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존재 자체가 우리에게 희망, 고통, 각성 등 복합적인 느낌을 준다"며 "그를 통해 정치의 본질을 깨달았다"고 말했습니다.
이 총리는 어제(27일) 저녁 서울 신촌의 한 영화관에서 영화 '노무현과 바보들'을 본 뒤 노무현재단 장학생, 영화에 출연한 '노사모'회원들과 뒤풀이를 가졌습니다.
이 총리는 "노무현 하면 떠오르는 것은 희망"이라면서 "바보도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희망, 권위주의와 지역주의가 허물어질 수 있다는 희망,노사모로 대표되는 보통 사람들이 뭔가를 할 수 있다는 희망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및 당선인 시절 대변인을 역임했던 이 총리는 "당시 출입 기자들에게 2002년 대선의 정치사적 의미에 대해 '포 더 피플'에서 '바이 더 피플'의 시대가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소개했습니다.
이 총리는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이 당한 수많은 조롱, 경멸, 턱없는 왜곡, 그것을 막아내지 못한 우리의 무력감, 지켜드리지 못했다는 자책감에서 오는 고통이 있다"며 "민주주의가 만만한 것이 아니구나, '바이 더 피플'은 부단한 과정에서 온다는 각성을 알려주셨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총리는 그러면서 "노무현을 흔들고 왜곡하고 조롱했던 사회구조가 개선돼 있다? 그렇다고 답할 자신이 없다"라고도 말했습니다.
또한 "우리 사회는 가짜 포만감 같은 게 있다"며 "충분히 만끽하고 있는 것 같은데 가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총리는 노 전 대통령과의 일화를 소개하며 "TV 토론을 앞두고 넥타이와 표정을 어떻게 하셔야 한다고 이야기했더니 '그게 왜 중요합니까'라고 역정을 내시더라"며 "TV를 보는 국민은 꾸민다고 해서 넘어가지 않고 정치인의 뒷모습도 다 본다"며 "그것을 일찌감치 간파하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정치는 기교보다는 지향이다. 무엇을 지향하는가, 지향을 향해 얼마나 끊임없이 노력하고 고민하는가, 이것의 축적이 좋은 정치인으로 가는 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총리는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분당 사태 때 민주당 당적을 유지하면서도 노 전 대통령의 탄핵에는 당론과 달리 반대표를 던진 것에 대해 "당에서는 회색분자라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특별한 철학이라기보다 정치가 그럴 것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