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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면 먹통 되는 지하차도 '배수펌프', 왜 그런지 보니…

<앵커>

이제 얼마 뒤면 여름 집중호우 철이 시작됩니다. 매년 크고 작은 비 피해가 발생하는데, 항상 반복되는 것이 이런 지하차도 침수 사고입니다. 보통의 지하차도에서는 자연적으로 물이 빠지지 않아서 빗물을 밖으로 빼내는 배수펌프가 가동되는데, 이게 자꾸 멈춰 서는 것입니다. 저희 취재진이 확인해보니 관련 전기 시설이 물이 차오르는 지하에 있는 경우가 상당수였고, 아예 설치 규정부터 문제였던 것이 드러났습니다.

거침없이 간다, 장훈경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2014년 여름, 폭우로 침수된 지하차도에 승용차가 갇혔습니다.

차 안에 있던 할머니와 10대 손녀는 빠져나오지 못하고 끝내 숨졌습니다.

재작년에는 인천 북항터널도 폭우에 전기 설비 전체가 정전돼 일주일 동안 차량 운행이 통제됐습니다.

모두 지하차도 배전반에 빗물이 들어차 전원 공급이 끊겨 생긴 사고입니다.

지하차도에 내린 비는 이곳 지하 공간에 모아졌다가 배수펌프를 통해 밖으로 배출되는데, 문제는 이 배수펌프에 전력을 공급하는 배전반이 이렇게 지하에 설치된 경우에 생깁니다.

SBS가 17개 광역지자체 자료를 취합해 보니 배전반이 지하에 설치된 경우가 전국 573개 지하차도 가운데 41%에 달했습니다.

배전반 위치가 예상 침수 높이와 같거나 낮게 설치된 곳도 58곳에 달했습니다.

물이 들어차더라도 펌프가 가동되지 않아 배수가 안 될 가능성이 큰 겁니다.

대구시의 경우 지하 배전반의 설치 높이는 물론 문제점을 인식조차 못 하고 있습니다.

[대구시 관계자 : (예상 침수 높이도) 데이터로 갖고 있지는 않은 것 같은데요. 그게 왜 필요한지 제가 사실 이해가 좀 안 돼서….]

배전반이 잘못 설치된 데는 잘못된 지침 영향이 큽니다.

침수 위험은 고려하지도 않은 채 배전반 지하에 설치할 때는 그저 바닥보다 높게 시공하라고만 규정한 것입니다.

[조원철/연세대 토목공학과 명예교수 : 전기가 물에 잠기면 어떻게 됩니까. 누전이 돼버리잖아요. 이건 상식 밖의 일입니다. (배전반 설치) 규정은 지상, 혹은 물이 찰 수 있는 곳보다 위쪽에.]

일부 지자체는 뒤늦게 배전반을 지상으로 옮기기 시작했는데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갑니다.

부산시는 14개 지하차도 배전반을 지상으로 옮기는 데 41억 원을 썼습니다.

[부산시 관계자 : 감당할 수 없는 강수량이 쏟아지는 경우도 있지 않습니까. 아무래도 지상에 있는 게 훨씬 안전하죠.]

[김철민/더불어민주당 의원 : 관리 지침을 잘 마련했으면 이런 예산 낭비는 나타나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국토부는 지하에 배전반을 설치할 경우 차수벽 같은 보호시설을 설치하게 하는 등 지침을 변경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전경배, 영상편집 : 전민규, VJ : 한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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