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청년창업, 뜨거운 열기 뒤엔…지원금 노리는 사냥꾼 활개

<앵커>

정부가 젊은 층 창업을 대대적으로 지원하는 가운데 최근 스타트업 열기가 뜨겁습니다. 실제 곳곳에서 성과도 나타나고 있는데 한편에서는 정부 지원금만 노린 업자들이 활개 치고 있습니다.

청년 창업 열풍의 빛과 그림자, 노동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원격으로 전등불을 켜고 스스로 선을 찾아 따라가는 장난감 기차.

반도체와 통신 등 첨단산업의 기초 부품을 조합한 교육용 로봇인데 구동 방식을 이용자가 컴퓨터로 통제하면서 '코딩'의 원리를 배울 수 있습니다.

창업 6년 만에 45명을 고용하고 영국에 수출도 하게 된 이 스타트업의 대표는 20대 청년입니다.

[오상훈(29살)/럭스로보 대표 : 어릴 적에 우주 로봇을 만드는 게 꿈이었어요. 진짜 대기업에 가면 행복할까? '한 번 도전을 해봐야겠다' 해서 창업했습니다.]

막막했던 첫 시작은 정부 지원금이 돌파구가 됐습니다.

[오상훈(29살)/럭스로보 대표 : 2013년 말쯤에 대학생들한테 5천만 원을 주는 정부 사업이 생겨났어요. 그때 그 돈이 없었으면 사실 창업 못 했을 거 같아요.]

세계적인 스타트업 창업 열기, 한국도 예외가 아닙니다.

지난해에는 30살이 채 안 된 창업자의 신설법인만 6천837개. 2014년보다 2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해외 스타트업의 성공 사례를 보며 취업난에 처한 청년들이 창업으로도 눈을 돌리고 있는 겁니다.

여기에 청년실업도 해결하고 제2 벤처 붐도 일으키고 싶은 정부도 올해 지원 예산으로 1천481억 원을 배정했습니다. 전체 창업지원금의 10%가 넘는 금액입니다.

과거에는 저리로 그냥 빌려주는 정도였다면, 이제는 심사를 거쳐서 그냥 주는 방식인데 이러다 보니 문제는 지원금을 노리는 소위 '사냥꾼'이나 이를 도와준다는 컨설팅 업체들까지 판친다는 겁니다.

창업 지원금을 받게 도와준다는 컨설팅 업체를 찾아가 봤습니다.

정부 지원금 심사에도 직접 참여한다는 상담자는 지금이 나랏돈으로 창업하기 제일 좋은 기회라고 말합니다.

[창업 컨설턴트 : 누가 빚 져가면서 사업을 합니까. 예전에는 정말 까다롭고 (나오는) 돈이 작았어요. 지금은 정말 기회가 많아요. 제가 어제도 상담했는데 거긴 3천만 원 받았어요.]

심사에 유리한 요령과 편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주면서,

[창업 컨설턴트 : 몇 명이 팀을 짜 왔어. 그럼 좀 더 좋게 봐요. 지역에 선수가 많지 않잖아요. 젊은 사람들이. 그래서 신청은 전국으로 받아. 근데 나중에 사업자 등록만 지역에 내면 돼요. 이게 또 하나의 팁인 거야.]

사업계획서 작성 기술이 중요하다며 수수료를 내면 대필까지 해준다고 부추깁니다.

[창업 컨설턴트 : 이 부분은 이미지 바꾸시고. 이 말은 단어를 바꾸시고, 싹 다 해 드려요. 작성을 A부터 다 하라고 하면 비용이 많아 못 하실 거고….]

수시로 사업을 벌였다 접으며 지원금만 챙기는 이른바 '사냥꾼'의 존재는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플랫폼을 통한 반려동물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국가 지원금을 받은 이 업체는 벌써 1년 넘게 휴면 상태입니다.

[T사 대표 : 그거는 상환의 의무가 있는 금액은 아니고요. 지원금으로 허용된 겁니다. 지금 기존사업은 신경을 많이 못 쓰고 있어서요. 아주 새로운 사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인터넷 동영상을 통해 아이들에게 무용을 가르치는 사업이 4차 산업 분야라며 지원해 1억 원을 지원받은 업체도 있습니다.

[C사 대표 : 발레라는 게 보통 무용학원에서 하는 건데, 어디서든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할 수 있게끔 하는 게 4차 산업이라고 저희는 생각하고 있거든요.]

중소벤처기업부는 창업자가 지원금을 사용한 영수증을 정부 전산시스템에 등록하는 방식으로 사용 내역을 검증한다는 설명이지만, 실질적인 사후 검증은 여전히 미미한 실정입니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위한 국가적 지원은 필요한 일이지만 단기적인 벤처 붐 효과에 급급한 묻지마식 지원으로 흐르지 않게 정책의 보완이 시급합니다.

(영상편집 : 김종태, CG : 최지원, VJ : 정민구·한승민)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