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히든 피겨스', NASA 앞 거리 이름이 됐다

이창재 기자 cjlee@sbs.co.kr

작성 2019.06.15 08:48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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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히든 피겨스, NASA 앞 거리 이름이 됐다
미국항공우주국 나사(NASA)가 현지시간 12일 미국 워싱턴DC의 나사 본부 앞 거리인 'E 스트리트 SW 300'의 이름을 '히든 피겨스 웨이'로 바꾸는 기념식을 열었습니다. 짐 브라이든스틴 나사 국장과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 미국 머큐리 프로젝트에 참여한 흑인 여성 과학자의 활약을 그린 논픽션 《히든 피겨스》를 쓴 마고 리 셰털리 작가가 참석했습니다.

히든 피겨스(Hidden Figures)는 백인 남성이 주도하던 1960년대 미국 최초의 유인 우주 비행 탐사 머큐리 계획의 숨은 영웅인 캐서린 존슨, 도로시 본, 매리 잭슨 등 3명의 흑인 여성 등의 일대기를 다룬 작가 셰털리의 책 이름이자 이를 원작으로 2017년 개봉한 영화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영화는 천재 수학자로 '인간 컴퓨터'로 일하며 우주선 궤도 계산을 맡은 캐서린 존슨과 나사 내 유일한 IBM 프로그래머였던 도로시 본, 흑인 여성 최초 나사 엔지니어인 매리 잭슨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캐서린 존슨(왼쪽), 도로시 본(가운데), 매리 잭슨(오른쪽)캐서린 존슨(1918년~)은 웨스트버지니아 주립 대학교를 나온 미국 수학자로 나사 재직 중 유인 우주비행선을 위한 궤도 역학 계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나사에서 33년간 근무(1953-1986)하면서 그녀는 복잡한 수학적 계산 작업으로 공로를 인정받았습니다. 그녀가 참여한 연구는 미국인 최초의 우주비행사인 앨런 셰퍼드와 미국 최초로 우주 궤도를 돈 우주인 존 글렌의 우주선 궤도 프로젝트가 있었습니다. 또 아폴로 달 착륙선과 우주선 랑데부 경로를 포함한 머큐리 프로젝트에 참여했습니다.

그녀는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의 시작에 기여했고 화성 탐사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2015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캐서린 존슨에게 대통령 자유 훈장을 수여했고, 나사는 2017년 9월 미국 버지니아주 랭리연구센터에서 캐서린 존슨 계산연구소 개소식을 열었습니다. 캐서린 존슨은 이번 기념식에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101세의 나이로 아직 살아있습니다.

도로시 본(1910년~2008년)은 흑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팀 관리자로 승진하지 못했다는 영화와는 달리 1949년 컴퓨터 팀의 관리자가 됩니다. 포트란을 독학해 IBM 7090을 마스터하고, 흑인 여성 전산팀을 IBM 컴퓨팅 랩으로 이끌어 IBM의 실용화를 이뤄냈습니다. 28년간 나사에 근무하면서 능력을 인정받아 IBM 컴퓨팅 랩의 주임이 됩니다. 이는 나사 최초로 흑인이 주임이 된 사례입니다.

매리 잭슨(1921~2005)은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나사에 입사합니다. 사실 엔지니어 일에 재능이 있었으나, 흑인 여성인데다 백인 전용 고등학교에서만 딸 수 있는 학위가 없었기 때문에 엔지니어를 포기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나사 엔지니어 육성과정을 이수해 미국 최초의 흑인 여성 항공 엔지니어가 됩니다. 이후 1979년, 나사 여성 훈련 담당관이 됩니다.
히든 피겨스 작가 마고 리 셰털리원작자 마고 리 셰털리의 아버지는 나사 랭글리 연구소의 연구원이었습니다. 그녀의 아버지는 캐서린 존슨을 비롯한 영화 속 주인공들과 실제 나사에서 함께 일했다고 합니다. 또한 원작을 각색한 작가 앨리슨 슈뢰더는 미 우주로켓기지 있는 케이프 커내버럴에서 자랐으며 그녀의 조부모는 모두 나사에서 근무했습니다. 또한 그녀도 나사에서 인턴으로 근무한 이력이 있다고 합니다.

이런 덕분에 감동적인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었고 영화가 크게 흥행한 뒤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위원 등은 지난해 8월 나사 본부 앞 거리를 '히든 피겨스 웨이'로 지정하는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이후 법안이 통과되면서 거리의 이름을 바꾸게 됐습니다.

(사진=나사 홈페이지 캡처, 나사 유튜브 영상 캡처, 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