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판다] "재주는 내가, 돈은 하나투어가"…20년 경력 버리고 떠났다 (풀영상)

탐사보도팀 기자 panda@sbs.co.kr

작성 2019.06.11 21:38 수정 2019.06.12 14:14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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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까지 판다①] 하나투어, 손님 볼모로 "미수금 없다는 문서 만들어라"

<앵커>

SBS 탐사보도 끝까지 판다팀은 관광객들은 모르고 있는 패키지 관광의 실체를 어제(10일) 이 시간에 전해 드렸습니다. 국내 여행업계 1위 하나투어가 패키지 관광 상품 팔아서 사람들을 외국에 보내놓고는, 정작 현지 여행사에는 줘야 할 돈을 주지 않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외국에 가 있는 관광객들에게 들어가야 할 돈 일부가 하나투어 본사로 들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내용 이어서 오늘은 하나투어가 이렇게 현지 여행사에 주지 않은 돈을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지, 또 다른 갑질 의혹은 없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대형 여행사가 만든 패키지 관광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연속 보도, 먼저 김지성 기자입니다.

<기자>

한 해 200만 명 이상 한국인 여행객이 찾는 유럽.

유럽에서 10년 넘게 하나투어 여행객을 받아온 여행사 사장 김 모 씨를 현지에서 만났습니다.

여행사 사장은 취재진에게 서류 한 장을 꺼내 보여줬습니다.

지난 2009년 영국 런던에 있는 하나투어 유럽법인과 체결한 합의서입니다.

김 씨 회사가 5년간 하나투어 본사와 거래하면서 생긴 미지급금 가운데 12만 유로, 우리 돈 1억 6천만 원을 하나투어 유럽 법인이 김 씨 회사에 지급한다는 내용입니다.

눈에 띄는 것은 '총 금액 중 일부를 탕감한다'는 문구입니다. 탕감 액수를 물어봤습니다.

[김○○/유럽 현지 여행사 대표 : 이 각서 쓸 때 내가 약 38만 유로인가 45만 유로인가, 다 탕감하고 내가 이 액수 받기로 하고 사인한 거예요.]

받아야 할 돈의 3분의 1만 받고 나머지는 없는 것으로 합의한 것입니다.

[김○○/유럽 현지 여행사 대표 : (그래도 어떻게 3, 4억 원을, 적은 돈도 아닌데 포기하신 거예요?) 일을 하려니까 (이거라도 받으려고?) 이걸 받고 내가 일을 해야 되니까. 제가 그 다음에 몇 년을 더 했잖아요.]

하나투어로부터 손님을 계속 받으려면 서명하는 것 외에는 달리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하나투어에 확인해봤습니다.

[정기윤/하나투어 홍보실장 : (2009년 4월에 하나투어 런던지사가 유럽의 한 여행사랑 미지급금에 관해서 합의서 작성한 사실 알고 계세요?) 아니오. (12만 유로만 받고 끝내기로 했다고 하더라고요.) 어떤 내용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취재가 더 진행되자 하나투어도 사실이라고 시인했습니다.

하나투어가 미지급금을 털어 없애는 다른 방법도 있습니다.

아시아 지역의 한 현지 여행사 대표는 하나투어 담당자가 '미수금이 없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만들어 보내 달라는 요구까지 했다고 말했습니다.

받을 돈이 있는데도 받을 돈이 하나도 없다는 내용의 허위 문서를 요구한 것입니다.

확인서를 보내지 않으면 앞으로 손님을 보내지 않겠다는 말에 이 사장은 할 수 없이 확인서를 만들어 보냈다고 털어놨습니다.

실제로 이 확인서 작성 뒤에 미수금은 없는 것이 됐습니다.

역시 손님이라는 무기가 동원됐습니다.

SBS 취재로 미지급금 문제가 불거지자 하나투어는 각 지역 담당자들에게 미지급금을 보고하도록 내부 지침을 내린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하나투어 측은 미지급금은 본사 차원에서 금지하고 있는데, 일부 실무자들이 실적 관리를 위해 부적절하게 처리했다는 입장입니다.

[정기윤/하나투어 홍보실장 : 여행업계가 워낙 성수기 비수기 요금 변동이 많다 보니까 지금 것을 다음에 줄게 이런 것들을 약간 악용해서 미수를 만들고… 본부장까지도 징계를 하는 거죠, 관리 책임을 물어서.]

하나투어는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혔지만, 하나투어 직원들 사이에서는 실무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려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조창현, 영상편집 : 김종태, VJ : 김준호, CG : 이준호, 구성 : 탁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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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가이하의 패키지 여행상품, 하나투어▶ [끝까지 판다②] 패키지 상품, 시작부터 적자→고객은 '억지로 쇼핑'

<앵커>

이렇게 현지 여행사에 당연히 줘야 할 돈 주지 않은 것 말고 문제는 또 있었습니다. 하나투어가 그나마 줬던 돈도 다시 뜯어가고 있다는 겁니다. 한 현지 여행사 대표가 회계 장부까지 공개하면서 저희 취재진에 어렵게 털어놓은 이야기인데 패키지 관광 가보면 갑자기 없던 일정 생기고 원치 않는 쇼핑을 해야 하는 이유가 다 있었습니다.

계속해서 최고운 기자입니다.

<기자>

하나투어에서 10년을 근무한 52살 이 모 씨. 지난 2010년 태국 방콕에 직접 현지 여행사를 차렸습니다.

하나투어로부터 여행객을 받아왔는데 모든 패키지여행 상품은 시작부터 적자였습니다.

이른바 '마이너스 투어'입니다.

현지 숙박비와 식사비, 교통비가 원가도 안 되는 금액으로 책정됐다고 이 씨는 말했습니다.

[이 모 씨/방콕에서 현지 여행사 운영 : 본사에서 들어오는 건 정말 감당 못 할 정도의 적은 금액이 들어오거든요. 남는 행사비를 주는 적은 없으니까.]

이 씨는 평소 꼼꼼하게 작성한 회계 장부를 취재진에 공개했습니다.

지난 5년 6개월 치를 따져봤더니 한 달 평균 664만 밧. 우리 돈으로 매달 2억 5천만 원 정도 손해를 봤습니다.

[이 모 씨/방콕에서 현지 여행사 운영 : 손해를 보고 시작하는 거예요. 손님을 맞으면 '지상비'가 그만큼 안 들어온다는 거지.]

엄청난 장부상의 적자를 어떻게 메웠을까.

답도 장부에 나와 있습니다. 적자를 메우기 위해 쇼핑과 선택 관광에 매달린 겁니다.

이씨는 하나투어가 반강제적으로 돈을 걷어간 사례도 보여줬습니다.

[홈쇼핑 방송 中 : 좀 더 특별한 가격과 혜택으로 기적처럼 찾아옵니다.]

하나투어가 홈쇼핑에 여행상품을 광고할 때 일부는 항상 현지 여행사들의 몫.

각종 예능프로그램에 하나투어가 협찬하는 비용 일부도 현지 여행사가 떠안아야 했습니다.

[이 모 씨/방콕에서 현지 여행사 운영 : 무한도전 팀이 한 번 와서. 그 행사를 하는데 1억 4천만 원인가 행사비가 들어갔다고 하더라고요.]

하나투어는 방송 제작 협찬과 홈쇼핑 모두 현지 여행사와 협의를 거쳤다고 주장하지만,

[정기윤/하나투어 홍보실장 : 저희가 무조건 '홈쇼핑해라' 하는 건 아니거든요. 현지에서도 필요성 공감했을 때 같이 하는 거죠. 그걸 통해서 그 지역이 알려지고 더 많은 사람이 찾는다는 이런 것들을 기대하는 거거든요.]

이 씨의 말은 달랐습니다. 식사 자리에서 불쑥 분담금을 요구했다는 겁니다.

[이 모 씨/방콕에서 현지 여행사 운영 : '비용이 이만큼 들어갔으니까 현지 여행사별로 구분해서 분담시키겠습니다' 그러는 거예요, 술자리에서. 내가 이때까지 소주를 마시면서 그렇게 쓴 소주는 처음 먹어봤어요.]

못 하겠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그냥 삼켰다고 말했습니다.

[이 모 씨/방콕에서 현지 여행사 운영 : 홈쇼핑은 현지 협력사들이 다 꺼려요. (하나투어가) 미리 얘기는 해요. '하기 싫으신 분 이야기 하세요' 싫다 하잖아요? 팀(여행객)이 다 빠져버려요.]

1년에 한 번 열리는 하나투어 여행박람회도 부스 하나당 몇백만 원씩을 부담하고 참가해야 합니다.

박람회를 할 때마다 술 가져와라, 기념품 가져와라 협찬 항목은 끝이 없었고 5년 동안 5억 넘게 협찬을 한 후에야 돈을 벌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 모 씨/방콕에서 현지 여행사 운영 : 나는 벌었다고 했는데 장부 열어보면 돈이 없어요.]

타국 땅에서 열심히 일해도 소용없다는 사실에 이 씨는 결국 20년 열정을 바쳤던 여행업계를 떠났습니다.

[이 모 씨/방콕에서 현지 여행사 운영 : 내가 꼭 서커스단의 곰인 것 같다. 재주는 내가 부리는데 돈은 다 저쪽에서 가져가는 거 아니냐. 이제 이게 바뀌어야지 않을까 싶어요.]

(영상취재 : 조창현, 영상편집 : 김선탁, 화면사용 : 하나투어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