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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바다가 사나워지고 있다

[취재파일] 바다가 사나워지고 있다
바람이 강하게 불고 파도가 높게 치는 날에는 배를 오래 탄 베테랑들도 배를 타는 것이 쉽지 않다. 특히 멀미까지 하는 날에는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니다. 물론 풍랑특보까지 내려지면 출항 자체를 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바다가 점점 사나워지고 있다. 바람이 점점 강해지고 있고 물결 또는 점점 더 높게 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호주와 인도네시아 연구팀이 지난 1985년부터 2018년까지 33년 동안 31개의 인공위성이 관측한 10m 고도의 해상풍(海上風)과 파도 높이(波高)를 분석한 결과다. 위성에서 관측한 자료는 전 세계 해양 곳곳에 설치돼 있는 해상 기상 관측 장비인 ‘부이(buoy, 부표)’에서 관측한 자료와 비교·검증했다. 연구결과는 최고 과학 저널인 사이언스(Sciences) 최근호에 실렸다(Young and Ribal, 2019).

연구결과에 따르면 지난 30여 년 동안 전 지구 평균 해상 풍속과 파고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위 10%에 해당하는 강한 바람이 더욱더 강해지고 높은 파도는 더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북반구 해양보다는 남반구 해양에서 큰 변화가 나타났는데 남반구 해양의 해상풍은 지난 30여 년 동안 초속 1.5m가 강해진 것으로 밝혀졌다. 매년 초속 5cm 정도씩 바람이 강해진 것이다. 퍼센트로 보면 8% 정도가 강해졌다. 그 밖의 태평양과 대서양에서도 매년 초속 2~3cm 정도씩 강해진 것으로 분석됐다. 파고 역시 남반구 해양에서 가장 크게 높아졌는데 매년 1cm 정도, 30여 년 동안 평균 30cm 정도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퍼센트로는 5%가 높아진 것이다. 바다가 예전에 비해 점점 더 사나워졌다는 뜻이다.
 
아래 그림은 상위 10%에 속하는 강풍과 높은 파도가 지난 30여 년 동안 어떻게 변했는지 나타낸 것이다. 최대풍속은 세계 거의 모든 해양, 특히 남반구 해양에서 크게 강해진 것을 볼 수 있다. 반면 파고는 바람이 강해진 해양과 정확하게 일치하지는 않는다. 최대풍속은 거의 모든 해양에서 강해진 반면 최대파고는 남반구 해양에서는 크게 높아졌지만 적도 부근 중앙 태평양에서는 오히려 조금 낮아지거나 뚜렷한 경향이 나타나고 있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아래 그림 참조).
해상 최대풍속(U10)과 최대파고(Hs) 변화(1985~2018)(자료: Young and Ribal, 2019)
얼핏 보기에 평균 풍속 초속 1.5m, 평균 파고 30cm, 8%, 5% 증가라는 것이 별 것 아닌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평균적으로 바람이 더 강해지고 파도가 더 높아졌다는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 우선 항해하는 모든 선박이 지금까지 보다 더 큰 위험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안지방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 해안 침식이 점점 더 심하게 나타날 수 있고 해수 범람이 잦아질 수 있고 방파제나 해안도로, 건축물 등 해안 구조물은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앞으로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이 계속해서 상승하는 가운데 바람이 더 강해지고 파도까지 더 높아진다면 해안지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재난은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
 
대양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처럼 혹시 한반도 주변 해역의 바람도 강해지고 있을까? 연구팀의 연구 결과를 보면 남반구 해양처럼 뚜렷하고 크지는 않지만 한반도 주변 해역, 특히 동해상의 바람이 강해지는 것으로 붉게 표시되어 있다. 아래 그림은 2012년 1월부터 2019년 4월까지 7년 4개월 동안 울릉도 부이에서 관측한 월별 최대 풍속의 변화를 나타낸 것이다. 큰 변화는 아니지만 울릉도 부근 해상에서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최대 풍속이 강해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울릉도 부이는 북위 37.455도, 동경 131.114도, 울릉도에서 동남동쪽으로 약 20km 떨어진 곳에 설치돼 있다.
울릉도 해상 월별 최대 풍속 변화(자료: 기상청)
최근 들어 바다가 점점 사나워지고 있는 이유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가장 큰 원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한 가지 가능성은 자연 변동 즉, 바다 바람과 파도가 수십 년을 주기로 강해졌다 약해졌다 반복하는 것이다. 하지만 기후변화가 어느 정도 기여하고 있는지 또 자연 변동이 어느 정도 기여하고 있는지,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는지는 아직 분명하지가 않다. 추가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인류는 해수면 상승과 함께 점점 더 사나워지고 있는 바다에도 대비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참고문헌>
 
* Ian R. Young and Agustinus Ribal, 2019 : Multiplatform evaluation of global trends in wind speed and wave height, Science, DOI:10.1126/science.aav9527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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