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황찬란 사진 · 주옥같은 글귀…'어르신 짤' 누가 만들까

조제행 기자 jdono@sbs.co.kr

작성 2019.05.18 21:26 수정 2019.05.18 21:54 조회수
프린트기사본문프린트하기 글자 크기
<앵커>

화려하게 꾸며놓은 사진 위에 주옥같은 글귀들이 적혀있는 그림들, 온라인상에서 한 번쯤은 본 적 있으실 텐데요.

주로 부모님이나 어르신들이 친구나 가족에게 보내곤 하는데 이런 그림은 도대체 누가, 어떻게 만드는 건지 그 비밀을 <스브스뉴스>에서 알아봤습니다.

<기자>

우리네 부모님이 자주 보내시는 움짤, 일명 어르신 짤.

무지개 그라데이션에 휘황찬란한 디자인, 갑자기 터지는 폭죽 효과.

희망 전도사형, 요일별 화이팅 요정형, 각종 절기 알리미형, 건강 지킴이형, 그 종류도 다양합니다.

대체 어디서 만들어질까 싶은데.

[우리가 만듭니다.]

매주 수요일, 서울 은평구 노인복지회관에서 열리는 컴퓨터 수업.

[윤동철/강사 : 포토샵 프로그램 여세요.]

이곳에선 어르신 짤과 매우 흡사한 분위기의 짤이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10년째 포토샵을 가르쳐온 강사님을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학생들.

[윤동철/강사 : 자 여러분 준비됐지요? (네~) 자 확인 누르세요.]

어르신 짤의 느낌이 확 납니다.

[윤동철/강사 : 스트로꾸가 뭡니까? (획) 획이죠 획을 누르세요.]

조금 느려도, 몰라도 괜찮습니다.

품앗이가 자연스러운 곳이니까요.

[윤동철/강사 : 이 글을 한번 읽어보세요.]

[일 년의 성공은 봄에 달려있고 하루의 성공은 새벽에 달려있다.]

[윤동철/강사 : 좋은 말이지요? 이 좋은 말을 호기심있게 보기 위하여 '꽃잎 날리기'로 만듭니다.]

분홍색 꽃 테두리가 감싸고 있는 주옥같은 명언.

안개 같은 그라데이션에 흩날리는 오색 카트.

이렇게 완성된 짤은 바로바로 공유가 됩니다.

[신규철/학생(72세), 포토샵 2년차 : 안부(인사)로 할 수 있는 거를 따로 편집해서 지인들한테 보낼 수 있어요.]

[이명구/학생(79세), 포토샵 1년차 : 이런 거 뭐 다 만든 거거든요? 또 이런거, 이게 다 작품 내용이에요. 이제 또 사진 하나 찍어서 동영상도 만들고 요렇게. 남한테 온 거 나눠주는 것 보다 내가 직접 만들어서 친구들한테 배부하는게 좋을 것 같아서.]

은평구 복지관뿐만 아니라 서울의 다른 지역 복지관에서도 이런 수업이 열린다고 합니다.

D.I.Y 시대에 발 맞춰 짤을 제작하는 어르신들.

그들이 생각하는 디자인 포인트는 무엇일까요?

[윤동철/강사(79세), 10년째 포토샵 강의 중 : 나이 먹은 사람들은 글을 보기 조금 꺼려하잖아요. (특수 효과는) 그 내용을 빛나게 하기 위해서, 호기심을 사기 위해서, 한 번 볼 거를 두 번 세 번 보게끔 만들기 위해서.]

그들만의 스타일은 이런 의미에서 나온 겁니다.

[신규철/학생(72세), 포토샵 2년차 : 애들도 참 좋아해요. (자녀들과) 대화할 수 있는 창이 되죠.]

[이희순/학생(75세), 포토샵 1년차 : 아주 깜짝 놀라요 애들이. '오 이거 할머니가 다한 거야?' '아 우리 할머니 최고다' 그러죠.]

가족들의 칭찬에 절로 웃음이 난다는 어르신들.

이런 짤을 보낼 때마다 무심코 넘겼던 게 기억나 괜시리 미안해집니다.

오늘만큼은 어버이가 보내주신 짤에 정성껏 화답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