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에도 홍콩 시위 이어져…재야 지도부, 향후 진로 '고심'

'범죄인 인도 법안'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들은 일요일인 지난 16일 주최 측 추산 200만 명이 참여한 대규모 시위에 이어 17일에도 도심에서 시위를 이어갔습니다.

홍콩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전날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은 새벽 1시 무렵 대부분 해산했지만, 일부 시민들은 홍콩 의회인 입법회 주변 도로에서 철야 시위를 했습니다.

아침 시민들의 출근길 편의를 위해 장소를 옮겨달라는 경찰의 요청에 이들은 입법회 인근 공원으로 자리를 옮겨 시위를 이어갔습니다.

지난 9일과 전날 시위를 주도한 재야단체 연합인 민간인권전선은 당초 이날 '3파', 즉 노동자 파업, 소상공인 휴업, 학생 동맹휴업을 계획했지만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의 송환법 보류 발표에 이를 철회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3파'를 벌이는 것은 지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나아가 홍콩 정부에 송환법 완전 철회, 캐리 람 행정장관 사퇴, 12일 시위에 대한 '폭동' 규정 철회, 12일 시위 과잉 진압 책임자 처벌, 체포된 시위 참여자 전원 석방 등 5대 요구안을 제시했습니다.

홍콩중문대, 홍콩과기대 등 8개 대학 학생회는 18일부터 동맹휴학을 벌이고 시위에 힘을 보태기로 했습니다.

이날 오후에는 2014년 민주화 시위 '우산 혁명'을 주도한 조슈아 웡이 구치소에서 출소한 뒤 입법회 인근 시위 현장을 찾아 큰 환호를 받았습니다.

조슈아 웡은 "캐리 람 행정장관의 퇴진과 송환법의 완전한 철폐, 12일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한 것의 철회 등을 요구한다"며 "정부가 이를 받아들일 때까지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저녁에는 고공 시위를 벌이다 추락사한 30대 남성을 추모하는 촛불집회가 입법회와 정부청사 건물이 있는 애드머럴티 지역 타마르 공원에서 열렸습니다.

시위 지도부인 민간인권전선은 향후 진로 등을 놓고 고심하는 모습입니다.

캐리 람 행정장관의 사과와 범죄인 인도 법안 보류라는 성과는 얻었지만, 람 장관의 퇴진과 송환법 완전 철폐라는 더 큰 성과를 얻기 위해 투쟁의 방향을 어떻게 설정할지에 대한 고민으로 보입니다.

민간인권전선은 이날 애드머럴티 지역에 부스를 설치하고 시민들이 향후 시위 방향에 대해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도록 했는데, 한 시민은 "향후 투쟁의 동력을 상실하지 않기 위해서는 한국에서 벌어진 대통령 퇴진 투쟁에서 배워야 한다"면서 "시민들의 생활에 타격을 주지 않기 위해 휴일에 집회를 열어 더 많은 시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