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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이자 수천억 덜 줬다…뒤늦게 밝혀진 잘못 (풀영상)

▶ 정부·은행의 잘못된 계산…청약이자 수천억 덜 줬다

<앵커>

오늘(21일) 저희가 준비한 첫 소식은 지금 뉴스를 보고 계시는 여러분의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내 집 마련을 위해 가입하는 주택 청약 저축, 요즘은 이자율이 많이 낮아지기는 했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시중 금리보다 훨씬 높아서 청약 재테크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이 청약 저축에 가입했던 수많은 사람들이 당연히 받아야 할 이자를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저희 이슈취재팀 취재 결과 뒤늦게 밝혀졌습니다. 과거 정부가 7년 가까이 원래 줘야 할 이자보다 더 낮은 이자를 준 것인데 그 돈이 수천억 원에 달합니다.

그럼 먼저 왜 이런 일이 생긴 것인지부터 정혜경 기자가 전하겠습니다.

<기자>

지난 2006년 2월 관보에 실린 건설교통부의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령입니다.

은행이 위탁 운용하는 청약 저축 상품의 이자율을 낮추는 내용입니다.

가입 기간에 따라 이자율을 연 6%에서 4.5%, 연 5%에서 연 3.5%로 내렸습니다.

그런데 새 규칙에는 부칙을 달아 예외 조항을 뒀습니다.

새 규칙 시행 전에 이미 가입한 사람들에게는 이후 가입자와 달리 이자를 종전의 연 6% 또는 5%로 쳐 주기로 한 겁니다.

그러나 개정 이전 가입자들도 예외 없이 바뀐 낮은 이자율을 적용했던 사실이 S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주무 부처인 건교부가 규칙, 즉 법령에서 스스로 정한 이자보다 1.5%P 적게 쳐 준 겁니다.

2012년 12월 규칙을 다시 바꿔 이 부칙 조항을 빼 버리기 전까지 6년 10개월 동안 잘못된 계산은 계속됐습니다.

청약 저축은 계약해지 시 원금과 이자를 일시에 지급받습니다.

취재팀이 입수한 내부 자료에 따르면 국민은행 한 곳에서만 이자가 법령대로 지급되지 않은 계좌는 190만 개. 덜 준 이자 액수는 최대 3천600억 원으로 추산됩니다.

그러나 당시 국민은행과 함께 청약 저축을 위탁 판매한 농협과 우리은행까지 고려하면 미지급 이자 규모는 훨씬 커질 수 있습니다.

1981년 도입된 청약 저축은 공적 기금 조성에 쓰이는 특성상 은행이 아닌 정부가 이자율을 조정해 왔습니다.

(영상취재 : 제 일, 영상편집 : 원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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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5만 원 이자 소송에 대형로펌 선임…정부·은행 총력 대응

<앵커>

이 내용은 전직 은행 직원의 내부 고발로 저희도 취재를 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일이 잘못됐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면 그때라도 바로 잡았어야 하는데 과거 정부는 오히려 숨기기 바빴습니다. 못 받은 이자 달라고 민원이 제기되면 대형 로펌 변호사를 고용해서 일이 커지는 것을 막았습니다.

정부가 어떻게 대응했는지는 김민정 기자가 보여드리겠습니다.

<기자>

국민은행 전직 직원인 A 씨는 지난 2011년 8월 청약 저축 담당 부서에 큰일이 터졌다고 기억했습니다.

당시 한 고객이 청약 저축을 해지하면서 덜 준 이자를 달라고 민원을 낸 겁니다.

"은행 측은 긴급 대책 회의를 열어 정부 규칙을 살폈는데 이자를 더 주는 게 맞다는 의견이 다수였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건교부에 이를 보고한 뒤 상황이 급변했다고 털어놨습니다.

"민원인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외부에 알려지지 않게 소송으로 적극 대응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A 씨는 밝혔습니다.

이자 환급 지시가 올 줄 알았는데 오히려 무마 지시가 내려왔다는 겁니다.

민원인이 소액심판을 신청해 승소한 상태였지만, 국민은행은 이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하며 총력 대응을 시작했습니다.

135만 원이 걸린 재판에 국내 대형 로펌 2곳을 연달아 선임했고 정부도 소송 보조참가인으로 가세했습니다.

[김흥진/국토부 주택정책관 : 국민주택기금에 손실을 초래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정부에서 대응을 하도록 했습니다.]

2년여의 소송, 1심은 민원인이 이겼지만, 2심은 국민은행이 승소했고 최종심도 이대로 확정됐습니다.

항소심은 새로 바뀐 이자율 연 4.5%에 대해 민원인이 오랫동안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이를 기준으로 대출을 받은 만큼 4.5%를 받는데 묵시적 합의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2006년 규칙 개정 이전 가입자에게 최고 6%인 종전 이자율을 적용해야 한다는 판단은 1심과 2심 모두 같았습니다.

2심 진행 막바지 정부는 문제가 된 규칙 조항을 삭제했습니다.

가입자에게 잘못을 알리고 고칠 기회가 있었는데, 총력 법정 대응을 펼친 끝에 사건을 종결시켰습니다.

(영상취재 : 제 일, 영상편집 : 원형희, CG : 최지원·이준호, VJ : 정영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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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백만 명에게 덜 준 청약이자…책임진 사람은 없었다

<앵커>

지금까지 내용을 정리해드리면, 정부가 청약 저축에 가입했던 수백만 명에게 정부가 만들었던 법령을 무시하고 이자를 덜 줬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겁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법원 판결을 근거로 돈을 지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럼, 사람들이 얼마만큼 피해를 본 것인지, 그리고 지금 다시 소송을 내면 돌려받을 수 있는 것인지 정경윤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기자>

청약 저축은 무주택 서민들이 정부가 공급하는 국민주택에 청약하기 위해 가입했던 상품입니다.

가입자들은 은행에 매달 돈을 내지만, 이 돈은 정부가 조성하는 국민주택기금으로 쓰이기 때문에 이자율도 정부가 결정합니다.

문제는 정부가 2006년 2월에 이자율을 바꾸면서 시작됐습니다.

개정 이후에 가입하면 연 이자율 4.5%를 적용하지만, 이전 가입자에게는 종전의 이자율 6%를 적용해야 합니다.

만약 이자율이 바뀌기 한 달 전에 가입해서 2012년까지 매달 10만 원씩 부었다면 원금 840만 원에 이자 174만 원이 나와야 합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130만 원이 나온다는 겁니다. 44만 원 차이가 납니다.

이보다 먼저, 또 오랜 기간 가입했을수록 덜 받은 이자 규모는 더 클 겁니다.

하지만 앞선 민원인의 사례처럼 실제 소송을 해도 차액을 받는 것은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민석/변호사 : 5년 동안 묵인했다는 건 '내가 그 은행과의 변경된 금리를 인정하겠다' 이런 의사표시인 거거든요.]

다른 가입자들도 지금껏 문제 제기를 하지 않은 점을 들어 낮게 지급된 이자에 암묵적으로 합의했다고 볼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하지만 잘못한 것은 정부인데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은 점,

[성기문/변호사 : 혼란을 초래하고 또 소송까지 이르게 했으면 결국 입법 실수에 대해서 뭔가 좀 책임감 있는 태도로 임하는 것이 공무원으로서의 태도가 아닌가...]

사과는커녕 국민주택기금의 손실을 우려해 잘못을 덮으려 한 점은 비판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정인화/민주평화당 의원 : 국민주택기금의 규모가 축소될 걸 우려해서 이 사태를 얼버무리고 넘어가고자 하는 건 정부로서 할 일은 결코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정부는 재발 방지를 위해 어떤 조치를 했느냐는 질문에 혼란을 빚었던 규칙을 원래대로 되돌려 놓았다고만 답했습니다.

(영상취재 : 제 일, 영상편집 : 김준희, CG : 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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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덜 준 이자 달라" 문제 제기에도 이자 안 물어준 이유는

<앵커>

더 자세한 얘기는 이 내용 취재한 김민정 기자와 나눠보겠습니다.

Q. 왜 규칙과 다르게 이자율 적용?

[김민정/이슈취재팀 기자 : 네, 건교부는 규칙을 바꾸면서 문구를 조금 쉽게 만들려다가 문제의 조항을 넣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오해를 살 수 있게 만든 것은 실수라고 인정했는데요, 다만 이자율 낮추려는 게 규칙 개정 목적이었다, 종전 가입자에게 높은 이자를 보장해주려는 취지가 아니었다, 이렇게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정부 취지가 어떻든 간에 해당 규칙은 종전 가입자들에게 6%를 주라는 게 명확하다, 이렇게 결론 내렸습니다.]

Q. 문제 제기에도 이자 물어주지 않은 이유는?

[김민정/이슈취재팀 기자 : 고객이 민원을 냈을 때 은행은 물론 정부도 이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하지만 이미 더 줘야 할 돈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태였습니다. 소송 과정에서 정부 측은 패소하면 3,600억 원을 물어줘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주택기금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당시 우리은행과 농협도 같은 상품을 취급하고 있었습니다. 국토부 이야기로는 두 은행에서는 당시 이자율 관련 민원이 들어오지는 않았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는 있습니다. 이슈 취재팀도 두 은행에 그때 이자율을 어떻게 적용했는지 물었는데 답이 오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국민은행과 마찬가지로 잘못된 이자율을 적용했다면 환급 액수는 더 커질 수 있습니다.]

Q. 오래전 소송, 보도 이유는?

[김민정/이슈취재팀 기자 : 한 번 이렇게 생각해 보시죠. 범죄를 저지르고 시간이 흐르면 공소시효가 지나서 처벌은 받지 않습니다. 그래도 잘못은 잘못입니다. 국민에게는 법령을 엄격히 적용하면서 정작 정부는 필요할 때 법령을 제멋대로 해석하고 그 결과 국민에게 피해를 줬다는 것이 이번 사안의 핵심입니다. 그랬는데도 정부에서는 누구 하나 지금까지 책임진 사람이 없었는데 내일(22일)은 정부가 어떻게 잘못을 했는지 저희 이슈취재팀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짚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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