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전쟁이 납니까?" 역술인 찾아다녔던 정보경찰

<앵커>

최근에 "역술인들의 새해 국운 전망"이라는 보고서가 공개됐습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대통령의 사주와 주요 정책에 대한 견해까지, 경찰들이 역술인들을 찾아가 물어보고 청와대에 보고까지 올린 문건들입니다.

스브스뉴스가 문건에 등장하는 역술인들을 만나 자세히 들어봤습니다.

<기자>

[VIP 운명이 어떻게 변할 거냐고…]

['선생님 전쟁이 납니까' 물어봤어요.]

[나라에서 그런 정보를 수집을 한대요.]

전국 용한 역술인은 다 등장한다는 의문의 보고서.

국가의 신년운세, 대통령 사주 등이 빼곡히 정리되어 있는데 황당하게도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정보경찰이 역술인을 찾아다니며 수집한 정보들입니다.

더 놀라운 건 정보경찰이 청와대에 보고하기 위해 작성했다는 겁니다.

보고서에 등장하는 무녀, 보살, 장군, 역술가들을 스브스뉴스가 직접 접촉해봤습니다.

[A/명상가 : 정보과 형사가 와서 얘기하고 "우리나라 이거 어떻게 되는 거예요? 참 궁금해요" 그러면 나도 스스럼없이 얘기해주고….]

[B/역술인 : 전화 많이 오죠, 정초 되면 (경찰) 정보과라고 해요. 정보과라고.]

복수의 역술인은 실제로 정보경찰이 자주 찾아왔었다고 말합니다.

정보경찰은 역술인에게 주로 어떤 것을 물어봤을까요.

[C/역술인 : VIP(대통령) 운명이 어떻게 변할 거냐고 설명해달라고 그러죠.]

[D 장군/역술인 : 나라 경제… 경제 성장 어떻게 되느냐. 그다음에 앞으로 어떤 재해가 있느냐(라고 물어봤어요).]

보고서엔 대통령 운세, 경제성장률 예상치, 재난 여부에 대한 역술인 예언이 적혀있습니다.

단순한 예언뿐 아니라 심지어 중요 정책에 대해서도 역술인들의 견해를 물어봤습니다.

[D 장군/역술인 : 4대강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

[C/역술인 : "선생님 전쟁이 납니까" 물어봤어요. "김정은이가 쳐들어옵니까?"]

특히 관심이 많았던 건 선거 결과 예측이었습니다.

[D 장군/역술인 : 선거 때는 비일비재하고요. 차기 대통령으로는 누가 제일 유력하느냐.]

[C/역술인 : 대선, 총선 할 때도 물어보죠. 어느 팀(정당)이 몇 퍼센트 이기냐. 어느 지역이 어떻게 될 것이냐.]

아직 끝이 아닙니다.

보고서에는 김정은 북한국무위원장과 안철수 전 의원 관상도 나오고 심지어 전직 대통령 사망 예언도 있었습니다.

[D 장군/역술인 : VIP들 죽는 예언 그런 거도 물어봤었어요. 전직 대통령들 서거일 언제쯤 되겠냐, 누가 돌아가시냐.]

대통령 개인 사주부터 경제 문제, 외교, 안보까지 국가의 중대사를 역술인에게 물어 청와대에 지속적으로 보고한 경찰.

[이재정/더불어민주당 의원(보고서 입수) : 정보를 취합하는 과정에서 동원되었던 정보 관련 인력들은 명백히 공무원입니다. 권력을 남용한 것뿐만 아니라 국가 자원을 사실상 낭비한 문제이기 때문에.]

경찰은 해당 보고서와 관련해 "해당 보고서와 관련해 확인이 되지 않는다."면서도 "현재는 그런 업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용한 역술인 찾아다니는 정보경찰,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낯부끄러운 모습입니다.

(책임 프로듀서 : 하현종, 프로듀서 : 조제행, 구성 : 박수정·남영주, 촬영 : 문소라, 편집 : 정혜수, 내레이션 : 박채운, 도움 : 양희지 인턴·양형기 인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