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우즈, '카트 사용' 댈리 맹비난…"나는 부러진 다리로 플레이했다"

권종오 기자 kjo@sbs.co.kr

작성 2019.05.16 10:20 수정 2019.05.16 13:0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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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6일) 밤 골프 4대 메이저대회 가운데 하나인 2019 PGA 챔피언십이 미국 뉴욕주 파밍데일의 베스페이지 블랙 코스에서 막을 올립니다. 최대 관심은 지난달 마스터스에서 14년 만에 그린재킷을 다시 입으며 '황제의 부활'을 알린 타이거 우즈(44세)가 이 대회 개인 통산 다섯 번째이자 16번째 메이저 우승컵을 들어 올릴 것인가에 쏠리고 있습니다. 우즈가 만약 이 대회에서 정상에 오르면 샘 스니드가 보유하고 있는 역대 최다승(82승)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됩니다.
카트를 타고 있는 댈리 (사진=연합뉴스)또 하나의 관심은 '필드의 풍운아' 또는 '악동'으로 불려온 존 댈리(53세)가 골프 카트를 타고 플레이를 한다는 점입니다. 프로 대회에서는 선수들은 물론 캐디들도 골프 카트를 타는 것이 로컬룰로 허용하는 범위 외에는 엄격히 금지돼 있습니다. 하지만 댈리는 오른쪽 무릎에 관절염을 앓고 있다는 점을 들어 주최 측으로부터 카트 사용을 허가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존 댈리는 지난해 시니어 US오픈에도 미국 장애인복지법에 의거해 카트 사용을 신청했으나 미국골프협회(USGA)가 허락하지 않아 출전을 포기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기어이 카트 사용권을 따냈습니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오른쪽 무릎 골관절염에 시달리는 댈리가 PGA 챔피언십에서 카트로 이동할 수 있도록 승인을 받았다"며 "메이저 대회에서 선수의 카트 이동은 2012년 US오픈 케이시 마틴(47세·미국) 이후 댈리가 7년 만이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이번 대회를 주관하는 미국프로골프협회(PGA of America)는 "댈리가 미국 장애인복지법 정책과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한 의료진 소견을 보내왔다"고 카트 사용을 허가한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댈리는 무명 시절이던 1991년 PGA 챔피언십에 '대리 출전'해 깜짝 우승을 차지하며 이 대회 평생 출전권을 손에 쥐었습니다. 그는 350야드나 되는 엄청난 드라이브샷으로 이름을 날렸고 1995년에는 브리티시 오픈까지 제패하는 등 통산 5승을 거두며 한 시대를 풍미한 골퍼입니다. 댈리가 관절염을 이유로 카트를 타겠다고 하는 것에 대해 타이거 우즈는 이번 대회 공식 기자회견에서 "나는 부러진 다리로 걸어 다녔다"며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우즈는 2008년 US오픈 당시 절뚝거리면서 연장 포함 91홀의 사투를 펼친 끝에 극적인 우승을 차지했지만 그 후유증으로 바로 수술대에 오르면서 그 시즌을 마감해야 했습니다.

프로 골프 선수가 카트를 타면서 플레이를 해도 되는 것인가라는 논란은 이미 지난 2001년에 제기됐습니다. 선천적인 오른쪽 다리 혈행 장애로 걷기 어려운 케이시 마틴은 골프 대회에서 카트를 이용하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당시 PGA투어는 수용하지 않았습니다. 케이시 마틴은 "골프에서 중요한 것은 잘 치는 것이지 잘 걷는 것이 아니다"는 명언을 남기며 법정 소송까지 했고 결국 2012년 US오픈에서 카트 사용권을 허락받았습니다.
타이거 우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케이시 마틴은 스탠퍼드 대학 골프팀 시절 타이거 우즈와 한솥밥을 먹은 선수입니다. 2001년 이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르자 당시 타이거 우즈는 "마틴은 플레이할 수 있는 기회를 줄 만한 가치가 있는 선수이다"고 옹호했습니다. 존 댈리의 카트 사용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미국 내 여론도 이와 비슷합니다. 케이시 마틴은 선천적 장애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카트 사용을 인정할만한 합리적 요건을 갖춘 반면 존 댈리의 관절염은 일종의 부상이라는 것입니다. 부상을 이유로 카트 사용을 허용할 경우 앞으로 진단서를 제출하며 카트 사용을 요구하는 선수들이 계속 생기는 것을 어떻게 막겠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 2008년 10월 인천에서 열린 LPGA 투어 하나은행-코오롱 챔피언십 첫날 지은희와 김주미 두 선수가 카트 사용 규정을 위반해 실격을 당한 적이 있습니다. 골프규칙은 '플레이어는 위원회가 허가하지 않는 한 어떤 형태의 이동 수단도 타고 가서는 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홀 간 이동 거리가 길 경우 로컬룰에서 특정 홀을 지정할 수 있는데 지은희는 카트를 탈 수 없는 18번 홀∼1번 홀 구간에서 카트를 타 실격됐고 특히 2언더파 70타를 쳐 선두권에 올랐던 김주미는 캐디가 카트를 타는 바람에 실격을 당했습니다.

골프는 기술과 체력이 승부를 가르는 스포츠 중 하나입니다. 30도가 훌쩍 넘는 폭염 속에서 나흘 내내 걸어 다니며 플레이하는 선수와 카트를 타고 다니며 샷을 치는 선수의 체력 소모량은 크게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확률은 떨어지지만 4일 동안 카트를 타는 존 댈리가 만약 우승한다면 곧바로 형평성 논란에 휩싸이며 그 우승의 정당성이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를 것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존 댈리는 1-2라운드에서 우리나라의 양용은 선수와 동반 라운드를 합니다. 양용은 선수는 2009년 PGA챔피언십에서 타이거 우즈를 꺾고 아시아인 최초로 메이저 챔피언을 차지했는데 이번에 공교롭게도 골프 카트를 사용하는 존 댈리와 기량을 겨루게 됐습니다.

(사진=연합뉴스, 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