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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잇] 내가 '낯선 대학'이란 대안모임을 시작한 이유

박종환 | CJENM 뮤지컬 홍보 담당자. 걷기 모임 <같이 걸을까> 운영 중

[인-잇] 내가 '낯선 대학'이란 대안모임을 시작한 이유
● 당신도 '운의 바람'에 몸을 맡겨보실래요?

스탠포드 공대 교수 티나 셀릭(Tina Seelig)은 TED 강연(The little risks you can take to increase your luck)에서 겉보기에 우연히 생겨난 성공이나 실패로 정의되는 '운'(Luck)을 '계속해서 부는 바람'과 닮아 있다고 말했다. 우연 같아 보이지만 '운'은 벼락같거나 고립되어 극적으로 일어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때로는 잔잔하고 또 세차며 어떨 때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불어오는 이 '운의 바람'을 잡기 위해서는 안전지대에서 나와 약간의 위험을 감수하는 '돛'을 달아야 한다고 했다.

특히 내 마음을 강타한 것은 "우리는 나이 듦에 따라 약간의 위험을 감수하는 것을 거의 하지 않는다. 우리가 누구인가에 대한 느낌을 걸어 잠그고 그걸 넓히려고 하지 않는다."는 티나 셀릭의 말이었다. 내가 낯선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바로 그 돛을 다는 행위와 같다. 그리고 3년 전 '낯선 대학'을 시작한 이유 역시 내가 누구인지 알고 나를 넓히고 싶었기 때문이다.

'낯선 대학'은 나를 포함한 7인이 모여 만든 1년 교육 과정의 대안모임이다. 최초의 7인은 10년 넘게 사회생활을 하며 각자의 영역에서 어느 정도 전문성을 가진 직장인들로, 겉보기엔 '안전지대'에 접어든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그 '안전지대'에는 확장의 한계와 방향성의 혼동이 난무한다. 그래서 7인은 각자 7명의 다양한 분야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입학 연령은 33세부터 45세까지. '안전지대'를 공감하고 함께 돛을 달 수 있는 사람들이어야 했다. IT, 문화, 건축, 예술, 스타트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개발자, 기자, 작가, 마케터, 사업가, 건축가, 예술가 등이 모였다. 더 이상 '안전지대'가 북적이는 것도 싫고 그렇다고 외로운 것도 싫은 50명의 이 낯선 이들에게 '느슨한 연대, 낯선 커뮤니티'라는 콘셉트를 부여했다. 우리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 매주 월요일 각자의 이야기를 내놓으며 서로의 '안전지대'를 알아갔다.

'낯선 대학'에 들어온 이유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한 분야에서만 일해 온 A씨는 "우물 안 개구리 같은 느낌… 내가 부족한 점은 뭐가 있을지, 내가 모르는 세상은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해서."라고 말했다. 40대 싱글인 B씨는 "맨날 같은 일 하고 비슷한 사람들만 만나고, 그런 거에서 벗어나고픈 마음이 있어. 너무 한곳만 보고 사는 내가 좀 답답하기도 하고. 새로운 관계들에서 에너지를 좀 받을 수 있을까 싶기도 했고, 긴장과 설렘도 (좋은 의미에서) 있길 바랐지." 라며 일의 영역을 넘어선 인생의 고민을 드러내기도 했다. 모두의 이야기를 들어보지는 못했지만 그들이 공통적으로 입을 모으는 이유는 있었다.

● 내가 모르는 세상에 대한 갈급

그들은 기꺼이 뛰어들기로 작정한 것이다.

물론 약간의 위험은 늘 도사리고 있었다. 매주 월요일 저녁 시간을 할애해야 했고, 낯선 이들에게 나의 이야기를 들려줘야 했다. 누군가는 지적인 위험을 감수하며 다른 분야를 탐색했고, 누군가는 감성적 위험을 감수하며 낯선 사람들과 대화를 시도했다. 점차 우리는 경제적 위험, 정치적 위험 등 각자가 직면한 다양한 위험의 지표 속에서 천천히 그리고 즐겁게 '운의 바람'에 몸을 맡겼다.

2019년 '낯선 대학 4기'에 이른 지금, 결과는 놀라웠다. 사람들은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각자의 '안전지대' 밖으로 발을 내디뎠고. 놀랍도록 큰 위험을 감수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홍보 회사 부사장은 인생의 비전을 고민하다가 '낯선 대학' 동기로 만난 시인의 시 제목을 따 완전히 새로운 영역인 비스트로를 창업했다. 최초의 7인 중 한 명은 '낯선 대학' 운영의 묘미를 자신의 회사 업무로 접목시켰고, 어떤 기획자는 동기들이 대거 참여하는 행사를 기획하기에 이르렀다. 일밖에 모르던 40대 개발자는 삶의 쉼표와 사람의 향기를 느끼는 행복을 찾았노라고 고백했다.

생각보다 네트워크는 단단했고, 200여 명에 이르는 사람들은 '느슨한 연대, 낯선 커뮤니티'의 외투를 입고 각자의 영역을 넘어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인생의 무게를 뜨거운 마음으로 함께 짊어지고 있다.

티나 셀릭 교수는 '운의 바람'을 타는 나머지 2가지 방법으로 감사를 표현하는 것과 가능성의 렌즈로 아이디어를 들여다보는 것을 제안한다. '낯선 대학'에서 그저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기만 해도 자극과 영감을 얻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 그리고 완전히 다른 영역을 들여다보고 나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긍정적인 시선들은 '운의 바람'을 잡는 더욱 큰 닻을 내려주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은 '낯선 대학'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다. 당장 오늘 스치듯 만난 그 사람, 내일 그리고 앞으로 만날 낯선 사람들 모두가 '운의 바람'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낯선 당신에게 인사를 건넨다.

#인-잇 #인잇 #박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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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잇 사람과 생각을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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