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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3주 연속 챔피언 가른 '1m 퍼트'

[취재파일] 3주 연속 챔피언 가른 '1m 퍼트'

권종오 기자 kjo@sbs.co.kr

작성 2019.04.23 08:4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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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경남 김해 가야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넥센 세인트나인 마스터즈 2019' 1라운드에서 조아연이 17번홀 퍼팅을 하고 있다.골프에서 '퍼팅은 돈'이란 격언이 있습니다. 퍼팅이 바로 순위와 상금을 가른다는 뜻이지요. 올해 국내 여자프로골프에서 이 말이 딱 들어맞고 있습니다. 3주 연속 1m 퍼트의 성공 여부에 따라 사실상 우승자가 결정됐기 때문입니다.

지난 7일 제주 서귀포의 롯데 스카이힐 골프장에서는 2019시즌 KLPGA 국내 개막전인 롯데렌터카 여자오픈 최종라운드가 열렸습니다. '특급 신인' 조아연 선수가 합계 9언더파로 먼저 경기를 끝낸 뒤 다른 선수들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장타자로 이름난 김민선 선수가 파5 18번 홀에서 세 번째 어프로치샷을 절묘하게 핀 1m에 붙였습니다. 버디 퍼트를 넣으면 조아연 선수와 동타가 돼 연장전을 통해 우승을 노릴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김민선의 버디 퍼트는 홀 왼쪽을 그대로 지나쳤습니다. 그린 주위에서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조아연은 2008년 유소연 선수 이후 11년 만에 신인으로 개막전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기쁨을 맛봤습니다. 반면 맥이 풀린 김민선은 1m 정도의 파 퍼트마저 넣지 못해 2위도 하지 못한 채 공동 3위로 대회를 마쳤습니다.
14일 울산시 울주군에 위치한 보라CC에서 열린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에서 조정민이 우승을 확정한 뒤 환호하고 있다. 꼭 1주일 뒤인 지난 14일 울산의 보라 컨트리클럽에서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 마지막 라운드가 열렸습니다. 한 홀을 남기고 김보아 선수는 합계 7언더파로 1타 차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김보아는 파4 18번 홀에서 1m 파 퍼트에 실패해 6언더파로 내려앉았습니다. 공이 야속하게도 홀을 거의 한 바퀴 돌아 나온 것입니다. 이후 챔피언 조에서 경기한 조정민 선수가 두 번째 샷을 핀 1m에 붙였습니다. 김보아가 파 퍼트를 한 곳과 거의 비슷한 자리에 공을 떨군 것입니다. 김보아와 달리 조정민은 1m 버디 퍼트를 놓치지 않고 넣어 합계 7언더파로 시즌 첫 승과 함께 통산 4승째를 거머쥐었습니다. 만약 김보아가 마지막 홀에서 파 퍼트에 성공했다면 결과적으로 조정민과 7언더파 공동 선두를 기록해, 연장전을 통해 우승을 노릴 수 있었던 점을 생각하면 본인으로서는 무척 아쉬운 대목이었습니다.

지난 21일 경남 김해의 가야 컨트리클럽에서 끝난 넥센 세인트나인 마스터즈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습니다. 최종 라운드 마지막 한 홀을 남기고 최예림 선수가 합계 10언더파로 신인 이승연 선수에 1타 앞선 단독 선두였습니다. 그런데 18번 홀에서 최예림은 1.2m 파 퍼트에 실패한 반면 이승연은 이보다 한 뼘쯤 짧은 1m 짜리 버디 퍼트를 집어넣으며 생애 첫 승을 역전 우승으로 장식했습니다. 최예림이 파 퍼트를 한 자리가 이승연과 거의 비슷한 데다 경사가 별로 없는 곳이어서 더욱 뼈아팠습니다.
21일 경남 김해 가야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넥센 세인트나인 마스터즈 2019' 최종 라운드에서 이승연이 2번홀 티샷을 날리고 있다. 결국 3개 대회 연속으로 1m 안팎의 퍼트가 우승 경쟁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 셈입니다. 언뜻 생각하면 골프가 직업인 선수들은 1m 퍼트를 거의 100% 넣을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미국 PGA 투어 통계에 따르면 3피트(약 91.4cm) 퍼트의 성공률은 95%이고 4피트(약 1.22m)는 86%입니다. KLPGA의 경우 1m 퍼트 성공률은 따로 분석되지 않았지만, 골프 전문가들은 약 90%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수치는 어디까지나 평균 성공률입니다. 짧은 퍼트라도 해도 내리막이나 좌우로 휘는 라인이면 성공률이 상당히 낮아집니다. 더군다나 우승 여부가 결정되는 최종 라운드 마지막 홀에서 짧은 퍼트를 앞두고 있으면 엄청난 압박감과 긴장감이 밀려올 수밖에 없습니다. 실패했을 경우 우승이 날아가는 것은 물론 상금에서도 큰 손해를 보기 때문입니다. '새가슴'이란 오명까지 따라붙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1m 퍼트라고 해도 성공률이 뚝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골프에서는 300m 드라이버샷이나 1cm 퍼트나 똑같이 1타입니다. 현재의 골프 규정이 짧은 거리에서는 이른바 '오케이'를 주거나 짧은 퍼트는 '0.5'타 또는 그 이하로 간주하는 것으로 바뀌지 않는 한 '퍼팅=돈'이라는 진리는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사진=연합뉴스·KL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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