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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적북적] 오해의 늪을 넘어 침팬지를 이기는 방법 - 팩트풀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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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룸] 북적북적 186 : 오해의 늪을 넘어 침팬지를 이기는 방법 - <팩트풀니스>

"어떻게 그리 많은 사람이 그토록 많은 오해를 할 수 있을까? 어떻게 대부분 침팬지보다 점수가 낮을 수 있을까? 눈 감고 찍느니만 못하다니!... 오답은 체계적이었다. '지식'이 '적극적'으로 잘못되었을 때만 가능한 일이다."

문제부터 하나 풀어보시죠!

오늘날 세계 모든 저소득 국가에서 초등학교를 나온 여성은 얼마나 될까?
A. 20%
B: 40%
C: 60%


긴가민가 할 수 있으니 하나만 더 풀어볼까요.

지난 20년간 세계 인구에서 극빈층 비율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A. 거의 2배로 늘었다.
B. 거의 같다.
C: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


이런 식의 문제 13가지라면 몇 개나 맞힌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요? 나를 포함해 보통 몇 개씩 맞혔을까요? 조금 우습지만 침팬지와 퀴즈 대결을 벌인다면 당연히 인간이 이겼겠죠?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인간의 정답율은 단 16%, 침팬지는 33%입니다. 특히 똑똑한 사람들일수록 더 많이 오답을 택했다는데... 오늘 가져온 책은 왜 우리는 세상을 거대하게 오해하고 있는지, 그리고 세상이 왜 우리 오해에 비해서는 더 나은 건지를 찬찬히 설명하는, 한스 로슬링의 [팩트풀니스]입니다.

'팩트풀니스Factfulness'는 저자가 만든 말인데 역자는 이 말을 '사실충실성'이라고 번역했습니다. 단지 팩트만이 아니라 팩트 그 이상의 팩트, 더욱 충실한 사실이라는 의미 같습니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진짜 사실은, 거대한 오해는 무엇일까요.

"전쟁, 폭력, 자연재해, 인재, 부패.... 상황은 안 좋고, 문제는 점점 심각해지는 것만 같다. 안 그런가?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며, 빈곤층은 더욱 늘어간다. 적어도 서양인 대부분이 언론에서 보고 머릿속에 담아둔 그림은 그렇다. 나는 그것을 '과도하게 극적인 세계관'이라고 부른다. 그런 세계관은 스트레스와 오해를 불러온다."

저자는 우리에게 세상을 오해하게 만드는, 달리 말하면 직시하지 못하게 하는 10가지 본능이 있다면서 하나하나 설명합니다. 간극, 부정, 직선, 공포, 크기, 일반화, 운명, 단일 관점, 비난, 다급함 본능입니다.

"우리에겐 모든 것을 서로 다른 두 집단, 나아가 상충하는 두 집단으로 나누고 둘 사이에 거대한 불평등의 틈을 상상하는 거부하기 힘든 본능이 있다.... 국가를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으로 이름 붙이는 것이 뭐가 그리 잘못일까? 그 이유는... 무려 1965년 상황이기 때문이다. 바로 그 점이 문제다. 요즘 1965년도 지도를 들고 여행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의사가 1965년도의 연구를 바탕으로 진단을 내리고 처치를 한다면 신뢰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세계 인구 다수는 저소득 국가도, 고소득 국가도 아닌 중간 소득 국가에 산다. 중간 소득 국가는 국가를 둘로 나누는 사고방식에는 존재하지 않는 범주이지만, 현실에서는 엄연히 존재한다.... 중간 소득 국가와 고소득 국가를 합치면 인류의 91%에 해당하는데, 이들 대부분이 세계시장에 편입되었으며 상당한 발전을 이뤄 그런대로 괜찮은 삶을 산다. 인도주의자에게는 기쁜 일이고, 세계적 사업을 하는 사람에게는 중대한 일이다."

"스웨덴 사람들이 굶어 죽고, 영국 아이들이 광산에서 일하던 1800년에는 세계 어느 곳에서나 기대 수명이 대략 30세였다. 그때까지의 역사에서는 줄곧 그랬다. 아기가 태어나면 거의 절반은 어린 시절을 넘기지 못하고 죽었다. 나머지 절반은 대개 50~70세에 죽었다. 그래서 평균이 대략 30세였다... 오늘날 세계 기대 수명은 약 70세다."


"개가 사람을 물면 뉴스가 아니지만 사람이 개를 물면 뉴스가 된다" 저널리즘 교과서에 실려 있는 오래된 문장, 뉴스의 신기성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요즘엔 개가 사람을 무는 일도 전처럼 흔하진 않다 보니 뉴스가 될 때가 있지만 요는 신기한 일이어야 뉴스가 된다는 겁니다. 언론의 속성이 그렇습니다. 일상적인 일보다는 극적인 변화에, 좋은 소식보다는 나쁜 소식에, 평온한 상황보다는 사건사고, 재해재난, 전쟁 같은 극단적 사례에 주목하고 뉴스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앞에서 말한 우리의 10가지나 되는 본능들이, 이런 언론을 통해 필터링된다면 세상을 과도하게 극단적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더 커지겠죠.

언론도 바뀌어야 하겠으나 이런 속성 자체를 버리기란 어렵죠. 또 세상이 전보다 나아졌고 극단적 사례를 지양해야 한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존재하는 빈곤과 양극화, 부정부패나 부조리 같은 문제를 외면할 순 없습니다. 저자가 제시하는 해법은 그래서 이를 감안한 주장, 바로 사실충실성, 팩트풀니스를 실천하기. 그리하여 미디어 리터러시, 혹은 데이터 리터러시를 강조하는 책이기도 합니다.

"그는 거의 틀림없이 반둔두를 떠난 적이 없을 테고, 장담하건대 문맹이었을 것이다. 통계를 배우거나 세계와 관련된 사실을 외운 적도 당연히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용기가 있었고,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극도로 긴장된 순간에 날카로운 논리와 완벽한 웅변술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었다. 그의 사실충실성이 내 목숨을 살렸다. 그가 그런 상황에서도 사실충실성을 실천할 수 있다면, 그보다 교육 수준이 높이 이 책을 읽을 만한 사람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세계에 대한 이해를 앞세우고 그래프가 다소 많이 나와서 약간 당혹스러울 수도 있겠지만(저도 그랬어요!) 사실은 소박하고 진솔한 노학자의 차분한 강연을 듣는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젊은 시절 아프리카에서 겪은 생생한 모험담은 보너스입니다!

한스 로슬링은 이 책을 집필하는 데 몰두하다 2017년 2월 7일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의 아들과 며느리가 완성했습니다.

*출판사 김영사로부터 낭독 허가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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