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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틀리고 갈라진 땅 "한전 때문"…지하수 신고도 안 했다

<앵커>

당진의 한 공단에서 업체들이 한국전력의 굴착공사로 인해 지반침하가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한전은 공사와는 연관성이 없다고 밝혔는데, 취재 결과 공사 현장에서 지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하루 6백 톤이 넘는 지하수가 배출되고 있었고, 한전은 이를 신고하지 않았던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박찬범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한전의 전력구 공사 현장 인근 공단. 보도블록 위로 가로수 뿌리가 돌출됐고, 공장의 바닥은 경사가 5도 이상 벌어졌습니다. 가스 배관의 고정볼트는 기울기를 못 견디고 떨어져 나갔습니다.

피해를 입은 33개 업체들은 한전이 고압선 매설을 위해 굴착공사를 시작한 이후 발생한 현상이라고 주장합니다.

[안동권/피해업체 사장 : "한전은 지반침하로 이런 게 아니다라고 하는데, 이 공장 지은 지 벌써 14년 됐습니다. 14년 동안 바로 서 있던 공장이 이렇게 무너지고 있는데….]

한전에서는 전력구 공사가 원인이라는 증거가 없다고 밝힙니다.

하지만 지반침하가 발생할 조짐은 이미 나타났습니다. 전력구 공사를 위해 지하 60m까지 굴착작업을 해야 하는데, 하루에 600t이 넘는 지하수가 솟구친 겁니다.

지하수법에 따르면 전력구 공사 시 하루 배출량이 300t을 넘으면 지자체에 감소 대책을 신고해야 합니다. 비정상적인 지하수 유출은 지반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전은 신고도 하지 않고 있다가 당진시에서 유출감소대책을 요구하자 뒤늦게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배병렬/한전 중부건설본부 부장 : (일평균 600t이면 1월달부터 신고를 했어야 되는 것 아닌가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놓친 부분이 있습니다. 인정합니다. 양의 차이는 있으되 지하수 유출 신고는 한 상태입니다.]

전문가들은 공사 전 실시하는 지질조사에서 지반 침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를 예측할 수 있다며, 사전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시공 전문 기술사 : 지하수위를 파다 보면 피압수라 해서 물길이 있는데, 물길을 뚫고 지나가면, 50cm 간격으로 물길이 있다고 하면, 물길이 표현될 수 있죠. 지질보고서 상에….]

한국전력은 침하 현상 원인 규명을 위해 터널지하공간학회에 기술자문을 요청했고, 평가 결과에 따라 지반침하가 공사와 연관성이 있다면 책임을 다하겠다고 해명했습니다.

지반 침하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전력의 안전불감증이 화를 더 키우는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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