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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조직 신고했는데 "신고 안 돼요"…황당 답변

112에 신고했더니 "182로 신고하라"

<앵커>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한 사람이 지난 한 해에만 5만 명 가까이 됩니다. 한두 번 문제가 된 게 아닌데 아직도 이렇게 많은 피해자가 생기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보이스 피싱 조직과 일할 뻔한 사람이 경찰에 신고했는데도 접수하는 것조차 힘든 일이었습니다.

제보가 왔습니다에 박재현 기자입니다.

<기자>

주말 아르바이트를 구하던 직장인 이 모 씨는 지난 18일 한 인터넷 카페에서 파격적인 채용 공고를 발견했습니다.

일당 50만 원이란 조건이 믿기지 않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공고를 낸 사람과 접촉해봤습니다.

보이스피싱 중간책이었습니다.

[이 모 씨/제보자 : 정확히 어떤 일이냐고 물어봤더니, 말 그대로 (보이스피싱) 수거책을 하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중간책이 보낸 메시지에는 '검사 심부름을 왔다'고 하고 금융감독원 대리 직원인 척 가서 현찰을 받아오면 된다고 적혀 있습니다.

받아온 금액의 3%를 주겠다며 불법적인 일이라고까지 대놓고 말했습니다.

괜한 일에 엮이지 않을까 불안감도 있었지만 피해자가 나오는 걸 막아야겠다는 생각에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이 모 씨/제보자 : (이틀 연속으로) 제가 겪었던 일이 (기사에) 똑같이 나와 있는 거예요. 생각을 해보니까 이 시간에도 많은 사람에도 이런 거에 홀려서 하겠구나. 이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신고를 한 거죠 112에.]

112에 문자로 중간책과 주고받았던 메시지와 관련 내용을 신고했지만 돌아온 답은 경찰 관련 민원 전화인 182에 신고하란 것이었습니다.

기왕 결심한 일, 182에 전화했지만 더 황당한 답만 들었습니다.

[이 모 씨/제보자 : 직접적으로 피해를 본 게 아니면 신고를 못 한대요. 피해사실이 있어야만 신고를 할 수 있다는 거예요.]

마지막으로 관할 파출소에 연락해봤지만 역시나 허사였습니다.

[파출소 경찰관 : 신고 접수가 안 들어왔어요. 112에 신고하셔서 제가 문자 신고 접수했는데 왜 접수가 안됐는지 거기서 물어봐야돼요. 우리는 그 쪽에서 지령을 해줘야 출동하는 부서고요.]

이런 사례는 이씨뿐만이 아닙니다.

인터넷에는 경찰에 보이스피싱 정보를 제공했지만 피해가 없다며 접수조차 하지 않았다는 관련 사례들이 적지 않게 올라와 있습니다.

왜 이럴까?

112 접수 시스템은 긴급 출동 필요성에 따라 신고 내용을 코드0부터 코드4까지 모두 다섯 단계로 분류합니다.

코드0에서 쓰리까지는 112가 접수해 출동하지만 코드4는 경찰 민원 신고인 182로 넘기는 방식입니다.

이 씨 등의 신고도 코드4로 분류돼 182로 넘어간 건데, 182는 112와 달리 직접 사건 접수를 받지 않고 관련 부서만 안내하게 돼 있습니다.

결국 긴급 출동 사항이 아니면 신고자가 직접 범죄정보를 갖고 경찰서를 방문해 관련 부서에 고발해야만 하는 겁니다.

[이 모 씨/제보자 : 그 사람들을 다 잡아달라는 건 아니잖아요. 이런 방식으로 사람들을 홀리고 접근을 하니까 (수사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범죄 특성상 신고가 결정적인 보이스피싱 수사 시스템에 구멍이 뚫린 셈입니다.

[곽대경/동국대 경찰학과 교수 : 시민들이 범죄에 관한 제보나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에 경찰에서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내부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지난해 발생한 보이스피싱 피해는 4만 8천7백 명, 4천4백억 원에 이릅니다.

국민을 대상으로 보이스피싱 예방 요령을 홍보하기에 앞서 경찰부터 피해 발생 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수사 시스템 도입이 절실합니다.

(영상취재 : 정성화·김용우, 영상편집 : 김종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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