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 의무화 논란' 권대희씨 유족에 배상 판결

수술실에서 과다출혈로 사망한 故 권대희 씨 유족이 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승소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8부(심재남 부장판사)는 권 씨의 부모와 형이 권 씨를 수술한 성형외과를 상대로 총 5억 3천500여만 원을 배상하라고 낸 소송에서 약 4억 3천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권 씨는 2016년 9월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안면 윤곽 수술을 받던 중 심한 출혈로 중태에 빠졌고, 응급실로 옮겨졌으나 한 달여 뒤 결국 사망했습니다.

재판부는 권 씨를 수술한 병원 의료진이 수술 과정에서 대량출혈이 발생했다는 것을 인지하고도 의사에게 요구되는 주의 의무를 위반해 지혈 및 수혈 조치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권 씨에게 수술의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과실이 있어 권 씨 사망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권 씨의 내원 경위, 수술의 목적 및 내용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모든 손해를 피고들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배상 책임의 범위를 80%로 제한했습니다.

권 씨 사건은 수술실에 폐쇄회로(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일명 '권대희법' 발의를 촉발했습니다.

유족은 수술실 CCTV 장면을 확인한 결과 권 씨를 수술한 의사가 당시 여러 명의 환자를 동시에 수술하다가 권 씨의 수술실을 나갔고, 권 씨가 지혈되지 않는 상태에서 간호조무사에게 장시간 방치되다 중태에 빠졌다고 주장해왔습니다.

권 씨 유족과 환자단체 등은 "수술실은 외부와 철저하게 차단돼 있고 전신마취로 환자가 의식을 잃으면 그 안에서 발생한 일은 누구도 알 수 없다"며 수술실 CCTV 설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 등은 수술실 CCTV 설치가 환자와 의료인 간 불신을 조장한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해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