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경제] "전기료 누진제 잘못됐다"…올여름 에어컨 펑펑 틀 수 있을까

한승구 기자 likehan9@sbs.co.kr

작성 2019.04.19 09:59 수정 2019.04.19 13:11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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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생활 속 친절한 경제 한승구 기자 나와 있습니다. 한 기자, 어서 오세요. 아직은 아침, 저녁으로 쌀쌀하지만 벌써 한여름 더위 걱정하시는 분도 있고, 전기요금 걱정하시는 분도 있는데 전기요금 누진제 설계가 잘못됐었다, 이런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기자>

작년 여름 아직도 생생하실 겁니다. 그 뜨거운 더위에 전기요금 무서워서 에어컨도 마음대로 못 튼다, 그래서 전기료 누진제 논란이 굉장히 뜨거웠는데, 어제(18일) 감사원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누진제가 처음 도입된 게 1974년이니까 굉장히 오래됐습니다. 1차 오일쇼크를 거치면서 가정들이 전기 많이 쓰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었고 저소득층은 전기를 덜 쓸 것이라고 보고 전기료 부담을 줄여주려는 목적도 있었습니다.

그 뒤로 누진제 구간이나 요율이 총 9번 바뀌었습니다. 최고 12단계까지 아주 세밀하게 나뉜 적도 있었는데 어쨌든 지금 누진제는 2016년에 개편된 9번째, 총 3단계로 돼 있습니다.

처음 200킬로와트시까지 93.3원, 2단계로 201에서 400킬로와트시까지가 187.9원, 400킬로와트시 초과는 280.6원으로 책정돼 있습니다.

그럼 1단계는 왜 200킬로와트시까지만이냐, 집집마다 거의 다 가지고 있는 필수 가전들이 있고 이 가전제품들 썼을 때 쓰는 전기량이 있을 텐데, 이걸 계산해 보니까 197킬로와트시가 나오더라, 그러니까 필수가전만 쓰면 1단계로 200킬로와트시면 적당하다고 생각을 했던 건데, 감사원은 이 숫자가 잘못됐다는 거죠.

<앵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요?

<기자>

도대체 집집마다 거의 다 가지고 있다는 필수 가전이 뭐냐부터가 차이가 났습니다. 정부가 2016년 말에 개편할 때 가구당 보유 대수가 0.8 이상인 가전들, 그러니까 다섯 집 중에 네 집 이상 가지고 있으면 필수라고 봐도 되겠다 싶어 이것을 가지고 계산을 했었습니다.

그 당시 자료를 살펴보겠습니다. 그때 가구당 보유 대수가 0.8 이상이었던 게 선풍기, TV, 세탁기, 냉장고, 전기장판, 청소기 등등 해서 9가지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와서 감사원이 보니까 2016년에는 가구당 에어컨 보유 대수도 이미 0.8이 넘어 있었다는 거죠.

그리고 여름에 전기장판 쓰거나 겨울에 선풍기 쓰는 사람이 거의 없을 텐데, 이걸 그냥 1년 내내 쓰는 것으로 계산을 해놨다는 겁니다.

이런 것을 따져서 다시 계산을 해보니까 필수 사용량이 여름에는 330, 지금 1단계 기준인 200보다 훨씬 높습니다. 그리고 겨울은 170, 지금 1단계 기준보다도 낮습니다. 에어컨을 포함시키고 계절 요인이 반영되니까 차이가 이렇게 벌어집니다.

물론 2016년에 가구당 에어컨 보유 대수가 얼마였냐는 정확한 것이 2017년 이후에 집계가 되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서는 그나마 쓸 수 있는 최신 자료를 쓴 거가는 합니다만, 2014년 자료로도 이미 에어컨이 0.76대로 0.8에 거의 근접해 있었던 데다가, 1~2년 사이에 판매도 계속 늘었던 게 보였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아쉬운 측면이 남았고, 현실과는 동떨어진 누진제 구간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 됐습니다.

<앵커>

바뀌어야 되겠네요, 보니까. 그리고 산업용 전기 요금도 지적을 받았죠.

<기자>

네, 산업용 전기 요금에는 누진제가 없고 대신 계시별 요금제 적용을 받습니다. 이게 계절별, 시간대별 요금이 다르다고 해서 계시별 요금제라고 합니다.

전기 수요가 적은 심야 시간이 요금이 쌉니다. 그런데 원전 같은 게 스위치로 금방 껐다, 켰다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계속 돌려야 되는 거라 어차피 밤에도 전기는 만들어지니까 남는 전기 버리느니 싸게 해서 팔았던 겁니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서면서부터는 밤에도 전기 수요가 많아져서 원전 말고도 석유나 천연가스 같은 더 비싼 발전을 추가로 해야 되는 상황이 된 거죠.

또 전체 사용자의 1.5%에 불과한 전기를 아주 많이 쓰는 대기업들이 심야 전력의 63%를 사용했고, 결국에 낮은 요금의 혜택이 소수에 몰리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것도 개선하라고 산업부에 통보를 했습니다.

감사원이 통보했다고 해당 부처가 꼭 그대로 바꿔야 되는 건 아니지만, 안 그래도 산업부는 작년 12월부터 민관 TF를 꾸려 누진제 개편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실무 안은 거의 나왔다는 것 같던데, 감사원 통보도 왔으니까 이것까지 포함해서 부처 차원의 검토가 이뤄질 것 같습니다. 아마 여름 전에 조만간에 전기 요금 개편안이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올 여름에는 누진제 때문에 걱정하는 분들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