gmail.com)
인턴: 박지영
▶ [마부작침] ② 청소년 성을 사는 그들은 누구인가?
▶ [마부작침] ③ 모두가 아는데도 방치되는 채팅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