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하나투어① - "못 받은 돈 대신 받아드릴 수도 없고…"

최고운 기자 gowoon@sbs.co.kr

작성 2019.06.17 17:12 수정 2019.06.17 19:0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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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도 전봇대며 화장실에서 이런 문구가 적힌 광고 전단이 보이곤 합니다. "미수금 받아드립니다."

미수금(未收金). 말 그대로 받아야 하는데 받지 못한 돈이라는 뜻입니다. 미수금은 왜 생겼을까요. 모르긴 몰라도, 누군가 줘야 할 돈을 주지 않고 숨었거나, 도망쳤거나, 혹은 버티기 때문일 겁니다. 이런 채무자를 찾아 돈을 받아주는 업자, 즉 채권추심업자가 아마 저런 광고 전단을 붙였을 테지요.

저는 기자일 뿐 채권추심업자는 아닙니다. SBS는 언론사이지, XX신용정보 같은 곳이 아닙니다. 그런데 요 몇 달간 저는 돈을 못 받았다는 사람들과 만나고 통화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돈을 주지 않았다는 곳은 하나투어입니다.
하나투어 비리한때 '해외여행 자유화'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일반 국민도 자유롭게 해외여행을 다닐 수 있게 됐던 1980년대 후반의 일입니다. 느닷없이 빗장이 풀린 시장에서, 나라 밖이 낯설고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우리 국민을 상대로, 하나투어는 패키지여행 상품을 내세워 업계 1위로 도약했습니다. 2위와 현격한 차이가 나는 압도적인 1등입니다.

하나투어에 대한 취재는 이처럼 패키지여행이라는 다소 진부한 주제로 시작됐지만, 그 이면에는 복잡한 돈 문제가 얽혀 있습니다. 앞서 나왔던 '미수' 얘기를 지금부터 해보려 합니다.

하나투어를 통해 패키지여행을 가려고 하는 사람들은 하나투어 닷컴이나 대리점을 통해 예약을 진행합니다. 여행상품을 예약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아마 이럴 것입니다. '하나투어는 업계 1등이니까 뭔가 다르겠지.' '조금 비싸도, 돈값을 하겠지.' 어쩌면 좋을까요. 실제 여행 프로그램은 하나투어가 진행하는 게 아닌 것을.

하나투어는 도매상입니다. 전 세계 현지에 있는 여행사(업계 용어로 '랜드사')와 계약을 맺고 모은 손님들을 보냅니다. 물론 하나투어에서 인솔자가 가기도 하지만 랜드사들이 현지에서 숙박, 식사, 차량, 가이드, 입장료 등을 책임집니다. 사실상 여행 프로그램 진행을 도맡아 하는 격입니다.

이 대가로 현지 여행사들은 하나투어에서 돈을 받습니다. 그 돈이 바로 '지상비(Land fee)'입니다. 이 돈을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을 만큼 적절하게, 그리고 제때 주면 문제가 생길 리 없습니다. 바꿔 말하면 하나투어는 이 돈을 턱없이 적게, 그리고 제때 주지 않는다는 게 제보자 주장의 핵심입니다.

"(현지 여행사에) 숨이 끊어지지 않을 정도로만 (돈을) 주는 거예요. 정말 막 죽기 전까지만. 일단 이걸로 버텨봐, 이 정도. 양아치 짓이죠." - 제보자

실제 현지 여행사가 작성한 장부를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아래 사진은 홍콩 한 여행사의 장부 중 일부인데요, 홍콩 여행사와 하나투어의 소송 전은 다른 취재파일로 다룰 예정이므로 여기서는 장부만 언급하려 합니다. 일단 장부를 보면 왼쪽에 영어와 숫자의 조합에 눈에 띕니다. 이게 여행상품 코드인데 이걸 보면 지역과 여행 날짜, 패키지 여부, 이용한 항공사를 알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그중에 하나를 보겠습니다.
최고운 취파용CHP820150925CXE. 2015년 9월 25일, 케세이 퍼시픽 항공을 타고 들어왔던 패키지여행 팀 지상비는 1,480달러가 발생했습니다. 당시 환율을 적용하면 우리 돈 164만 2,800원이 됩니다. 그런데 하나투어가 현지 여행사에 최종 송금한 금액은 92만 2,800원으로 나와 있습니다. 72만 원은 어디로 갔을까요? 환율 탓에 생긴 차이일까요? 아닙니다. 송금은 송금일 당일의 환율로 하지만 하나투어 장부상에 기입하는 환율은 분기별로 환율을 정해놓고 있기 때문에 환율 차액이라는 설명은 애초부터 성립하지 않습니다. 답은 굵은 선 밖에 있는 숫자입니다. '미수' 즉, 현지 여행사가 못 받은 돈이 저 코드에서 72만 원 발생한 것입니다. 하나투어 입장에서 본다면 주지 않은 돈 즉 '미지급금'이 저만큼 생긴 것입니다.

미수 옆에는 '과수'라는 항목도 있습니다. 아주 간단히 설명하면 제때 안 준 돈을 다른 코드에 얹어서 주는 (업계 용어로는 '정산에 말아서 주는') 건데, 이 역시 정상적인 회계 처리가 아닙니다. 하나투어는 지상비를 제때 주지 않는 행위를 회사 차원에서 금지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당연히 미수와 과수는 공식적으로 나와서는 안 되는 존재겠죠. 실제로 하나투어에서 프린트를 하면 저 장부 중에 '굵은 선' 안쪽만 나온다고 합니다.

"프린트를 하면 이게 딱 나와요. 미수 과수 체크를 하고 프린트를 하면 (굵은 선 안에 부분이) 나오는 거죠. 상품 담당자들이 (파일을) 가지고 있어요. 프린트해서 재무 쪽으로 가져다 조면 담당자들이 송금을 하죠." - 제보자

"미수·과수로 딱 정리해야죠. 왜냐하면 우리가 받을 돈과 들어올 돈이 다르니까."
(질문) "공식 장부 외에 따로 관리하는 파일이 거기도 있는 거죠?"
"그렇죠, 있어야죠. 없으면 돈 못 받아요." - 현지 여행사 A


하나투어는 저 장부를 '공식'이라고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홍콩 여행사에 저 장부가 남아 있는 이유는 하나투어 담당자와 주고받아야 할 돈을 체크했기 때문입니다. 하나투어와 현지 여행사들이 함께 쓰는 메신저 기록에도 수시로 미수 과수 현황을 점검한 대화들이 남아 있습니다.

저게 홍콩 여행사 한 곳만의 이야길까요? 제보자는 거의 모든 지역에서 저런 식의 장부 맞추기가 벌어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시작이 언제인지, 액수가 얼마인지 추정이 어렵다고도 했습니다. 그 증거로 제보자는 하나투어 내부에서 작성된 파일을 건넸는데 동남아시아, 중국, 오세아니아 등 여러 지역에서 관리된 미수 과수 내역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다 그렇게 하고 있어요. (액수는) 추정이 거의 불가능해요. 전 담당자로부터 내려와서 자기가 받은 채무금액(현지 여행사에 줘야 할 돈)만 3억을 받은 사람도 있었어요." - 제보자

제보자 말과 파일만으로는 믿을 수가 없어서 현지 여행사들에 전화도 많이 걸었습니다. 하나투어로부터 지금도 여행객을 받고 있는 만큼 신원이 노출되는 걸 다들 겁냈고, 말 한마디 꺼내는 것조차 어려워하는 분위기였는데도 여러 여행사에서 하나투어가 안 준 돈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장사하다 보면 외상은 있을 수 있지, 영영 안 주는 것도 아니고 언젠가 갚으면 문제없는 것 아니냐.' 하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외상이란 건 정상적인 매출이 일어나고 줘야 할 돈을 미루는 것을 일컫는 말입니다. 장부상에 '정산 미지급금'이라는 계정으로 발생되고, 장부상 부채로 인식이 되다가 차후에 돈이 지급이 되면서 자산과 함께 상각됩니다. 그건 일반적인 영업활동에 들어가는 행위가 되는 거죠.
하나투어 비리'미수'와 '과수'가 나쁜 이유는 수익과 세금을 모두 건드리기 때문입니다. 아주 쉽게 '수익=매출-비용'이라는 식을 통해 살펴볼까요. 매출은 하나투어가 모객해서 번 돈입니다. 비용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현지 여행사에 지급할 돈도 그중 하나죠. 그런데 현지 여행사에게 줄 돈을 원래 줘야 할 금액보다 적게 주면 자연스럽게 수익이 올라갑니다. 하나투어는 상장사이기 때문에 수익이 느는 건 주주들에게 좋은 신호로 여겨질 수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돈을 더 얹어서 주는 경우 비용이 늘어나게 됩니다. 수익을 '0'원으로 만들 수도, 또는 적자로 만들 수도 있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레 수익에 대한 세금을 덜 내거나 회피할 수 있는 구조가 됩니다.

제보자는 장부 맞추기가 '실적' 압박에서 온다고 했습니다. 12월에 항상 이듬해 사업 계획을 짜는데 내년도 목표치는 올해 매출 성장 액의 몇%를 달성하겠다고 정한 후 이를 분기별로 쪼개는 방식이라는 겁니다. 물론, 분기별로 벌어야 하는 돈의 액수를 정할 수 있습니다. 기업에 목표가 없으면 그게 더 이상하죠. 하지만 이 목표치를 실제로 매출을 많이 일으켜서 달성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됩니다. 패키지여행이 감소 추세인 상황에서 매출을 계속 늘려나갈 뾰족한 방법은 없고 그게 결국 현지 여행사 팔목 비틀기로 이어진다는 설명입니다.

"(현지 여행사에) 야! 우리 이번 달 목표 달성해야 되니까 500만 원만 줄게. 500은 다음에 줄게 이래요. 그리고 그걸 안 주는 거예요." - 제보자

"담당자들이 그 자기네 매출을 맞춰야 돼요. 실적을 맞춰야 돼요 그러면 어떨 땐 과수가 되고 어떨 땐 미수가 되는 거죠. 근데 과수보다는 미수(현지 여행사가 못 받은 돈)가 훨씬 더 많고요. 그게 어느 선까지 어느 윗선까지 아는지는 모르겠지만. 저희가 나간 인보이스에 돈이 그대로 들어오는 게 아니에요." - 현지 여행사 B


하나투어는 두 차례에 걸친 공식 인터뷰에서 지상비를 비정상적으로 주는 행위, 즉 미수나 과수 운영을 금지하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2008년 유럽 현지 여행사에 지상비를 제때 주지 않아 큰 문제가 된 이후로 직원들을 중징계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했단 설명입니다. 이렇게 노력했는데 왜 현지 여행사에서는 아직도 못 받은 돈이 있다고 할까요? 전 세계에 370여 곳이나 되는 현지 여행사에게 하나투어가 주지 않고 있는 돈은 과연 얼마일까요? 하나투어 공식 입장처럼 '경영진 차원의 지시는 절대 아니고, 담당자들이 한 일'일까요?

이중장부 문제가 계속 불거지면서 하나투어는 현재 외부 회계 법인에 조사를 맡긴 상태입니다. 이곳은 하나투어가 원래 회계 감사를 받는 법인 외에 다른 곳인데요, 이를 위해 본사 컴퓨터를 넉 대 이상, 영남에서 두 대 정도를 수거해 갔다는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5월 10일에 시작한 조사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약 6주가 걸린다고 합니다. 하나투어는 발본색원한 후 징계까지 하겠다고 하지만, 얼마를 적발할 것인지 대략 금액을 맞춰놨고 해당 금액은 다음 달 영업이익 등에 반영하기로 이미 계산이 끝난 상태라는 소문도 있습니다. 물론, 결과가 나오면 저희가 현지 여행사들로부터 취재된 부분과 비교해봐야 할 일입니다.
원가이하의 패키지 여행상품, 하나투어기사가 나간 후 제보가 쏟아졌습니다. 여행사 직원이거나, 여행업에 종사하는 분들이 특히 전화를 많이 주셨는데 '이런 나쁜 관행은 하나투어만 있는 게 아니다, 1군 여행사는 물론이고 2군 여행사까지 퍼져 있다.'는 이야기가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왜 하나투어만 기사로 다뤘느냐고요? 내부 제보가 있었긴 하지만, 하나투어가 국내 여행업계 부동의 1위이자 상장사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하나투어의 대주주는 알려진 것처럼 국민연금이죠. 하나투어가 해외로 보내는 여행객 수가 압도적이기 때문에 다른 곳과 비중이 결코 같을 수 없습니다. 그게 1등의 숙명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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