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한 화가 아들 흰 머리 조수 아빠

조기호 기자 cjkh@sbs.co.kr

작성 2019.04.30 18:2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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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한 화가 아들
흰 머리 조수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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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저 이 물감 좀 짜주세요”
“아버지 붓 손잡이 좀 바꿔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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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에 물감이 너무 많이 묻어서…
아버지 붓 한번만 좀 닦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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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한 아들의 조수 역할을 하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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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부탁하는 경식 씨의 마음도
편하지는 않았습니다.

“아버지도 사람인데 힘들죠.
그래서 일부러 한 번에
몰아서 부탁했었어요.”

- 임경식 / 구필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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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살 사고 이후
목 아래로 움직일 수 없는
지체장애인이 된 경식 씨.
그는 입으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
구필 화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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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갈아입기, 식사, 
이젤 위치 조정, 물 뜨기, 붓 골라 놓기…’

경식 씨의 삶에서 아버지는
빼놓을 수 없는 존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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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이제 밤에 주무시다
무슨 일이 생길 수도 있을 만큼
나이가 많이 들었거든요.
저를 돌보기엔 힘에 부치죠.”

- 임경식 / 구필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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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좀 틀어줘.”
“이젤* 스위치 좀 켜줘.”

현재 경식 씨의 옆을 지키는 건
사회복지사,
그리고 작은 인공지능 스피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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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체장애인을 위해 AI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 스피커.
스피커는 경식 씨의 말 한마디로
작업실의 불도 켜주고
이젤의 높낮이도 바꿔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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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늦게 잠이 안 와서
음악이 듣고 싶을 때 난감했었죠.
아버지를 깨울 수 없잖아요.
그럴 때 스피커가 유용해요.”

- 임경식 / 구필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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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어느 봄날,
경식 씨는 그의 조수 덕분에
혼자 밖을 나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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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약자 정보를 알려드릴게요.
지상 엘리베이터는
2번, 3번 출입구 근처에 있고
현재 정상운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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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도움 없이는
세상 밖으로 나오기 힘들었던 경식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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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하늘에 하얀 벚꽃.
경식 씨는 눈 안에 담아온 벚꽃을
화구로 한 땀 한 땀 그립니다.

아버지를 위한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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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경식 씨 마흔둘,
아버지는 여든.
경식 씨는 매 순간
독립을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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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 독립이란
먹고 자고, 그런 일상적인 행동을
아무 생각 없이 할 수 있는 것.

그냥 ‘일상’이 독립이에요.
그런 일상을 꿈꿔요.”

- 임경식 / 구필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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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도 비장애인과 같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환경.
그런 환경을 만드는 기술.

우리가 계속 고민해야 할
당연한 숙제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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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저 붓 좀 닦아주세요."
"아버지 저 물감 좀 짜주세요."

머리가 희끗희끗한 아버지에게 끊임없이 무언가를 부탁하는 장성한 아들. 아들 임경식 씨는 올해 마흔둘, 아버지는 여든입니다.

아버지에게 끊임없이 부탁하는 경식 씨의 마음도 당연히 편할 리 없습니다. 하지만 이 부자에게는 어쩔 수 없는 사연이 있습니다.

글·구성 김경희 / 그래픽 김태화 / 기획 조기호 / 제작지원 LG U+

(SBS 스브스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