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판다②] 특수통 출신이 '기업 분할' 자문…"극히 이례적"

계약서 따로 실제 역할 따로?

김지성 기자 jisung@sbs.co.kr

작성 2019.04.23 20:38 수정 2019.04.23 21:5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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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회사를 위한 일이니까 회삿돈을 쓴 것이라는 효성의 해명이 믿을 수 있는 것인지 이번에는 다른 각도에서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효성은 검찰 수사가 진행되던 시기 역시 회삿돈으로 법무법인과 법률 자문 계약을 맺기도 했습니다.

회사 경영을 위해서였다고 하는데 정말 자문 계약서대로 자문을 받았을지 아니면 진짜 다른 목적이 있었던 것인지, 계속해서 끝까지판다팀 김지성 기자입니다.

<기자>

조현준 효성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한창이던 2017년 9월, 효성은 한 법무법인과 7억 원의 자문 계약을 체결합니다.

법무법인의 업무로는 효성의 기업 분할과 관련한 내용으로 돼 있습니다.

그런데 또 다른 효성 내부 자료를 보면 이 업무 담당 변호사로 검찰 출신 변호사의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이 변호사는 특수 수사로 이름을 날린 검찰 고위직 출신입니다.

이 전관 변호사에게 실제 자문한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물어봤습니다. 자신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법무법인이 기업 분할과 관련한 자문을 한 것으로 안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법무법인은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전관 변호사가 조현준 회장에게 법률 자문과 함께, 연륜이 있는 사람으로서 인생 상담을 해줬다는 것입니다.

효성도 기업 분할만을 위한 계약은 아니라는 점을 인정합니다.

[효성 관계자 : 고소 고발에서 촉발된 여러 법률문제들에 대해서 회사 차원의 대응이 필요했습니다. 주된 목적은 그쪽에 있었다고 보시는 게 맞습니다.]

계약서 따로, 실제 역할 따로인 셈입니다.

[민경한 변호사/전 대한변협 인권이사 : 검사장 출신은 민사 쪽에 약하기 때문에 기업에서 민사에 대해서 자문계약을 체결할 때는 일반적으로 법원 출신과 하지, 검사장 출신과 거액의 자문료를 지급하면서 자문계약 체결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죠.]

똑같은 내용의 계약을 거액을 들여 두 차례 맺은 경우도 있습니다.

효성은 2013년 11월과 12월 검사장 출신 변호사 1명과 두 번의 자문 계약을 맺습니다. 조석래 명예회장 부자가 검찰에 소환되기 직전입니다. 각각 17억 원과 10억 원에 달하는 계약입니다.

계약 기간 2년에 기업 경영과 관련한 일체의 법률자문을 해주는 조건인데, 액수와 계약 체결 날짜만 다를 뿐 나머지는 토씨까지 똑같습니다.

거액의 계약이 연거푸 체결된 이유도 석연치 않지만, 2년의 계약 기간이 시작되자마자 똑같은 계약을 다시 체결한 것 자체도 문제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김경률/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 : 17억 원을 주고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걸 또 똑같이 (체결하고) 돈을 준다, 이건 말이 안 되는 거잖아요. 이건 제 생각에 배임일 것 같은데요, 무조건.]

경찰은 전관 변호사들의 실제 역할이 무엇이었는지, 꼼수나 편법을 동원해 계약서들이 작성된 것은 아닌지 수사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제 일·조창현, 영상편집 : 장현기, CG : 박정권·홍성용, VJ : 김준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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