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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행정처 前 간부 "행정처 오만했다…타성에 젖어 일해" 반성

법원행정처 前 간부 "행정처 오만했다…타성에 젖어 일해" 반성
▲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법원행정처 간부가 외교부로부터 강제징용 소송 관련 의견서를 부당하게 전달받은 사실을 인정하면서 반성의 뜻을 밝혔습니다.

다만,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양 전 대법원장이 강제징용 사건의 재상고심의 판결 방향을 뒤집기 위해 대법원 전원합의체 회부를 추진했다는 내용으로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은 법정에서 번복했습니다.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은 오늘(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윤종섭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임 전 차장에 대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이 부장판사는 임 전 차장이 강제징용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관련해 외교부 의견서를 받고 이를 양 전 대법원장에게 보고하는 과정에 동석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부장판사는 증언 말미에 발언 기회를 얻어 "의견서 제출 과정에서 외교부와 비공식으로라도 의견을 나눈 것 자체가 굉장히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며 "행정처가 너무 오만하게 타성에 젖어 일하다 보니 잘못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또 "일을 열심히 한다는 명목이었는지는 몰라도 잘못이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사법행정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던 저로서는 여러 가지로 송구스러운 마음"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오늘 재판에서는 2016년 이 부장판사와 임 전 차장 등이 조태열 차관 등 외교부 고위간부들을 만나 의견을 나누고, 이를 양 전 대법원장에게 보고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한다'는 구체적 언급이 있었는지가 쟁점이었습니다.

당시 소송은 전범기업 측이 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을 해야 한다는 쪽으로 상고심 판단이 내려진 상태였지만, 전범기업이 재상고해 사건이 다시 대법원에 넘어왔을 때였습니다.

전원합의체 회부는 기존의 상고심 판단을 뒤집겠다는 의도에서 양 전 원장과 임 전 차장, 이 전 실장 등이 추진했던 것이라고 검찰은 의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부장판사는 오늘 "임 전 차장이 조 차관을 만난 자리에서 '추진하겠다'고 한 것이 아니라 '전원합의체에 회부되면 이러한 절차를 거칠 것'이라고 설명한 것"이라며 "전원합의체 회부는 행정처 입장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진술했습니다.

이 부장판사는 당시 외교부 고위간부를 만난 경위에 관해서는 "외교부에서 의견서를 제출한다고 해 대법원 규칙도 바꿨는데 의견서를 제출하지 않아 독촉하러 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외교부 만남을 보고하러 간 자리에서 양 전 대법원장이 전원합의체 회부를 정확히 검토, 혹은 추진하겠다고 이야기는 안 했다"며 "'이제 (의견서를) 내기는 한대? 그래도 할 수 있을까?'라는 말은 했는데 전체적으로 보면 이번 사건에 대해 '의견서 검토도 해야 하고 신중히 처리해야 하는데 임기 중에 할 수 있을까'라는 느낌이었다"고 증언했습니다.

또 "전원합의체 회부 권한이 양 전 대법원장에게 없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회부하겠다'는 취지가 아니라 '시간이 좀 걸린다'는 차원에서 이야기할 수 있었을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부장판사는 진술을 번복한 데 대해 "검찰 조사를 받을 때 경황이 없었고, 당시 진술은 그런 취지가 아니었다"며 검찰에서 당시 상황을 설명한 것이 잘못 받아들여진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 부장판사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으로 징계를 받았고, 통합진보당 관련 행정소송에 개입한 혐의(직권남용) 등으로 지난달 초 기소됐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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