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k] 현직검사 "미국 '1급 살인'처럼…계획 살인 '무기징역' 구형해야"

신정은 기자 silver@sbs.co.kr

작성 2019.06.16 11:47 수정 2019.06.16 11:5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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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혐의 피고인에 대한 검찰의 구형과 법원 선고형량이 범죄 중대성이나 국민 법감정을 감안할 때 지나치게 가볍다는 지적이 검찰 내부에서 제기됐습니다.

정부가 사형제 공식 폐지에 부정적 입장을 밝히고 전 남편을 살해한 고유정 씨 등 잔혹한 살인범죄자에게 사형을 내려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잇따르는 가운데 검찰이 구형기준 상향 등 구체적 조치에 나설지 주목됩니다.

16일 검찰에 따르면 수원지검 여주지청 원경희 검사는 최근 열린 강력범죄 전문검사 커뮤니티 세미나에서 '살인사건 구형기준의 문제점 및 개선방향'을 주제로 발표하며 "양형기준을 변경하고 구형기준을 강화해 죄질에 합당한 처벌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원 검사는 대법원 양형기준이 주관적 요소인 범행동기를 기준으로 살인범죄 유형을 분류해 판사에 따라 부당하게 형량이 차이 날 수 있고 제시된 형량 자체도 낮다고 지적했습니다. 검찰 역시 특정 유형의 살인범죄에는 사형을 구형하도록 했으나 대체로 검사의 재량이 폭넓게 규정돼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대법원 양형기준은 살인범죄를 범행동기에 따라 '참작', '보통', '비난' 동기 살인 등 세 가지로 나누고 여기에 '중대범죄 결합 살인'과 '극단적 인명경시 살인' 등 두 가지 유형을 보탰습니다. 극단적 인명경시 살인의 경우 기본적으로 23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을 선고합니다. 반면 범행동기에 참작할 만한 이유가 있고 감경요소가 추가되면 기준 형량이 최저 3년까지 내려가 집행유예도 가능합니다.

이에 따라 2017년 판결이 내려진 살인사건 208건 가운데 4건에 집행유예가 선고됐습니다. 전체의 9.6%에 해당하는 20건에 무기징역이 선고됐지만 사형은 없었습니다. 유기징역의 평균 형량은 14년9개월이었습니다.

원 검사는 "동기는 주관적 요소여서 명확하지 않고 실제로 대부분 범행이 '보통 동기'로 분류돼 양형기준이 범죄 유형 결정에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며 "사전 계획 유무를 기준으로 '우발적 살인', '계획적 살인' 등으로 범죄 유형을 수정하고 동기는 참작요소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외국은 범행을 사전에 계획했는지에 따라 살인범죄를 나누고 형량도 세분화한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은 사전계획을 세운 1급살인에 대해 여러 주에서 사형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사형제가 없는 독일도 비슷한 기준으로 살인죄를 모살(謀殺)과 고살(故殺)로 나누고 우발적으로 범행한 고살도 무기징역이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성범죄 등 국민 여론에 따라 양형기준이 점차 엄격해진 다른 범죄의 형량이 살인죄에 육박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강간치사·강제추행치사죄의 경우 2009∼2013년 사이 양형기준이 잇따라 개정되면서 최저 형량이 징역 6년에서 9년으로, 최고 형량은 징역 15년에서 무기징역으로 무거워졌습니다. 음주운전 사망사고는 '윤창호법' 시행에 따라 법정형이 1년 이상 징역형에서 3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형으로 크게 상향됐습니다.

원 검사는 "생명 침해를 의도한 계획적 범행에는 기본적으로 무기징역을 구형하고 그보다 죄질이 중한 중대범죄 결합 살인과 극단적 인명경시 살인에는 사형 구형을 기본으로 해 죄질에 상응하는 처벌을 구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