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정부가 만든 법, 정부가 어긴 법④ 지금 받을 수 있을까?

그때 그 이자, 지금 받을 수 있을까?

정경윤 기자 rousily@sbs.co.kr

작성 2019.05.23 19:54 수정 2019.05.23 21:41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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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가 나가고 난 뒤 "내 돈을 받을 수 있는 거냐"는 질문 많이 받았습니다. (▶ 수백만 명에게 덜 준 청약이자…책임진 사람은 없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개개인의 상황에 따라 받을 수 있을지 여부가 달라질 것 같습니다. 이자를 돌려달라는 소송은 지금껏 단 1건밖에 없었고, 그 사례가 모든 가입자들에게 적용되는 건 아니라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 1건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

2011년, 청약저축 가입자와 국민은행 간 소송에서 1심 재판부는 "정부의 규칙은 이자율 6%를 줘야 한다는 것"으로 보고 "이 가입자에게 135만원을 돌려줘야 한다"고 판결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2심에서는 결과가 뒤집어집니다. 2심에서는 이 가입자가 청약저축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기록이 새로운 증거로 추가된 겁니다. 이때 대출 금리가 청약저축 이자율을 기준으로 산정됐는데, 가입자는 당시 4.5%라고 안내받았다는 겁니다.

재판부는 "정부가 바꾼 규칙은 연 6% 이자율을 적용하는 게 맞다"고 해석하면서도, 이 가입자에게 은행이 4.5%를 적용했던 데에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고 결론을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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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서울중앙지방법원 2심 판결 中
다. 판단
(1) 신규칙 부칙 제3항의 해석
(중략) 신규칙의 부칙 제3항의 의미는 종전 청약저축가입자의 경우 구규칙 제5조의2 제5항 및 그 부칙에서 정한 바에 따라 2006.2.24 이후의 이자에 대해서도 연 6%의 이율이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2) 이자율 변경에 관한 합의
(나) 이자율 변경에 관한 합의 여부
1. (중략) 이 사건 규칙 시행 약 3개월 전 입법예고 및 보도자료의 배포가 있었던 점, 많은 언론 기관에서 다양한 매체를 통해 청약저축 이자율 인하와 관련된 뉴스를 대대적으로 보도하였던 점
2. 은행이 청약저축 이자율이 인하된다는 사실이 기재된 홍보 문구를 작성하고 각 지점 및 창구에 비치하고, 거래하는 고객들에게 이 사실을 고지했던 점
3. 민원인이 통장정리를 하는 과정에서 '2006.2.24 변경금리 적용 (2년 이상 : 연 4.5%)'라는 문구가 통장에 인사 됐던 점
4. 민원인은 청약저축을 담보로 '수신금리+2.5%'의 금리로 대출받은 바 있는데 당시 금리를 4.5%로 보고 7% 금리를 적용했던 점
5. 민원인이 이후 5년간 문제 제기 없이 지속적으로 청약저축 납입한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가 연 4.5% 이율을 변경, 적용한 것은 원고와 피고 사이의 이자율 변경에 관한 묵시적 합의에 기초한 것으로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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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시적 합의의 근거는 5가지입니다. 그중에서 4번은 가입자의 특수한 상황이 반영돼 있지만, 나머지 1, 2, 3, 5번은 당시 청약저축에 가입해 있던 190만 계좌 모두에게 해당될 겁니다. 이 상품이 변동금리라는 걸 가입 당시 안내받았고, 또 통장을 정리하면 4.5%라고 인쇄가 되고, 은행이나 정부가 여러 방식으로 4.5%라고 안내했다는 사실로, 가입자들은 '묵시적으로 합의하게 된' 것입니다.

● 1명의 사례일 뿐…다른 경우는?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확정됐고, 이 가입자는 이자 135만원을 돌려받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법조계에서는 유사한 사례로 소송을 제기해도 재판 결과가 달라지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묵시적 합의'에 대해서는 다른 시각을 내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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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석 / 변호사, 약탈경제반대행동 운영위원
몇 년 동안 계속적으로 이 상황을 묵인해 왔고 그 계약대로 갔기 때문에 (추가 소송이) 쉽지 않죠. 그런데 만약에 처음부터 이의제기를 했다면 (묵시적 합의라고 해도) 처음부터 은행을 상대로 이겼겠죠. 제가 볼 때는 국가배상도 쉬운 문제는 아니에요. 그런데 이럴 순 있어요. 우리가 이제 법적으로 손해배상, 민사적으로 손해배상이 안된다 뿐이지, 그렇다고 해서 주무 관청이 책임이 없는 건 아니에요.



성기문 / 변호사, 전 춘천지방법원장
일반적으로 약관 규제법에도 불리한 약정이나 약관 같은 경우에는 명시의 의무가 있거든요. 명시해서 설명할 의무가 있는데 마찬가지로 비슷하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예금 계약에서 불리한 변경, 이자 변경이 있는 경우에는 사실 명시해서 설명을 하고 돈을 받아야 마땅하지, 간접 사실, 또 주위의 행동으로 추정해서 불리한 사실을 인정한다는 건 법리에 좀 반하고, 무리한 해석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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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해, 법원이 이자를 주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한 중요한 이유로 '묵시적 합의'를 꼽았기 때문에, 앞선 민원인과 달리 '묵시적으로 합의하지 않았다'는 상황을 증명할 수 있다면 다시 다퉈볼 만한 여지가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기존의 판결과 별개로, 한가지 문제가 더 있었습니다. 소멸 시효입니다.

이자 채권의 소멸 시효는 3년입니다. 문제의 이자율이 적용된 시기는 2006년부터 2012년까지니까, 이미 시효가 끝난 상황이라는 겁니다. 2006년 2월 정부가 발표한 규칙과 부칙을 보고 그때 바로 의심을 품고, 은행이나 정부에 문제제기를 했다면 모를까, 2019년인 지금은 '묵시적 합의'를 하게 된 데다 그마저도 시기가 너무 늦어버렸다는 의견이 다수였습니다. 하지만 만약 부당이득금 소송으로 간다면, 채권의 시효가 10년이기 때문에 좀 더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청약저축 이자 적용 국토부 해명
● "다 끝난 일인데…"

저희 취재팀은 다른 가입자들이 지금이라도 이자를 받을 수 있는 건지 오랜 시간 따져봤고 또 어떻게 전달해야 할까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단 1명의 소송 결과만 있었기 때문에, 나머지 190만 명 모두의 결과를 예단하긴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국토부는 이 1명의 소송 결과를 들어 이미 다 끝난 일이고, 보도가 나가면 다른 가입자들에게 혹시나 이자를 반환해야 하지 않냐는 혼란이 생길까 두렵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주택기금의 공공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정부의 이자율 변경 결정에 순순히 따른 무주택 서민들에게 '묵시적 합의'라는 책임을 지웠다는 점, 그리고 '다 끝났다'는 이유로 자신의 권리를 찾겠다는 다른 가입자들에게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게 하는 점, 정부의 이런 무책임한 태도는 저희가 이 내용을 전해야 하는 분명한 이유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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