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히토 전 일왕이 재위 시 해왔던 '위령의 여행' 뒤에 숨은 일본의 정치권이 '속죄' 의무를 일왕에 떠넘긴 채 과거를 잊고 있다는 지적이 일본 주요 언론매체에서 제기됐습니다.
이는 일왕과 '천황제'에 대한 비판이 금기시되고 있는 일본 사회에서 주류 언론에서 제기한 지적이라는 점에서 주목됩니다.
아사히신문은 오늘(6일) 일왕을 '국가와 국민 통합의 상징'으로 규정한 일본 헌법 1조에 대한 기획 기사를 '가해의 역사 마주 보는 것은 누구'라는 제목으로 실었습니다.
아사히신문이 이 기사에서 중점적으로 분석한 것은 아키히토 전 일왕의 '위령의 여행' 행보와, 이와 반대로 과거사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아베 신조 정권의 자세였습니다.
신문은 "아키히토 일왕이 몇 번이나 전쟁 지역을 방문해 과거를 마주 봤지만, 정치의 세계에서는 역사 인식을 얼버무리며 '미래 지향'을 강조하는 풍조가 퍼졌다"고 지적했습니다.
아키히토 전 일왕은 일왕 재위 시 태평양전쟁의 국내외 격전지 등을 돌면서 희생자를 추모했습니다.
패전 70주년인 지난 2015년 8월 15일 '전국 전몰자 추도식'에서는 과거사에 대해 "깊은 반성"이라는 표현도 썼습니다.
이런 행보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지만, 정작 과거에 대해 사죄할 책임이 있는 일본 정부의 무책임을 덮는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아사히신문은 일왕의 이런 행보에 대해 "정치적 권능을 갖지 않은 '상징 천황'으로서 아슬아슬하게 선을 넘을 듯 말 듯한 것으로 보였다"면서 "반면 아베 정권은 (전국 전몰자 추도식에서) 역대 총리가 했던 가해 책임이나 '깊은 반성'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헌법에 따라 일왕의 직무는 국사 행위를 행하는 것에 한정돼 있으며, 국정에 대한 권한을 전혀 갖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일왕이 과거에 대해 "반성"이라는 표현을 쓰고 희생자에 대한 추모의 행보를 하는 것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아사히는 "정치가 본래 해야 할 속죄를 '천황'에게 맡기며 안심하고 과거를 잊은 것 같다"며 "어떻게 국민주권을 실현할지에 대한 긴장감은 엿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