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정부가 만든 법, 정부가 어긴 법① 그 혼란의 시작은…

청약 저축이자 미지급 사태, 그 혼란의 시작은…

정경윤 기자 rousily@sbs.co.kr

작성 2019.05.23 19:55 수정 2019.05.23 21:48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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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부터 시작한 '청약저축'이란 상품이 있습니다. 무주택 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상품으로 가입자들은 정부가 공급하는 국민주택에 청약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생깁니다. 그런데 이 상품의 성격이 좀 특이합니다. 가입자들은 은행에 돈을 납부하지만 이 돈은 정부가 운영하는 국민주택기금으로 쓰이기 때문에 사실상 정부 돈이 되는 겁니다. 이자도 정부가 결정합니다. 2015년부터는 신규 가입이 중단돼서 익숙지 않은 분들도 있겠지만, 한때는 이자가 10%였던 상품이어서 무주택 서민들에게는 관심사였습니다.

문제는 정부가 2006년에 청약저축 이자율을 6%에서 4.5%로 바꾸면서 시작했습니다. 정부가 청약저축 이자율이 시중금리보다 높아서 국민주택기금을 운영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면서 이자를 내리기로 결정한 겁니다. 정부는 이 상품을 취급했던 국민은행 등 3곳에 이자율을 바꾸라고 지시했고, 은행은 가입자들의 계좌에 4.5%에 해당하는 이자를 지급했습니다.

● 정부가 바꾼 규칙, 과거와 비교해 보니

정부가 이자율을 바꾸려면, 우선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이란 법령을 개정해야 합니다. 법 개정을 하려면 아시다시피 입법 예고도 하고, 관련 부처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2006년 2월, 정부가 최종 발표한 법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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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이하 신규칙)
(개정 2006년 2월 24일)
제5조의2
⑤ 청약저축을 해지하는 경우의 이자율은 다음 각호와 같다. 다만, 청약저축의 가입일부터 1월 이내에 청약저축을 해지하는 경우에는 이자를 지급하지 아니한다.
1. 가입일부터 1년 미만의 기간 내에 해지하는 경우 : 연 2.5퍼센트
2. 가입일부터 1년 이상 2년 미만의 기간 내에 해지하는 경우 : 연 3.5퍼센트
3. 가입일부터 2년 이상이 경과된 후에 해지하는 경우 : 연 4.5퍼센트

부칙
1. (시행일) 이 규칙은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
3. (청약저축 이자율에 관한 경과조치) 이 규칙 시행 전에 가입한 청약저축을 해지할 경우에는 제5조의2 제5항의 개정규정에 불구하고 종전의 규정에 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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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면, 법 개정 이전에는 최대 이자율 6%를 줬는데 개정 이후에는 4.5%를 지급하겠다는 것, 또 시행 전에 이미 가입한 경우에는 새 규정과 상관없이 '종전의 규정'에 따라 이자를 계산한다고 돼 있습니다.

이 규칙을 뒤늦게 본 한 가입자는 혼란스러웠습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종전의 규정'이 종전 '이자율', 그러니까 6%가 아니냐는 겁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자가 4.5%가 적용돼서 지급됐었던 겁니다. 그리고 따져보니 자신이 그동안 이자 135만원을 덜 받았다는 계산이 나왔습니다.

가입자는 2011년 은행에 민원을 넣었고 정부도 이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하지만 정부와 은행은 애초에 이 규칙을 만든 취지는 이자율을 4.5%로 낮추려는 것이었다면서 민원을 기각했고, 결국 소송으로 이어졌습니다.

● "6%, 달리 해석할 수 없다"

이 규칙을 두고 재판부는 어떤 판단을 내렸을까요? 1심 재판의 판결문 내용을 일부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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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서울중앙지방법원 1심 판결 中
3. 판단
신규칙 부칙 제3항의 해석에 관한 판단
(중략) 결국 2006.2.24. 전에 이미 가입한 청약저축을 해지하는 경우로서 가입일로부터 2년 이상이 경과된 후에 해지하는 가입자에게 피고(국민은행)는 청약저축의 원금 및 연 6퍼센트의 이자를 해지 시에 일시에 지급하여야 한다는 문언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는 이자율을 10퍼센트에서 6퍼센트로 변경할 당시의 부칙의 내용과 비교해 보더라도 명백하다.
(중략) 최종적으로 공포되어 효력을 가지는 관련 규정의 문언의 명백한 의미, (중략) 경과규정으로서 기존 가입자에 대한 신규칙의 예외를 정한 신규칙 부칙 제3항을 규정한 이상 피고(국민은행)의 주장과 같이 신규칙 부칙 제3항을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보이는 점, (중략) 위 관련규정을 위와 같이 명백한 문언의 의미와 달리 해석할 수 없다고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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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면, 예외 조항으로 만든 부칙 3의 내용의 의미는 '종전 가입자에게는 6%를 지급한다'는 게 명백하다는 뜻입니다. 판결문에서 언급된, 이자율을 10%에서 6%로 변경할 당시의 부칙과 비교하면 더 명백하다고 하는데, 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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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이하 구규칙)
(개정 2002년 10월 29일)
부칙
3. (이미 가입한 청약저축의 이율에 관한 경과조치) 이 규칙 시행 전에 이미 가입한 청약저축에 대하여는 다음 각호의 구분에 따른 이율을 적용한다.
1. 1982년 7월 22일 이전에 가입한 청약저축의 경우에는 가입 당시의 규정에 의한 이율
2. 1982년 7월 23일 이후에 가입한 청약저축의 경우에는 다음 각목의 구분에 따른 이율
가. 1982년 7월 23일부터 이 규칙 시행일 전일까지의 이자 : 종전의 규정에 의한 이율
나. 이 규칙 시행일 이후의 이자 : 이 규칙의 규정에 의한 이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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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0월, 정부는 이자율을 바꾸면서 가입자에게 적용되는 이자율과 그 시기를 3가지로 나눠 설명했습니다. 특히 1982년 변동금리가 적용된 이후 '가'에서는 종전의 이자율, 10%를 줘야 하는 시기를 분명하게 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에서 이 규칙이 시행된 이후부터 6%를 준다고 확실하게 설명합니다.

반면 2006년의 부칙은 시기에 대한 설명 없이 '이미 가입한 청약저축에 대해 규칙 개정에 불구하고 종전의 규정에 의한다' 라고만 돼 있습니다.

1심 재판부는 2002년 부칙과 비교해 보니 2006년의 부칙은 '기존 가입자에게 6%를 줘야 한다는 문언적 의미가 있다'고 결론 내리고, 민원인에게 135만원을 줘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 "법률 해석의 원칙과 기준에 어긋나"

정부와 은행은 이 판결에 불복했습니다. 규칙의 '문언적 의미'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입법 취지'도 중요하다며 반박했습니다. 2심이 진행됐는데, 법원의 해석 내용 일부를 발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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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서울중앙지방법원 2심 판결 中
다. 판단
(1) 신규칙 부칙 제3항의 해석
(중략) 신규칙의 부칙 제3항의 의미는 종전 청약저축가입자의 경우 구규칙 제5조의2 제5항 및 그 부칙에서 정한 바에 따라 2006.2.24 이후의 이자에 대해서도 연 6%의 이율이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이와 달리 '종전의 규정에 의한다'를 '이 규칙 시행일 전일까지의 이자에 대하여 종전의 규정에 의한다'는 의미로 제한적으로 해석하거나, 위 '종전의 부칙 규정에 준한다'는 의미로 유추해석하는 것은 건설교통부의 입법예고안과 질의회신 내용, '국민주택기금의 수지개선'이라는 신규칙의 개정 취지, 피고가 주장하는 그 밖의 사정 등을 고려하더라도,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넘는 것으로 법률 해석의 원칙과 기준에 어긋나므로 허용되지 아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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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은행은 1, 2심 재판에서 이자율을 낮추려는 의도로 규칙을 바꾼 것이기 때문에, 그 해석도 입법 취지에 맞게 '4.5%로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2심 재판부 역시 1심에 이어 규칙의 의미를 있는 그대로, '6%를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1심에서 더 나아가, 정부의 주장대로 규칙의 의미를 제한하거나 자의적으로 유추 해석하는 건 잘못됐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2심 재판에서는 민원인이 졌습니다. 민원인이 이자 4.5%를 지급받는 동안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점, 또 청약저축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이자를 6%가 아니라 4.5%를 기준으로 계산했다는 게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민원인은 이자 135만원을 돌려받지 못했습니다.
청약저축 이자 적용 국토부 해명● 여전히 4.5%라는 국토부, 그 무책임을 묻다

국토부는 이 판결 결과를 들어 당시 이자 차액을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고 말합니다. 맞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규칙의 의미는 6%가 아니라 4.5%를 지급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건 잘못됐습니다. 판결문을 보면 규칙 자체에 대한 해석은 '6%를 줘야 한다'는 게 명확하다고 반복적으로 적시돼 있습니다. 그래서 묻는 겁니다. 이자 차액을 돌려주느냐 마느냐가 걸린 민사적 차원을 벗어나, 2년 넘는 소송 기간 내내 민원인에게 정부의 자의적 해석을 강요한 것이 과연 정당한 건지. 규칙을 바꿔서 혼란을 자초하고서도 소송에서 이겼다는 이유로 재발 방지 대책조차 만들지 않는 건 무책임한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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