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 증거인멸' 자회사 임직원 구속…'윗선' 겨냥 수사 탄력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증거인멸 혐의 등을 받는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 임직원 2명이 어제(29일) 구속됐습니다.

이는 검찰이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의 고발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수사에 착수한 이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신병을 확보한 사롑니다.

검찰이 분식회계를 둘러싼 삼성그룹 차원의 증거인멸 조작을 의심하는 가운데 '윗선'을 겨냥한 수사에도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서울중앙지법 신종열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어젯밤 삼성바이오에피스 상무(경영지원실장) 양 모 씨와 부장 이 모 씨의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신 부장판사는 어제 오전 10시 30분부터 4시간 30분가량 진행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 염려가 있는 등 구속 사유가 인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송경호 부장검사)는 증거위조와 증거인멸,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이들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이들은 지난 2017년 모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금융감독원 특별감리와 이후 검찰 수사에 대비해 관련 회계자료와 내부 보고서 가운데 문제가 될 만한 기록을 삭제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에피스는 직원 수십 명의 노트북과 휴대전화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뜻하는 'JY'나 '합병', '미전실' 등 단어를 검색해 문건을 삭제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에피스는 회계자료를 조작해 금융당국에 제출한 뒤 원래 작성된 문건인 것처럼 꾸미는가 하면 영구삭제프로그램을 동원해 직원 수십 명의 업무용 컴퓨터 등에 저장된 자료를 없앤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특히 검찰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의 핵심 쟁점 중 하나인 에피스의 콜옵션 평가 부분도 조작·삭제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검찰은 2012년 작성된 삼성 내부 문건에서 에피스의 콜옵션을 외부 기관으로부터 평가받은 내용을 찾아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설립 초기 에피스 가치를 평가하는 것이 불가능해 콜옵션을 부채로 인식하지 않았다'는 삼성 측 주장과 배치되는 것입니다.

양 씨 등 에피스 임직원들은 검찰 조사에서 자체 판단으로 관련 자료를 삭제했다면서도 윗선 개입 여부에는 입을 다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이 같은 증거인멸에 삼성전자 사업지원 TF(태스크포스) 임원들이 직접 관여한 정황을 잡고 추가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사업지원 TF는 삼성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옛 삼성전자 미래전략실(미전실)의 후신으로 통합니다.

검찰은 그제 삼성전자 상무 백 모 씨를 증거인멸 등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습니다.

검찰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회사인 에피스가 분식회계 관련 회계자료와 내부 보고서 등을 삭제할 당시 백 씨가 직접 현장에 나가 증거인멸을 지휘한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검찰은 증거인멸이 장기간·조직적으로 이뤄진 점, 삼성전자 TF 소속 임원이 투입된 점 등에 주목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과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사이의 관련성을 집중적으로 파고들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