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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美 약물중독 사망 한 해 7만여 명…총격 사건 생존자도 끝내 숨져

미국에서 최악의 교내 총기사건인 20년 전 콜럼바인 총기사건의 생존자 가운데 한 명인 오스틴 유뱅크스가 최근 숨졌습니다. 향년 37세인 유뱅크스가 지난 18일 새벽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타살 흔적은 없었습니다. 유뱅크스는 콜럼바인 총격사건 이후 마약성 진통제인 오피오이드(opioid)에 중독됐고 수차례 치료를 받으면서 약물 남용 문제에 대한 대중 연설가로도 활동해왔습니다.
콜럼바인 총기사건 생존자 오스틴 유뱅크스(사진=FOX31 Denver 유튜브 캡처)
콜럼바인 총격사건 당시 17세였던 유뱅크스는 도서관에 있다가 총격범들이 들어오자 학생들과 테이블 아래로 몸을 숨겼습니다. 이후 총격범들은 테이블을 하나씩 조준 사격하기 시작했고 이 당시 손과 무릎에 총상을 입었습니다. 옆에 있던 친구는 숨졌습니다. 1999년 4월 20일 미국 콜로라도주 리틀턴 콜럼바인 고교에서는 이 학교 학생 2명이 총격을 가해 학생 12명과 교사 1명을 숨지게 하고 자신들도 자살하는 등 15명이 사망했습니다.

유뱅크스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당시 총상을 입은 뒤 약물치료를 받았는데, 진통제를 맞고 몇 주 안에 오피오이드 중독에 빠지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총격 사건에서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지만 약물 중독의 덫은 끝내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미국에서는 '마약성 진통제(오피오이드)'의 오남용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오피오이드는 모르핀, 펜타닐, 옥시코돈, 하이드로코돈, 트라마돌, 하이드로몰폰, 메타돈 등 마약성 진통제를 일컫습니다. 미국안전위원회(NSC)의 자료에 따르면 오피오이드의 오남용으로 사망한 비율(2017년)이 96명당 1명꼴로 교통사고(1백3명당 1명)보다 많습니다.
약물 중독, 알약, 마약(사진=픽사베이)
미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2017년 약물 오남용에 따른 사망자는 7만 2백 명으로 이 중 오피오이드로 숨진 비율은 68%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1999년부터 2015년까지 미국에서 오피오이드 중독으로 사망한 사람 수는 18만 명이 넘습니다. 주별로도 2017년 오클라호마주에선 약 4백 명이 오피오이드 중독으로 사망했고 피해가 가장 큰 웨스트버지니아주에서는 1천 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이 때문에 오피오이드 중독 사망자는 1999년보다 6배 급증했고, 하루 평균 1백30명의 미국인이 오피오이드 중독으로 숨졌습니다.

또 오피오이드로 인한 교통사고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존스홉킨스 대학과 볼티모어 과학수사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메릴랜드주에서 발생한 2006년 교통사고 중 8.3%가 오피오이드로 인한 것으로 나타났고, 2017년에는 무려 14.1%까지 증가했습니다. 교통사고 사망자는 오피오이드 이외에도 알코올에 28%가 양성 반응을 보였고, 다른 약물에서도 45%가 반응을 나타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우리나라는 마약성 진통제 소비량은 비교적 적은 편이지만 오남용 발생률은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17년에서 2018년 사이 국내 6개 대학병원을 대상으로 마약성 진통제 의존성을 관찰 조사한 결과 의존성이 21%로 나타났습니다. 우리나라보다 마약성 진통제 사용량이 많은 서구의 오남용 빈도가 21%~29%인 것을 고려하면 절대 낮은 수치가 아니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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