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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의 교훈' 학교 생존수영…지자체 따라 극과 극

'세월호 참사의 교훈' 학교 생존수영…지자체 따라 극과 극
"얘들아. 지금은 배를 타고 있는데 갑자기 사고가 나서 바다로 뛰어들어야 하는 상황이야. 구명조끼를 바로 입고 배 갑판에서 바다로 뛰어든다고 생각하고 물로 들어오는 거야."

경기 시흥 산현초 3학년 학생들의 생존 수영 수업 중이던 지난 8일 오후 시흥국민체육선터 수영장.

학생들은 생존 수영 전담 강사의 설명을 듣고 하나둘씩 물속으로 뛰어듭니다.

그러곤 지난 수업에서 수차례 반복했던 잎새 뜨기(하늘을 바라보고 물 위에 누워 뜨기)를 한 뒤 발차기를 해 먼저 물에 뛰어든 친구들이 있는 곳까지 헤엄쳐 갑니다.

학생들은 잎새 뜨기 한 상태로 팔짱을 껴 스크럼을 짜고 원을 만들어 체온을 나누고, 물속으로 가라앉지 않도록 서로를 의지하며 구조를 기다립니다.

학생들이 모두 모여 원을 완성하자 수영장에 설치된 파도 발생기가 작동했고, 마치 실제 바다 위에 있는 것처럼 학생들의 얼굴과 머리 위로 물이 덮치기를 반복했습니다.

5∼10분가량 실전 연습을 마친 학생들은 스크럼을 풀고 풀장 밖으로 올라와 이날 수업을 마쳤습니다.

초등학교 생존 수영은 세월호 참사 후 정부가 '안전 교육 강화' 차원에서 도입했습니다.

시범 운영 기간을 거쳐 작년부턴 초등학교 3학년은 의무적으로 생존 수영을 배우도록 돼 있습니다.

시흥시 시설관리공단은 이 취지에 발맞춰 공단이 운영하는 수영장 (국민체육센터·여성비전센터·청소년수련관)을 학교에 전면 개방해 생존 수영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국민체육센터는 매일 오후 1시∼4시까지는 일반인 대상 수업은 하지 않고 풀의 모든 레인을 비워 오로지 학생들을 위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전담 강사 인력도 두 배 늘려 생존 수영에 모두 투입하고 있습니다.

국민체육센터 내 수영 전담 강사인 전상원 주임은 "생존 수영을 하려면 기존 회원의 수업을 포기해야 하므로 회원들에게 일일이 설명하고 설득해야 했다. 다행히 회원들이 생존 수영의 필요성과 취지에 공감하고 선뜻 시간대를 비우는 데 동의했다"라고 말했습니다.

공단은 더욱 질 높은 수업을 위해 생존 수영 자체 교육 커리큘럼을 만드는가 하면, 실제 바다의 상황을 재현하기 위해 파도 발생기도 제작해 특허까지 출원했습니다.

수익성을 일부 포기한 공단의 의지, 지역 학생들의 생존 수영을 위해 불편을 감수한 지역 주민의 동참 덕분에 시흥시 내 43개 모든 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은 전문 강사진과 차별화된 커리큘럼으로 생존 수영을 배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지역에선 수영장과 강사 등 인프라 부족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학교 내 수영장이 없는 현시점으로서는 지자체의 도움이 절실한데, 일부 지역에선 예산만 지원해주고 지역 주민 민원과 수익성 등을 이유로 수영장 시설 대여를 기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설을 빌려준다고 해도 전체 레인 중 일부만 비워 주거나 수심이 얕은 유아 풀을 빌려주는 경우도 있어 효과적인 생존 수영 수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단원고가 있는 안산의 경우, 작년만 해도 시내에 공공 수영장이 5개나 있는데도 한 곳도 사용하지 못했습니다.

시내 초등학교 50여 곳의 학생들은 모두 사설 수영장으로 가야 했습니다.

안산교육지원청 관계자는 "당시 시 측에서 '강사 수급 문제'를 이유로 들어 공공 수영장을 사용할 수 없어 학생들이 불편을 겪어야 했다"라며 "협의 끝에 올해부턴 공공 수영장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고양지역 학교 역시 시내 공공 수영장 4곳 중 단 한 곳도 사용하지 못해 8천 명이 넘는 학생들이 사설을 전전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일부 지자체는 공공 수영장 시설은 빌려주되 '수영 강사는 학교가 알아서 찾아오라'며 반쪽 지원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경기도 교육청은 2022년까지 생존 수영을 초등학교 4학년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두고도 인프라 확보에 허덕이는 실정입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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