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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교착된 비핵화…文, '오슬로 선언'서 어떤 메시지 낼까

노벨평화상 무대에서 비핵화 동력 되살릴까…새 대북 메시지 '주목'

[취재파일] 교착된 비핵화…文, '오슬로 선언'서 어떤 메시지 낼까
문재인 대통령이 내일(9일)부터 6박 8일간 북유럽 순방길에 오릅니다. 핀란드와 노르웨이, 스웨덴 순입니다. 복지·평등·중립·평화·노벨상 등 북유럽을 수식하는 수많은 표현에 맞춰 청와대는 '혁신·평화·포용'을 순방 키워드로 결정했습니다.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다양한 행사도 준비됐습니다. 그 중 유독 눈에 띄는 일정이 있습니다. 노르웨이의 오슬로대학에서 열리는 오슬로 포럼의 기조연설입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포럼 기조연설을 통해 북유럽 국가들에게 한반도 프로세스를 지지해준 것에 사의를 표하고,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정착을 향한 우리의 여정을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노르웨이 외교부와 '인도주의 대화를 위한 센터'가 매년 공동 주최하는 오슬로 포럼에선, 주로 평화 정착과 국제분쟁 중재에 대한 논의가 이뤄집니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과 코피아난 전 UN 사무총장 등 노벨평화상 수상자들이 연설대에 올랐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먼저 오버랩되는 건 당선 직후인 2017년 7월, 독일 베를린에서 내놓은 '베를린 구상'입니다. 당시 문 대통령은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 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토대로 한 한반도 신경제 지도를 그리겠단 비전을 처음으로 제시했습니다. 정전협정 체제 종식과 관련국이 참여하는 평화협정 체결도 강조했습니다.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와 이산가족 상봉·남북 적대 행위 중단·남북 대화 재개도 제안했습니다.

이번 연설이 주목받는 건 현재 한반도 상황, 특히 비핵화 논의가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급박하게 전개됐던 지난해와 달리, 현재의 비핵화 국면은 꽉 막혀있습니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계속 제자립니다. 남·북-북·미관계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청와대는 6월 말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전에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겠다는 구상을 일찌감치 밝혔지만, 진전은 크게 없어보입니다. "북한과의 접촉은 계속 '시도'하고 있다"는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언급이나, 6월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조심스럽게 낙관적(cautiously optimistic)'으로 생각한다"고 했다가 4시간만에 "전반적 상황에 대한 총론적 답변이었을 뿐"이라며 톤다운하고 나선 지난 7일의 해프닝은 현재 상황을 짐작할 수 있게 해줍니다. 

애초 비핵화 논의에 속도가 붙었던 이유 중 하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재선 전략으로 북한 핵 문제 해결을 골랐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를 간파한 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까지를 비핵화 시간표로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많이 달라진 듯합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벌어지면서 한반도 비핵화 논의는 테이블의 뒤로 밀린 모양새입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북한 이슈가 얼마만큼 2020년 미국 대선에서 영향을 미칠지 계산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누가 더 시간이 많은지, 또 여유를 부릴 수 있는지 자연스럽게 답이 나올 것"이라며 "김 위원장과의 관계를 강조하는 것 등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상당히 여유가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습니다. 북핵 문제에 여유를 두고 있는 걸로 볼 때 재선의 성패를 가를 핵심이슈를 북한 비핵화로 보지 않고 있는 거란 해석이 뒤따랐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방한이 이뤄지지 않은 것도 일련의 흐름과 무관치 않아보입니다. 

문 대통령은 북유럽 순방을 마치면 곧바로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담에 참석합니다. 한·중 정상회담도 여기서 열리고, 한·일 정상회담 역시 성사될 가능성이 큽니다. 곧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도 이어집니다. 4강 외교가 연쇄적으로 열리는 건데, 우리 입장에선 비핵화 이슈를 핵심 화두로 다시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 온 겁니다. 그 첫 단추가 오슬로 포럼 기조연설, '오슬로 선언'인 셈입니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이 오슬로 선언을 통해, 어떻게 비핵화 추동력을 되살릴 지에 관심이 쏠립니다.

이번 기조연설의 핵심은 그동안의 비핵화 과정에 대해 설명, 그리고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또 한번의 비전 제시가 될 걸로 보입니다. 베를린 구상 이후 급변한 한반도 상황을 반영한 새로운 메시지도 포함될 걸로 예상됩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언뜻 보기엔 아주 새로운 내용이 아닐수도 있지만, 세부적으론 의미 있는 내용들이 포함될 것"이라며 연설문의 취지를 일부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메시지를 낼 장소가 오슬로라는 점에서 일단 극적 효과만큼은 배가될 걸로 보입니다. 노벨상은 원래 스웨덴이 선정하지만, 노벨평화상만은 노르웨이가 주관합니다. 과거 분쟁이 잦던 스웨덴과 노르웨이 간 평화를 쌓기 위한 노벨의 아이디어였습니다. 오슬로 선언을 발표할 시점도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회담 1주년과 꼭 맞아 떨어지기도 합니다. 청와대도 시점과 장소가 주는 상징성을 애써 부인하지 않고 있습니다. 문 대통령의 오슬로 선언은 오는 12일 공개됩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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