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경제] 장애인에 의한, 장애인을 위한 정장…의류업계 새 바람

권애리 기자 ailee17@sbs.co.kr

작성 2019.05.06 10:20 수정 2019.05.06 12:0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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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와 생활 속 경제 이야기 나눠봅니다.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오늘(6일) 늘 필요했던 제품들인데 이제서야 나오기 시작하는구나 싶은 옷 얘기 취재하셨다고요?

<기자>

네, 어떤 옷들인지 그냥 같이 보면서 말씀드릴게요. 언뜻 보기에는 그냥 평범한, 단정한 옷들이죠. 이른바 '세미 정장'이라고 많이 말하는 비즈니스캐주얼 군의 의류입니다.

그런데 보통 셔츠로 보이는 이 옷 같은 경우는 겉에 달린 단추는 실은 장식일 뿐이고요, 대신 안쪽으로 자석 버튼들이 붙어 있습니다.

그래서 일일이 손으로 단추를 끼고 풀고 하지 않아도 되게 한 번에 붙이고 뜯어서 입고 벗을 수 있습니다. 치마도 마찬가지입니다.

입고 앉아있으면 그냥 보통 치마를 입은 것처럼 보이겠지만요. 뒤쪽은 통 넓은 바지고, 양옆으로 지퍼가 길게 달려서 굉장히 입고 벗기 쉽게 돼 있습니다.

그리고 지퍼 끝이 중요한데, 잘 안 쓰는 동그란 고리입니다. 그래서 손가락을 넣는 것만으로 내리고 올리기 쉽습니다.

움직임에 불편함이 없는 사람들이 입어도 좋겠지만요. 전부터 이런 옷들이 꼭 필요했는데, 구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있습니다.

휠체어를 타시는 분들을 비롯해서 손발의 움직임이 불편한 장애인들입니다. 입고 벗는 문제뿐만 아니라 이분들의 활동성도 고려해야 하거든요.

보시는 것처럼 휠체어를 자기 손으로 밀다 보면 어깨 부분이 잘 늘어나지 않는 옷은 입기 어렵겠죠.

그런데 이건 재킷의 어깨가 이중이고, 안쪽이 밴드로 돼 있어서 움직이기 쉽습니다. 지난달 말에 국내 한 패션기업이 전용 온라인몰을 열고 내놓은 새 브랜드입니다.

장애를 가진 분들도 예쁘게 입을 수 있되, 자기 스스로 입고, 벗고, 활동하기 편한 옷들을 맞춤형으로 디자인한 겁니다.

[윤대영/척수 장애인 : 저는 손이 많이 불편하거든요, 다리도 마찬가지고. 자신감이 좀 생겼고요. 혼자서 할 수 없던 것, 그런 것들을 혼자 입을 수도 있고. 그리고 (밖에) 나와서도 내가 불편함 없이 다닐 수 있으니까. 그리고 디자인이 많이 좋아졌고. 멋있게, 편하게 다닐 수가 있어서 자신감이 일단 생긴 것 같아요.]

<앵커>

저런 옷은 장애가 없으신 분들도 환영할만한 그런 옷인 것 같은데, 그러고 보니까 장애인분들은 기존에 옷 사 입기가 상당히 쉽지 않았겠다. 그런 생각도 드네요.

<기자>

얘기를 들어보니 무조건 큰 옷을 사서 입기도 하고, 옷을 사더라도 일일이 수선해서 입는 경우들도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보통은 입고 벗을 때 옆에 꼭 누가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장애인들이 스스로 입기 편한 옷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려는 시도는 계속 있었습니다.

국내 한 대형 온라인몰과 의류회사가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누구나 입고 벗기 편한 제품군을 같이 개발해서 지난 연말부터 판매하고 있기도 하고요.

실제 장애 자녀를 둔 어머니가 본인과 자녀들이 그동안 겪었던 불편을 고려해서 뇌 병변 발달 장애아동들과 청소년들에게 맞춤형인 의류를 개발하고 온라인 유통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런 시도들이 좀 더 다양해져야겠는데요, 지금까지 나온 장애인을 고려한 옷들은 아직은 이 분야가 너무 시작단계다 보니까, 대부분 '편하게 입는 것' 자체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이번에 나온 브랜드의 특징은 패션기업에서 정장으로서의 디자인, 패션을 충분히 고려한 제품을 내놨다는 것입니다.

국내 장애인이 300만 명에 이르고요. 경제활동, 사회생활을 하는 장애인도 100만 명 가까이로 추산되는데요, 사실 이 소비자들이 자리에 따라서 격식을 갖추고, 멋도 부리고, 되도록 혼자 움직일 수 있는 권리에 대한 고려가 이제 업계에서 좀 시작된 것으로 보입니다.

[조항석/'장애인 맞춤 정장' 개발기업마케팅팀장 : 재활의학과 전문의라든가 장애인 분들과 계속 미팅을 하면서 상품을 계절별, 상황별로 좀 더 다양화해서 실제로 멋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비즈니스 상황에서 편하게 입으실 수 있는 옷들을 공급하려고 (합니다.)]

<앵커>

어쨌거나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지만, 이런 시도가 여러 군데 기업에서 좀 다양하게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기자>

네, 실제 장애 소비자들이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많으니까요. 우리나라는 정말 시작단계고요, 미국이나 유럽의 의류, 또 스포츠용품 대기업들 같은 경우에는 몇 년 전부터 패션을 충분히 고려한 장애인 맞춤형 제품군에 대한 개발과 유통이 좀 더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지퍼로 신고 벗는 런닝슈즈 같은 제품도 좋은 예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지난 평창올림픽 때 공식 후원사였던 아웃도어 브랜드에서 패럴림픽 선수들의 활동성과 디자인을 같이 고려한 단복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큰 기업들이 아무래도 좀 더 원활하게 착수할 수 있는 이런 제품군 개발이 좀 더 지속성을 갖고 이어지는 게 바람직하겠습니다.

사실 오늘 말씀드린 옷들은 지금 보시는 분들 중에서 "내가, 또는 가족이, 저런 옷이 필요했는데" 하실 분들이 바로 찾으실 수 있게 저도 브랜드를 좀 말씀드리고 싶지만요. 방송 뉴스라 제한이 좀 있습니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소개를 해 드리니까요. 찾아보셨으면 하고 조심스럽게 말씀을 드리고요, 다양한 장애에 대한 맞춤형 의류들의 개발이 좀 더 여러 기업에서 활발하게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