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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여왕도 총리도 트럼프 선물은 '처칠'…어떤 깊은 뜻이?

영국을 국빈방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지난 3일(현지시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가 쓴 '제2차 세계대전' 초판 축약본을 선물했다.

이튿날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처칠 전 총리가 타자기로 친 '대서양 헌장' 초안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건넸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메이 총리가 약속이라도 한 듯 처칠의 글을 트럼프 대통령의 선물로 고른 이유는 무엇일까.

1940∼1945년 영국 총리를 지낸 처칠은 연합군의 2차 세계대전 승리를 이끈 인물이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 방문이 2차 대전 승리의 분수령이었던 노르망디 상륙작전 75주년 기념식과 맞물렸다는 점에서 처칠의 메시지가 담긴 선물은 시의적절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 집무실에 처칠 전 총리의 흉상을 가져다 놓는 등 처칠에 대한 존경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 선물들에는 보다 깊은 속뜻도 있는 듯하다.

당시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미·영 동맹을 중시했던 처칠 전 총리를 소환해 취임 후 '동맹 때리기'를 이어가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동맹의 가치를 역설한다는 것이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엘리자베스 여왕은 버킹엄궁 연설에서 이번 트럼프 방문에 거는 더 폭넓은 목적도 넌지시 드러냈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2차 대전 이후 미·영이 구축한 세계질서를 지키도록 설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온라인매체 쿼츠는 여왕의 선물엔 "날카로운 메시지"가 담겼다며, 처칠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기기도 한 '제2차 세계대전'의 주요 구절을 소개했다.

이 책에서 처칠은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성공 이후 "연합군 전체에 완전한 단합이 퍼져 있다. 우리와 미국의 친구들 사이에 형제애가 있다"며 동맹의 힘을 강조했다.

처칠은 또 이탈리아 파시즘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를 거론하면서 민주적인 절차를 무시하고 정부를 장악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지적하기도 했다.

쿼츠는 "(이 책에서) 동맹을 위협하고 국수주의적이며 제국주의적인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반하는 역사적 근거를 읽어내지 않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메이 총리가 선물한 '대서양 헌장'은 처칠 전 총리와 루스벨트 대통령이 함께 발표한 것으로, 이후 유엔 설립에 토대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에 대해서도 여러 차례 비판적인 견해를 내비친 바 있다.

4일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 선물에 화답이라도 하듯 메이 총리와의 공동기자회견에서 처칠 전 총리를 언급했다.

그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메이 총리 부부와 우리 가족은 그 유명한 '처칠 워룸(전쟁상황실)'을 방문할 예정이다. 매우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칠 전 총리는 1940년 6월 유명한 연설에서 국민을 향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조국을 지키라'고 촉구했다"며 "숭고한 노르망디 상륙작전 기념일을 맞아, 우리는 나라를 지키는 것이 전쟁터가 아닌 애국자들의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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