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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집권당 대표, 유럽의회 선거 참패로 사퇴 기로

작년 3월 총선에서 신생 정당 '오성운동'을 창당 9년 만에 이탈리아 최대 정당으로 올려 놓으며 이탈리아 정치 역사상 최연소 부총리 자리를 꿰찬 루이지 디 마이오(32) 오성운동 대표가 정치적 위기를 맞이했습니다.

오성운동은 지난 26일(이하 현지시간) 실시된 유럽의회 선거에서 17.1%의 표를 얻는 데 그치며, 포퓰리즘 연립정부의 파트너인 극우정당 '동맹'(득표율 34.4%), 중도좌파 민주당(22.7%)에 이어 3위로 내려앉는 참패를 당했습니다.

총선 이후 불과 1년 만에 득표율이 반토막 나 동맹과의 전세가 역전된 것은 물론 민주당에게조차 밀리는 성적표를 놓고, 당 대표의 지도력에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분출하자 디 마이오 부총리는 당원들의 불신임 투표에 따라 거취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작년 총선에서 오성운동은 33%에 육박하는 표를 얻은 반면, 동맹과 민주당의 득표율은 각각 약 17%, 18%에 머물렀습니다.

디 마이오 대표는 29일 오성운동의 공식 온라인 플랫폼인 '루소'에 글을 올려 "내 활동에 대해 여러분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듣고 싶다. 당 대표로서의 내 역할을 당원 여러분의 투표에 맡기려 한다"며 "당원들이 나를 재신임하면 맡은 바에 더 노력하고, 헌신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에 대한 불신임 투표는 30일 루소에서 이뤄집니다.

디 마이오 대표는 오성운동이 이번 선거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둔 것은 지지 기반인 남부를 중심으로 투표율이 떨어진 데다, 연정 파트너이자 정국 주도권을 놓고 경쟁 관계에 있는 동맹의 비방전에 피해를 봤기 때문이라는 인식을 내비쳤습니다.

하지만, 오성운동 일각에서는 디 마이오 대표가 포퓰리즘 내각에서 부총리는 물론, 노동사회장관과 경제개발장관까지 1인 3역의 과중한 역할을 하느라, 선거운동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못하는 등 당 대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불만이 팽배해 있습니다.

오성운동 중진 정치인인 잔루이지 파라고네 상원의원은 일간 코리에레델라세라에 "디 마이오 대표는 당내에서 과도한 권한을 쥐고 있고, 정부에서도 너무나 많은 역할을 맡고 있다"며 "당신이 슈퍼맨처럼 행동하고자 한다면, 진짜 슈퍼맨이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한편, 예상보다 큰 패배에 위기감을 느낀 오성운동 소속의 각료와 의원들은 29일 밤 회의를 소집해 이번 선거 패배에 대한 대책 마련과 선거 압승 이후 기세가 등등해진 마테오 살비니 동맹 대표에 맞서기 위한 방안 등을 논의합니다.

작년 6월 포퓰리즘 연정 출범 후 강경 난민 정책을 앞세워 '파죽지세'로 세력을 불려 온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은 이번 선거 이후 정국의 주도권을 잡았다는 판단 아래 오성운동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온 세금 인하, 북부의 자치권 확대, 이탈리아 북서부 도시 토리노와 프랑스 남부 도시 리옹을 잇는 고속철도(TAV) 사업 계속 진행 등을 밀어붙이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빈곤한 남부를 지지 기반으로 삼고 있는 오성운동으로서는 중산층과 기업들에 세금을 깎아주고, 부유한 북부의 자치권을 확대하는 살비니의 구상이 가뜩이나 경제적으로 열악한 남부의 상황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환경보호를 중시하는 오성운동은 또한 알프스 산맥을 터널로 관통하는 TAV를 강행하면 지역 환경이 훼손된다면서, TAV에도 제동을 걸어왔습니다.

오성운동은 이 같은 현안에 있어 동맹의 요구에 따를 경우 전통적 지지층이 등을 돌릴 가능성이 크고, 동맹의 요구를 거부하면 연정이 붕괴해 조기총선으로 이어질 것으로 관측돼 진퇴양난에 처해 있습니다.

살비니 부총리는 아직은 "오성운동과의 동맹에 충실할 것"이라며 연정붕괴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라레푸블리카 등 현지 언론은 살비니 부총리가 자신이 요구하는 핵심 의제에 대해 1개월 내로 오성운동이 찬성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연정을 해산할 것이라는 최후통첩을 했다고 전날 보도해 귀추가 주목됩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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