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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스리랑카 테러' 배후 자처했지만 관여 정도에 의구심

스리랑카에서 320여명이 숨진 '부활절 테러'가 벌어진 지 만 이틀이 지나 수니파 극단주의조직 '이슬람국가'(IS)가 배후를 자처했지만, 실제 개입 정도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일고 있습니다.

IS 선전매체 아마크는 23일(현지시간) 오후 "IS의 '전사들'이 미군 주도 국제동맹군의 구성원과 기독교인을 겨냥한 공격을 수행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몇 시간 후 IS는 공식 성명서를 내고 공격을 수행한 '7명'의 이름을 공개하고, 이들이 '신성모독 휴일'에 공격을 감행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어 공격을 수행한 전투원들이 IS 우두머리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에게 충성을 서약하는 모습이라며 8명이 모여 있는 사진을 유포했습니다.

사진 속 8명 중 7명은 복면 차림으로 얼굴을 알아볼 수 없습니다.

얼굴을 드러낸 남성은 스리랑카 당국이 이번 공격의 주체로 지목한 '내셔널 타우히드 자마트'(NTJ)의 우두머리 자흐란 하슈미로 추정됩니다.

NTJ는 군소조직으로, 그동안 이력을 볼 때 이번 공격과 같은 고도로 조율된 연쇄 테러를 단독 기획·이행할 역량이 없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입니다.

스리랑카 정부 대변인인 라지타 세나라트네도 "NTJ 같은 작은 조직이 이번 일을 모두 했을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NTJ에 대한 국제조직의 지원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공격의 양상은 IS의 공격방식이나 행태와 흡사합니다.

테러 하루 후인 22일에는 IS 지지 성향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NTJ의 조직원처럼 보이는 3명이 IS의 깃발을 배경으로 '지하드'(이교도를 상대로 한 이슬람의 전쟁)를 다짐하는 사진이 유포됐습니다.

이번 공격에 IS의 '흔적'이나 '수법'이 감지되지만 IS가 이번 테러에 실제 개입했는지, 사전에 인지했는지에 관해선 의구심을 불러 일으키는 정황도 적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IS는 자신들의 개입 여부를 입증할 증거가 있는 경우 공격 직후, 테러의 충격이 고조된 단계에서 배후를 자처하며 선전효과를 극대화했습니다.

스리랑카 테러에서 IS는 테러가 벌어진 지 만 이틀이 지나서야 배후를 주장했습니다.

IS가 배후를 주장하며 '국제동맹군의 구성원'을 목표로 삼았다고 밝혔으나 스리랑카는 국제동맹군을 구성하는 79개국에 속하지도 않습니다.

그간 IS가 공격 주체와 사전 교감을 했을 경우 미리 확보한 신분증이나 맨얼굴 사진·영상을 제시하곤 했지만, 이번에 유포한 사진·영상은 복면 차림이어서 IS 지도부와 공격의 직접 관련성을 입증하지는 못합니다.

런던에서 활동하는 IS 연구자 아이멘 자와드 알타미미는 "IS가 사전에 공격계획을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상황 보도를 계속 지켜보다가 IS로 의심의 시선이 모이자, 배후를 자처해도 되겠다고 느꼈을 수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에 말했습니다.

IS가 직접적으로 공격 기획·수행에 가담한 것은 아닐 수도 있다는 분석입니다.

극단주의 감시매체 '시테'의 리타 카츠 대표는 "IS의 성명에 공격 세부사항이 제시된 것을 보면 테러에 관여했을 것으로 보이나 어느 정도 개입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할 부분"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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