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재계 7위에서 중견기업으로…사세 축소 불가피한 금호그룹

권태훈 기자 rhorse@sbs.co.kr

작성 2019.04.15 14:52 수정 2019.04.15 15:0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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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이 매각되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중견기업 수준으로 사세가 급격히 쪼그라들 전망입니다.

지분 매각으로 금호산업과 금호고속, 금호리조트 등 3개 계열사만 남게 돼 '그룹'이라는 이름을 붙이기가 민망한 수준이 됩니다.

한때 재계 7위로 '10대 그룹' 반열에 올랐던 회사의 위상도 60위 밖으로 밀려날 것으로 보입니다.

15일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재계에 따르면 1988년 2월 창립한 아시아나항공은 발전을 거듭해 현재 83대의 항공기를 운용하며 22개국 64개 도시에 76개 국제선을 운영하는 항공사로 성장했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의 지난해 매출은 6조 2천12억 원으로, 그룹 전체 매출 9조 7천329억 원의 64%를 차지합니다.

그룹 지주회사 격인 금호산업과 금호고속의 작년 매출이 각각 1조 3천767억 원, 4천232억 원인 것과 비교됩니다.

아시아나항공이 그룹 살림의 대부분을 책임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자산 규모 역시 비슷합니다.

아시아나항공의 작년 말 별도 기준 자산은 6조 9천250억 원으로, 그룹 총자산(11조 4천894억 원)의 60%를 차지합니다.

그룹에서 가장 비중이 큰 아시아나항공이 떨어져 나가면 그룹 전체 자산 규모가 3분의 1 수준으로 축소됩니다.

이 경우 금호그룹 자산 규모는 4조 5천억 원대로 주저앉아 재계 60위권 밖으로도 밀려날 전망입니다.

지난해 재계 순위 59위 유진의 자산 규모가 5조 3천억 원, 60위 한솔이 5조 1천억 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60위권 턱걸이도 힘듭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인수·합병(M&A) 승부사로 불리던 박삼구 전 회장이 2002년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본격적인 사세 확장기를 맞았습니다.

박 회장은 공격적인 경영으로 2006년 대우건설, 2008년 대한통운을 잇달아 인수했고, 당시 그룹의 자산 규모는 26조원까지 불어나면서 재계 순위가 7위까지 치솟았습니다.

하지만 충분한 자금 없이 무리하게 추진한 계열사 인수로 그룹 전체가 위기를 맞았습니다.

그룹의 차입금 규모가 급격히 늘어났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닥치며 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에 처했습니다.

그룹은 2009년 재무구조 악화로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경영권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넘어갔습니다.

이 과정에서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은 매각됐습니다.

박 전 회장은 2015년 금호산업을 다시 인수하면서 그룹 재건에 나섰지만, 금호타이어 인수 작업이 자금 압박으로 무산되면서 그의 꿈은 무산됐습니다.

재계와 금호그룹 내부에서도 박 전 회장의 무리한 차입 경영이 결국 그룹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을 매각에 이르게 한 중요 원인으로 지적합니다.

아시아나항공도 설립 이후 적자를 면치 못했지만, 2016년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거쳐 수익이 개선됐습니다.

매출은 2016년 5조 7천635억 원, 2017년 매출 6조 5천941억 원에 이어 지난해 7조 1천833억 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영업이익도 2016년 2천564억 원에서 2017년 2천456억 원을 거뒀고, 작년에는 282억 원에 그쳤습니다.

재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매각으로 아시아나도 살길을 찾고, 금호그룹도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 신용등급 상향 등 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지만, 그룹 입장에서는 사세가 급속히 축소되면서 경제계에서 미치는 영향력도 급속히 감소할 전망"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