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은 11일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제출한 자구계획에 대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미흡하다"며 사실상 거부했습니다.
채권단은 전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주재로 회의를 열어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 회장 일가의) 사재 출연 또는 유상증자 등 실질적 방안이 없다"며 이같은 입장을 밝혔습니다.
채권단은 "이 자구계획에 따라 금호 측이 요청한 5천억 원을 채권단이 지원하더라도, 시장 조달의 불확실성으로 채권단의 추가 자금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며 "부정적 입장을 표명한다"고 했습니다.
산은은 채권단 회의 결과를 금호아시아나 측에 통보했습니다.
또 9개 은행으로 구성된 채권단 협의를 통해 향후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현재 채권단과 금호아시아나의 재무구조개선 약정(MOU)은 다음 달 6일까지 1개월 연장된 상태입니다.
채권단 관계자는 "금호아시아나의 자구계획은 채권단 돈을 빌려서, 그것도 3년이나 시간을 벌어보겠다는 것에 불과하다"며 "박 회장 오너 일가는 아무런 실질적 희생 없이 금호아시아나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려는 의도로 읽힌다"고 말했습니다.
채권단은 MOU 연장 시한까지 금호아시아나가 충분한 규모의 사재 출연이나 우량자산 매각을 통한 유상증자 등으로 '현금'을 메워 넣지 않으면 채권 회수를 위해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입니다.
금호아시아나는 박 전 회장 일가의 금호고속 지분을 전량 채권단에 담보로 맡기고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를 비롯한 그룹 자산을 매각하는 조건으로 유동성 위기 해소를 위해 5천억 원을 신규 지원해달라는 자구계획을 전날 채권단에 제출했습니다.
자구계획을 이행하는 기한은 3년으로 제시했습니다.
기한 내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채권단이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아시아나항공을 팔아도 좋다고 했습니다.
박 전 회장의 경영 복귀는 없을 것이라고도 거듭 확인했습니다.
그러나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하는 지주회사 격인 금호고속 지분이 실제로는 박 전 회장 부인과 딸의 보유분 4.8%에 불과한 데다, 채권단이 요구해 온 대주주 사재 출연 등의 방안이 담기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또 박 전 회장의 아들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이 경영권을 유지할 경우 박 전 회장 '용퇴'는 허울에 그친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실제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박 전 회장이 물러나고 아들이 경영하겠다는데, 그 두 분이 뭐가 다르냐"고 반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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