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k] '진주 살인범' 안인득 공포에 시달린 주민들, "빨리 와줘요" 요청에 경찰 "알고 가야죠"

한류경 에디터, 김도균 기자 getset@sbs.co.kr

작성 2019.04.25 11:50 수정 2019.04.25 13:3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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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Pick] 진주 살인범 안인득 공포에 시달린 주민들, "빨리 와줘요" 요청에 경찰 "알고 가야죠"
'진주 방화·살인범' 안인득이 끔찍한 범행을 저지르기 전 주민과의 마찰 등 수차례 '이상 신호'를 보였지만 경찰이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안인득과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공포에 시달렸던 주민들이 그간 안인득의 폭력행위에 대해 신고한 경찰 녹취록이 공개됐습니다.

오늘(25일) CBS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관련 녹취록을 확보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매체가 공개한 녹취록 자료에 따르면, 안인득의 폭력행위에 경찰출동을 요청한 신고는 2018년 9월 26일부터 지난 3월 13일까지 모두 8건인데, 3월 3일부터 13일까지 열흘 사이에만 무려 5건이 집중됐습니다.

이 중 녹취파일 보존 기간인 3개월이 지난 신고 2건을 제외한 나머지 6건의 신고 녹취록이 공개됐습니다.

공개된 녹취록에는 '안인득 공포'에 시달리는 아파트 주민들의 다급한 목소리가 반복적으로 담겼지만, 급박한 상황에 비해 경찰의 응대가 미흡했던 부분이 확인됐습니다. 심지어 경찰은 출동 후에도 대부분 '계도 후 현장 종결'처리했으며, 술집에서 망치를 휘두른 안인득을 다음 날 풀어주기도 했습니다.
진주 묻지마 살인매체가 공개한 첫 번째 녹취록은 안인득 윗집 주민의 신고 내용입니다. 윗집 주민은 지난 2월 28일 오전 7시 17분, 층간소음 문제로 폭력을 행사한 안인득과 지금 만나기로 했다며 경찰에게 빨리 와달라고 다급하게 요청했습니다. 이 주민은 지난해 9월 안인득으로부터 아파트 출입문에 오물 칠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공포에 질린 주민은 경찰에 "층간 문제 때문에 그렇긴 한데 지난번 우리 집 앞에 오물을 뿌리고 가서 제가 신고한 적이 있다"며 "방금 출근하는데 우리 집 바로 아래층 남자(안인득)가 달걀을 던지면서 폭언을 퍼부었다. 지금 만나기로 했는데, 지금 와야 한다. 불안해서 못 산다"고 두려움을 호소했습니다.

그러자 경찰은 "내용을 알고 가야 한다. 빨리 가는 거 좋은데 알고 가야죠…"라며 "지금 그 사람이 찾아오기로 했다는 이런 말입니까 와있다는 말입니까"라고 말했습니다.

당시 출동한 경찰은 '안인득이 신고 내용을 인정했고, 신고자가 차후 같은 일이 벌어지면 다시 신고하기로 했다'며 '현장 종결' 처리했습니다.
진주 아파트 방화범두 번째 녹취록에는 2월 28일에 신고했던 윗집 주민이 다시 신고한 내용이 담겼습니다. 3월 3일 오전 8시 38분, 윗집 주민은 집 앞에 오물이 뿌려져 있다고 신고했습니다. 이 주민은 과거에도 안인득에게 오물 칠을 당한 적이 있어 이번에도 안인득을 의심했지만, 경찰은 'CCTV 설치 상담'을 하고 이 사건도 '현장 종결' 처리했습니다.
진주 방화 흉기난동 사건 현장 (사진=연합뉴스)3월 8일 오전 6시 49분, 한 주민이 "마약 한 사람이 있는 것 같다"며 신고를 했습니다. 이는 안인득이 출근길 주민들에게 시비를 거는 등 행패를 부린다는 신고 전화였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마약 했는지 어떻게 아냐"고 반응했습니다.

주민이 "(안인득이) 아침에 시비를 걸고 눈을 보니 풀려 있었다"며 "(마)약을 했다고 주장하는 건 아니고 그런 것 같다"고 하자, 경찰은 "출동은 하는데 괜히 오해 살 요점이 있으면 안 되니까 근거가 있는지 물어보는 거다"라고 말했습니다.

경찰은 이 사건 역시 '상호 간에 욕설만 하고 폭행 등 피해 사실은 없다'며 '계도 후 현장 종결'했습니다.

불과 이틀 뒤인 3월 10일 오후 10시 20분, 이번엔 호프집에서 안인득이 망치를 휘두르며 행패를 부린다는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안인득을 현행범으로 체포했지만, 다음 날 피해자와 합의됐다며 안인득을 풀어줬습니다.
진주 방화 흉기난동 사건 현장 (사진=연합뉴스)이틀 뒤 3월 12일 오후 8시 46분, 안인득의 폭력에 시달려온 윗집 주민이 또다시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경찰이 시키는 대로 CCTV를 설치했는데, 안인득이 다시 오물을 뿌리며 행패를 부린다는 신고 전화였습니다. 이날도 경찰은 '발생보고(형사과 인계)'만 하고 종결했습니다.

다음 날 3월 13일, 윗집 주민의 마지막 신고 전화였습니다. 이 주민은 "어제 제가 아랫집(안인득 집)때문에 경찰 접수를 했다. 오늘 전화기를 안 가지고 내려왔다"며 "이게 경비아저씨 전화기인데 내려오자마자 욕을 하고 그래서 집에 올라가지도 못하고 어떻게 해야 하냐"라고 호소했습니다. 이어 "(안인득이) 욕을 하고 따라서 오더니만 제가 경비아저씨를 만나서 전화를 하니까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며 "저 집에 못 올라가겠다"고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경찰은 역시 '폭행 등 사실 없고 욕설만 했다'며 '계도 후 현장 종결' 처리했습니다.
진주 방화 흉기난동 사건 현장 (사진=연합뉴스)그로부터 한 달이 지난 4월 17일 새벽 4시 30분쯤 4층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른 뒤, 대피하는 이웃 주민들을 향해 흉기를 휘두르는 끔찍한 난동을 벌였습니다. 이 사건으로 주민 5명이 숨지고 15명이 다쳤습니다.
진주 아파트 방화·흉기 난동 사망 사건사건 발생 수개월 전부터 조현병으로 이상 행동을 보인 안인득에 대해 주민 신고가 잦았지만, 경찰은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경찰이 안인득의 질병 이력을 미리 조회하고 적극적으로 개입했다면 큰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경찰은 진주 방화·살인사건과 관련해 경찰 대응이 적절했는지 조사를 벌여, 그 결과에 따라 책임지고 사과하기로 한 상태입니다.

더불어민주당 권미혁 의원은 "이번 사건을 통해 자·타해 위험이 큰 중증정신질환자 관리에 사각지대가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정부 차원의 좀 더 촘촘한 관리와 대책이 필요하다"고 전했습니다.

'뉴스 픽' 입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