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판다] 1회 강의료 1,500만 원…총수 위한 '의견서 값' (풀영상)

탐사보도팀 기자 panda@sbs.co.kr

작성 2019.04.24 21:40 수정 2019.04.25 08:38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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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까지판다①] 의견서 한 통에 1,500만 원…교수들에게도 회삿돈 쓴 효성

<앵커>

SBS 탐사리포트 끝까지 판다, 오늘(24일)도 총수 일가 소송에 회삿돈을 쓴 효성그룹 이야기 사흘째 이어가겠습니다.

오늘은 효성이 총수 비리 사건에 거물급 전관 변호사들뿐 아니라 로스쿨 교수까지 동원했다는 내용으로 시작하겠습니다. 의견서 한 통 써 주는 대가로 효성이 교수에게 자문료 명목으로 수천만 원씩 줬는데 그 역시 총수 일가의 개인 돈이 아니라 회삿돈이었습니다.

먼저 유덕기 기자입니다.

<기자>

효성이 작성한 강사료 지급명세서입니다. 강의 날짜는 2013년 12월 20일. 서울의 한 로스쿨 교수가 이날 법률 관련 강의를 하고 1,500만 원을 받은 걸로 돼 있습니다.

강사료 받은 교수에게 무슨 강의를 했는지 물어봤습니다. 교수는 돈을 받은 건 맞지만 강의는 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A 교수 : 저도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는데. 지급 비목이 강의료로 되어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그냥 뭐 좀 황당했죠. (효성 관련) 어느 누구하고도 직접적인 접촉은 없었어요. 그것은 분명합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서울의 다른 로스쿨 교수도 효성에서 강의하고 1,500만 원을 받은 걸로 나옵니다. 이 교수 역시 강의는 하지 않았다고 SBS에 밝혔습니다.

회삿돈이 지급된 진짜 명목은 다른 데 있었습니다. 이들 교수도 검찰 출신 전관 변호사들처럼 효성과 법률자문계약을 맺었습니다. 형사사건 관련 법률 검토와 자문, 그리고 법률 의견서를 써주기로 하는 내용입니다.

착수금은 1,500만 원, 여기에 수사가 끝난 뒤 재판 과정에서도 의견서를 내면 500만 원을 추가 지급하는 조건입니다.

[로스쿨 교수 : (의견서 하나에) 보통 뭐 천만 원에서 삼천만 원… 형사사건에서 그렇게 하는 건 별로 못 봤는데요. 주로 큰 민사사건에서 주로 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두 교수는 자문 계약을 요청한 건 효성이 아니라 대형 로펌이었고 계약대로 의견서를 작성해 줬다고 말했습니다. 1천5백만 원은 강사료가 아니라 의견서의 대가였던 겁니다.

이 의견서는 총수가 관련된 비리 사건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A 교수 : ((페이퍼) 컴퍼니 관련해서 (의견서를) 주신 거죠?) 그렇죠. 저는 그거에 관해서 했어요. 효성하고 그것이 최고 지분을 가진 조석래 회장 있죠? 그 두 사람에 미치는 조세법상의 효과에 대해서 얘기를 해줬을 뿐이에요.]

교수들의 의견서는 영장실질심사 단계에서 제출됐습니다. 

[김남근/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 : 일반인들이 그런 비용을 내면서 의견서를 낼 순 없을 거고요. 일개 변호인의 의견이 아니라 '학계에서 상당히 통용되는, 학계에서는 상당히 논의되고 있는 그런 주제다'라는 암시를 (판사에게) 주기 위해 내는 거죠.]

이에 대해 효성은 두 교수의 의견서를 제출한 사실이 있고 자문료를 강의료로 처리한 건 업무 처리 관행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효성 관계자 : (교수 의견서는) 영장 실질심사 단계에서 제출한 게 맞다고… 어떻게 이렇게 많이 알고 계세요?] 

효성이 검찰 출신 전관 변호사뿐 아니라 교수들에게도 회삿돈을 써가며 총수 방어에 나선 겁니다.

(영상취재 : 제 일·강동철·조창현, 영상편집: 박진훈,  VJ : 김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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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까지판다②] 효성, 정치권 인사까지 대거 영입…'총수 구하기' 총력

<앵커>

총수 일가를 위한 효성의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전관 변호사, 방금 보신 대학 교수뿐 아니라 정치권 인사들까지 대거 영입했습니다. 많게는 4억 원이 넘는 돈을 줬는데 그 가운데는 아예 출근을 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의 역할을 뭐였을지, 계속해서 끝까지판다 팀 김지성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2015년 9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당시 조현준 효성 사장이 기업의 지배구조와 관련해 국감 증인으로 채택됐습니다.

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던 조 사장은 '재판을 받고 있는 데다 그룹 지배구조도 잘 모른다'는 이유로 국회 출석을 거부했습니다.

여야 의원 모두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김기식/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2015년 9월) : 조현준 증인의 불출석 사유서 어제 제출이 됐는데 수용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오신환/당시 새누리당 의원(2015년 9월) : 조현준 사장은 효성 일가의 장남입니다. 본인이 그룹의 지배구조를 알지 못한다고 하는 것은 잘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국정감사 직후, 효성은 여당 보좌관이나 관료 출신 5명을 고문과 자문위원으로 영입했습니다.

이들은 짧게는 9개월부터 길게는 2년 반까지 급여를 받았습니다.

급여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4억 원까지, 이들 가운데 1명은 조현준 당시 사장의 국회 증인 출석 문제를 해결하는 일을 했다고 털어놨습니다.

[효성 前 고문 A 씨 : 그 당시에 현안이 있었어요. (증인 출석 문제 때문에 그랬던 거죠? 증인 채택 문제….) 그때 그런 일도 있었어요, 잘 아시네.]

불출석에 따른 국회 고발을 막는 것도 주요 업무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효성 前 고문 A 씨 : (조현준 회장이) 증인 채택이 됐는데 안 나왔던 걸로 제가 알고 있어요. 그래서 아마 고발 조치를 하네 마네 그런 얘기가 있었죠. 국회에 증인 출석 요구하고 막 그러니까 국회 관계를 좀 (개선할) 필요성을 느꼈던 것 같아요.]

정치권 움직임을 파악하는 고문도 있었습니다.

[효성 前 고문 B 씨 : 기업에서도 정치권 동향과 경제 현황들을 묶어서 보기도 하지 않습니까? 그런 거 관련해서 보고서들이 죽 갔었죠.]

이 고문은 출근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효성 前 고문 B 씨 : 출근은 안했고요. 뭐 그 쪽에서 요청한 내용들이 좀 있었고 그거 관련해서 보고서들이 좀 갔었고요.]

조현준 당시 사장은 국회에 출석하지 않았지만 고발되지 않았습니다.

[박상인/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 기본적으로 로비스트 역할로 많이 쓰는 거죠.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좀 더 나쁘게 보면 사후적 보상으로 쓰기도 해요, 현직에 있었을 때 도와준 것에 대한….]

효성은 정치인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외부 전문가를 고문으로 위촉해 조언을 들었다며 지금은 정치권 출신 고문이 한 명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조창현, 영상편집 : 장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