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30일 국내에 개봉한 '기생충'은 13일 연속 일일 박스오피스 정상을 달리며 전국 737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역대 5월 개봉작 중 최고의 흥행 성적이다.
유럽의 전통적 영화 강국인 프랑스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 6월 5일 파리를 필두로 프랑스 전역에 개봉한 '기생충'은 5일간 전국 25만 9,737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같은 날 개봉한 '엑스맨: 다크 피닉스'(49만 8천 명)의 뒤를 이은 2위다.

'기생충'의 개봉 주 오프닝 스코어는 지금까지 프랑스에서 개봉한 한국 영화 중 가장 높다. 종전 최고 기록이었던 봉준호 감독의 전작 '설국열차'(23만 5,371명)도 가볍게 뛰어넘었다.
투자배급사 CJ ENM 측은 "'엑스맨: 다크 피닉스'는 597개 관에서 상영됐고, '기생충'은 179개 관에서 상영됐다"며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기생충'은 이번 주 중 300여 개관 이상으로 확대 상영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경범 CJ ENM 해외사업부장은 "'기생충'은 프랑스에서 흥행에 성공한 기존 한국 영화들 대비 첫 주 관객 수가 4~5배에 이르는 기록적인 성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지 매체들과 관객들의 호평도 잇따르고 있어, 역대 한국 영화 중 프랑스에서 가장 흥행한 '설국열차' 이상의 최종 결과(68만 명)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전망했다.

오페라 가르니에 인근에 위치한 고몽 오페라(Gaumomt opera), 몽파르나스에 위치한 고몽 파르나스(Gaumont Parnasse), 에펠탑 근처에 위치한 쇼핑몰 파테 보그르넬(Pathé Beaugrenelle) 극장은 '기생충'의 포스터를 최상단에 전시하며 영화를 알렸다. 개봉 주 상영관은 대체로 만석에 가까운 예매 열기를 자랑했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영화제이자 세계 3대 영화제인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이라는 프리미엄도 적잖은 홍보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개봉 전주 특별 시사회를 열어 파리 관객과 미리 만나기도 했다. 이때부터 시작된 입소문이 문화 다양성에 대한 이해가 남다른 프랑스 관객의 관심을 높이는데 일조했다.

관람을 마친 프랑스 관객들은 봉준호 감독이 블랙 유머를 통해 빈부 격차는 물론 인간에 대한 예의 등을 표현해낸 강렬한 주제 의식에 감탄하는 분위기였다.
몇몇 장면을 언급하며 인상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파리의 한 대학에서 인문학을 전공하고 있다는 20대의 학생 기욤은 "판자를 타고 홍수가 난 동네를 떠나는 기택네 가족을 보며 유럽으로 모여드는 보트 피플(선박을 이용하여 해로로 탈출하는 난민)이 떠오르기도 했다"면서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냐?"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스페인 빌바오에서 살고 있는 40대 사업가 에두아르도는 "유럽에는 잘 없는 반지하 주택이라는 공간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빈번하게 등장하는 계단 장면이 두 가족의 사회적 지위, 부의 수준에 따른 어떤 은유 같았다. 감독에게 그것에 관해 묻고 싶다"라고 감상을 전했다.

지난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의 자국 내 매출액은 약 43억 엔(469억 원)이었다. 한국 개봉 3주 차에 접어든 '기생충'의 매출액은 631억(영진위 기준)을 돌파했다.
두 영화는 그간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바 있는 유럽의 예술 영화와는 다른 칸 특수를 자국에서 톡톡히 누렸고, 누리고 있다.
특히 상업성과 예술성에 있어 남다른 균형 감각을 자랑하며 웰메이드 영화를 만들어온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으로 기록적인 흥행 행진을 펼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괴물'에 이어 또 한 번의 천만 관객 돌파도 기대해볼 만하다.

봉준호 감독은 오는 10월 '기생충'으로 또 한 번 프랑스를 찾게 됐다. 칸영화제 집행위원장인 티에리 프레모가 주최하는 프랑스 뤼미에르 필름 페스티벌(뤼미에르 페스티벌)에 초청받았다.
미국의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 영국의 켄 로치 감독과 함께 마스터클래스로 이번 영화제에 함께 할 예정이다.
(SBS funE 김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