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을 끄는 것은 '더위 대책'입니다. 아시다시피 도쿄의 여름은 습하고 온도가 높기로 유명하죠. 최근 지구 온난화로 도쿄의 한여름 기온이 점점 상승하는 추세인 데다, 매년 열사병으로 병원에 입원하거나 사망하는 고령자의 숫자도 늘고 있어서 전부터 올림픽 기간의 '더위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습니다. 조직위의 발표 내용을 보면, 경기 시간이 길고, 도로상에서 열리며, 선수들의 체력적 부담이 큰 남자 50km 경보의 경우 경기가 새벽 5시 30분에 열려 전 종목을 통틀어 가장 이른 시간을 기록했습니다. 또 도쿄 오다이바 해양공원에서 열리는 수영 오픈워터 경기는 수온이 일찍 오를 것을 고려해 1시간 빨라진 오전 7시에 열기로 했습니다. 또 축구의 경우도 오전 11시에 열리는 여자 결승을 제외하고, 실외 경기장에서 열리는 경기 대부분을 오후 5시 이후에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올림픽 기간에 도쿄를 비롯한 간토(관동) 지역의 높은 온도와 습도를 고려하면 이같은 조직위의 결정은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있습니다. 참가하는 선수나 관중, 그리고 자원봉사자 등 올림픽 경기와 관련된 많은 사람들의 건강 문제는 성공적인 대회 개최에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일 테니까요. 그런데 일본 언론들은 이러한 조직위의 결정을 상세히 전하면서도 일면 불편한 속내를 숨기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자국 선수들의 선전이 예상되는 일부 종목의 결승이 아침 일찍 열리게 된 것에 대한 불만이 큽니다.
그런데 이 경기가 새벽 6시에 열리게 된 겁니다. 경기 시간에 맞춰 미리미리 바이오리듬을 조절하고 휴식과 영양 섭취를 고려해야 하는 선수의 측면에서 새벽 경기는 아무래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경쟁자인 외국 선수들이 올림픽 기간 일본 입국 시기를 조절해 '시차'를 컨디션 조절의 한 부분으로 포함시킬 경우 '오전 6시'라는 출발 시간이 큰 핸디캡으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은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꽤나 강세를 보여 온 수영, 육상 등에서도 마찬가집니다. 수영은 전 종목, 육상(필드, 트랙)은 9종목이 오전에 열리는 결승 경기로 메달의 주인을 결정합니다. 일본 언론들은 조직위의 이런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의 배경에 미국, 그 중에서도 천문학적인 중계권료를 지불하는 방송사(NBC)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사실상 '지목'하고 있습니다. 마이니치(每日) 신문은 아예 조직위 관계자를 익명으로 인용해 "(결정) 마지막에는 NBC의 의향이 강하게 움직였다고 본다"고 전했습니다. 미국 동부의 저녁시간대 골든타임에 맞춰 주요 종목, 특히 미국이 강한 육상과 수영의 결승전 시간을 배정했다는 겁니다.
"훈련 현장에서는 기록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며 '올림픽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불만도 나온다. 사람들이 한숨 내려놓은 (저녁)시간에 경기장에서나 TV로 편안히 관전하는 게 자국에서 개최되는 올림픽의 바람직한 모습이 아닌가."
자국에서 개최되는 올림픽에서 자국 선수들이 예상을 뒤엎는 좋은 결과를 내기를 바라는 건 당연합니다. 일본 언론들, 특히 신문의 이번 올림픽 경기 일정 보도에는 그런 기대가 틀어질 가능성이 커진 것에 대한 '속상한' 마음과 함께, 결과가 이렇게 되도록 조직위를 압박한 것이 분명해 보이는 미국 방송사에 대한 불편한 속내가 역력히 드러나 있습니다. 또 그 가운데에는 매일 아침 새로운 (메달) 소식으로 1면을 채우고 싶어 하는 신문 입장에서의 '실망'도 한 몫을 단단히 차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