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송환법' 2003년 국가보안법 전철 밟나…"자연사할 것"

류희준 기자 yoohj@sbs.co.kr

작성 2019.06.16 14:32 수정 2019.07.02 11:0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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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정부가 100만 홍콩 시민의 분노를 불러일으킨 '범죄인 인도 법안'의 연기 방침을 밝혔지만, 결국에는 2003년 국가보안법의 전철을 밟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2003년 퉁치화 당시 홍콩 행정장관은 홍콩 헌법인 기본법 23조에 근거해 국가보안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홍콩 의회인 입법회를 친중파가 장악하고 있던 상황에서 퉁 전 장관은 국가보안법 제정을 자신했지만, 2003년 7월 1일 50만 명의 홍콩 시민이 도심으로 쏟아져나와 국가보안법 반대를 외치면서 사태는 급반전했습니다.

50만 시위에도 퉁 전 장관은 국가보안법 강행 의사를 밝혔지만, 홍콩 재야단체 연합인 '민간인권전선'이 7월 9일 입법회를 포위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이겠다고 위협하자 결국 '백기'를 들고 말았습니다.

퉁 전 장관은 예고된 입법회 포위 시위가 벌어지기 직전인 7월 7일 성명을 내고 대중의 의견을 들어 법안을 재검토하겠다며 국가보안법 2차 심의를 연기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9월 5일에는 국가보안법 초안 자체를 철회했습니다.

이후 국가보안법을 제정하라는 중국 중앙정부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홍콩 정부는 아직도 국가보안법을 제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캐리 람 행정장관이 밀어붙인 송환법도 지금까지 상황을 봐서는 비슷한 전철을 밟고 있습니다.

지난해 타이완에서 임신한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홍콩으로 도망친 살인범의 인도를 위해 범죄인 인도 법안이 필요하다며 홍콩 정부는 지난 2월 법안을 발의했지만, 이후 야당과 시민단체는 격렬하게 반대했습니다.

범죄인 인도 법안은 중국을 포함해 타이완과 마카오 등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사안별로 범죄인들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범민주 진영은 중국 정부가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데 이 법을 악용할 수 있다면서 강력하게 반대했습니다.

급기야 지난 9일에는 주최 측 추산 103만 명의 홍콩 시민이 역대 최대 규모의 반대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어 12일에는 입법회를 둘러싸고 수만 명이 법안 2차 심의 저지 시위를 벌였고, 이 과정에서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수십 명이 다쳤습니다.

홍콩 정부는 12일 이후에도 송환법 추진 의사를 굽히지 않았지만, 경찰의 강경 진압 등에 대한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면서 결국 캐리 람 장관이 어제 법안 추진을 연기하고, 시민의 의견을 경청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캐리 람 장관은 '법안 철회'는 아니라고 강변했지만, 홍콩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소멸'의 길을 걷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옵니다.

현 입법회 의원의 임기가 내년 7월 끝나기 때문에 이 기간 내에 법안이 재추진되지 않으면 법안은 자연스럽게 소멸합니다.

전 홍콩 입법회 의장 앤드루 웡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정부가 입법회 의원 임기인 내년 7월까지 법안 2차 심의를 재개하지 않는다면 법안은 '자연사'의 운명을 맞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