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보사 바뀐 세포' 알고도 숨겼나…"황우석 사태보다 심각"

조동찬 의학전문기자 dongcharn@sbs.co.kr

작성 2019.05.06 20:40 수정 2019.05.07 15:5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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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에는 저희가 계속 취재해 온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 문제점 이어가겠습니다. 연골 세포가 있어야 할 자리에 엉뚱한 세포가 발견돼 인보사 판매가 중지되자 약을 만든 코오롱은 2년 전 식약처에서 허가받을 때에는 그런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해왔습니다.

그런데 코오롱의 미국 자회사가 식약처 허가를 받기 이미 4달 전에 연골세포가 아니라 종양을 유발할 수 있는 세포라는 것을 알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코오롱이 거짓말을 했다는 의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조동찬 의학전문기자입니다.

<기자>

골관절염 주사 치료제 인보사에서 엉뚱한 세포가 있다는 게 알려진 건 지난 3월 말입니다.

당시 코오롱 생명과학은 2017년 7월 식약처 허가를 받을 때는 몰랐고 올해 STR이라는 정밀한 유전자 검사를 처음 해봤는데 이때 알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우석/코오롱생명과학 대표(지난달 1일) : 저희가 자발적으로 한 번 STR(유전자 검사)을 해 본 겁니다, 이번에. 그전까지는 어디서도 STR을 요구하는 데 없습니다. 지금도 STR을 공식적으로 요구하는 데 없습니다.]

그런데 코오롱 생명과학은 불과 한 달 전 회사대표가 한 발언을 지난 3일 공시를 통해 뒤집었습니다.

코오롱생명과학 미국 자회사가 "2017년 3월, 위탁생산업체로부터 인보사 2액이 293 유래세포, 즉 종양유발가능 신장세포이지만, 생산에 문제가 없다는 내용을 통지받았다."라고 밝힌 겁니다.

인보사의 식약처 허가 넉 달 전입니다.

최소한 자회사가 인보사 주사에 연골세포가 아닌 종양유발가능 신장세포가 있다는 것을 허가 넉 달 전에 통보받아놓고도 정작 식약처 허가는 연골세포로 받았다는 얘기가 됩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미국 자회사 직원이 인보사 주사에 신장 세포가 있다는 사실을 빠뜨린 채 본사에 보고한 것 같다고 해명했습니다.

식약처는 미국 자회사가 신장세포임을 통보받고도 허가 절차가 진행된 사실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오는 20일쯤 미국 현지 실사를 벌인 뒤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영상취재 : 김현상, 영상편집 : 오영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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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Q. '자책골 공시' 이유는?

[조동찬 의학전문기자 : 코오롱 생명과학은 일본 제약회사와 지금 소송 중입니다. 5천억 원을 받고 기술을 이전하기로 했는데 일본 제약회사가 이를 취소하겠다고 소송을 한 겁니다. 일본제약회사 법률 대리는 국내 로펌이 맡고 있는데 이 소송 과정에서 코오롱이 2017년 3월, 즉 식약처 허가 넉 달 전에 연골세포가 아닌 엉뚱한 세포가 있다는 것을 코오롱 미국 회사로부터 통보받았다는 게 드러난 겁니다. 코오롱이 자책골인 줄 알면서도 공시할 수밖에 없었던 건 이 소송 때문으로 보입니다.]

Q. 금요일 오후 공시, 왜?

[조동찬 의학전문기자 : 이 사실이 공시된 건 5월 3일 오후 6시 즈음이었는데 그 시간에 공시된 사안이 또 있습니다. 바로 FDA 즉 미국 식약처에서 인보사 임상 3상을 중지하라는 공문을 코오롱에 보내왔다는 겁니다. 코오롱은 취소가 아니라 중지일 뿐이라며 협상을 통해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대면 미팅 없이 문서로 통보한 것은 사실상 취소로 봐야 한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Q. 제2의 황우석 사태?

[조동찬 의학전문기자 : 두 가지 점에서 저는 황우석 사태보다 심각하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황우석 사태는 논문 조작에서 일단락됐습니다. 피해받은 환자가 없었죠. 하지만 인보사는 허가 서류에 없고 전 세계에서 허가된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약이 우리나라 3천7백여 명, 미국인 1백여 명 정도에게 이미 투여됐습니다.

둘째, 황우석 사태는 불미스럽긴 하지만 문제를 발견한 건 우리나라 전문가였습니다. 그런데 인보사의 경우에는 엉뚱한 세포가 있다는 건 미국에서 드러났고 그게 식약처 허가를 받기 전이라는 사실은 일본 제약회사의 소송과정에서 밝혀졌습니다. 우리나라 식약처는 사실상 지금까지 밝힌 게 없습니다.]

Q. 관련 주주들의 항의?

[조동찬 의학전문기자 : 네, 기사 댓글 그리고 제 이메일로 주주분들이 항의가 많았는데, 마음으로는 이해합니다만 정확한 사실을 알려 드리는 것이 코오롱 생명과학, 코오롱 티슈진 주주들께 더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앵커>

네, 사실을 숨기기보다 진실을 밝히고 바로잡는 게 더 큰 피해를 막는 길일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