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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산지 체포 부른 에콰도르와의 갈등…"망명 조건 수차례 어겨"

어산지 체포 부른 에콰도르와의 갈등…"망명 조건 수차례 어겨"
위키리크스 창립자 줄리언 어산지가 7년간의 망명 생활 끝에 영국 경찰에 전격 체포된 것은 에콰도르 정부의 협조가 있어 가능했습니다.

런던에 있는 에콰도르대사관은 어산지와 크고 작은 갈등 끝에 영국 경찰관들의 진입을 허용했습니다.

호주 출신인 어산지는 2010년 위키리크스에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 관련 미국 기밀문서 수십만 건을 올려 1급 수배 대상이 됐습니다.

어산지는 2011년 영국에 체류하던 중 과거 스웨덴에서 성범죄 2건을 저지른 혐의로 체포 영장이 발부돼 영국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불구속 상태에서 조사를 받던 어산지는 영국 대법원에서 스웨덴 송환 결정이 나자 자신을 미국으로 송환해 처벌하기 위한 음모라고 주장하고 2012년 6월 런던 주재 에콰도르대사관으로 피신한 뒤 7년간 망명자 신분으로 생활하며 건물 밖으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어산지가 런던 주재 에콰도르대사관으로 피신했던 당시는 라파엘 코레아 전 대통령이 집권하던 시절입니다.

하지만, 어산지는 코레아 전 대통령의 정치적 후계자로 여겨지는 중도좌파 성향의 레닌 모레노 대통령이 2017년 취임한 뒤 에콰도르 정부와 갈등을 겪기 시작했습니다.

어산지와 에콰도르 정부와의 갈등은 지난해부터 본격화됐습니다.

에콰도르는 지난해 3월 어산지가 러시아 이중 스파이 암살시도 사건과 카탈루냐 분리독립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 소셜미디어에 의견을 올리며 논란을 일으키자 외부통신을 차단했다가 일부 풀어준 뒤 내정간섭 금지 등 망명 의무사항을 추가했습니다.

반발한 어산지는 지난해 10월 에콰도르 정부를 상대로 기본권 침해 등에 관한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습니다.

모레노 대통령은 지난 2일 위키리크스가 자신의 전화 통화와 사적 대화, 침실 사진, 아내와 딸이 춤을 추는 모습 등을 가로채 공개했다고 비난했습니다.

위키리크스가 모레노가 대통령이 되기 전에 가족과 유럽에서 거주하던 당시 입수한 개인정보를 소셜미디어에 유포했다는 것입니다.

이후 영국 경찰은 어산지가 2012년부터 머물러온 건물에서 수 시간 내지는 수일 내에 쫓겨날 수 있다는 위키리크스 트윗이 지난주 게시되자 런던 주재 에콰도르대사관 밖에 경찰들을 배치하면서 체포가 임박했음을 시사했습니다.

에콰도르는 어산지가 영국 경찰에 체포되기 하루 전인 10일 어산지와 위키리크스가 자국 정부의 불안정을 위해 협력했다고 비난하며 어산지의 시민권을 정지했습니다.

에콰도르 정부는 2017년 12월 어산지에게 시민권을 부여했습니다.

모레노 대통령은 어산지가 다른 국가의 내정에 개입했으며, 망명과 관련한 국제규정을 수차례 위반함에 따라 외교적 보호조치를 철회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면서 가장 최근에 발생한 사건은 올해 1월 위키리크스가 바티칸의 문서를 유출한 일이라며, 이는 어산지가 여전히 위키리크스와 연결돼 다른 국가의 내정간섭에 관여한다는 세간의 의혹을 확인시켜줬다고 부연했습니다.

어산지의 변호사 카를로스 포베다는 어산지가 모레노 대통령의 부패혐의를 제기한 데 대한 보복으로 망명이 종결됐으며, 미국으로 추방될 경우 목숨이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모레노 대통령은 영국 정부가 서면으로 고문을 받거나 사형에 처할 수 있는 나라로 어산지를 인도하지 않겠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영국 정부가 이런 조건을 충족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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