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순간 삶의 터전을 잃은 피해 주민들은 이제 공공기관 연수원 같은 곳으로 숙소를 옮겼습니다. 체육관에 머물 때보다는 불편함을 좀 덜게 됐는데 악몽 같은 산불의 공포는 계속 마음을 불안하게 하고 있습니다.
전연남 기자입니다.
<기자>
21살에 결혼해 장천마을에 터를 잡은 윤명숙 할머니, 60년간 자식들을 키우며 살아온 집이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했습니다.
[윤명숙/피해주민 : 이쪽 창고, 저쪽에도 큰 또 창고가 하나 있는데 다 타고. 그래서 아휴. 숟가락 한 입도 못 건지고 나왔어.]
춥고 좁았던 대피소를 떠나 농협 연수원으로 거처를 옮겼지만 뜬눈으로 밤을 새우기 일쑤입니다.
[윤명숙/피해주민 : 이게 이렇게 가슴이 조여들면서 깜짝 놀라면서 이게 열이 이렇게 나더라고. 숨을 못 쉬겠는 게 밤에 잠이 하나도 안 와요.]
최은하 할머니도 불탄 집을 볼 때마다 불연 듯 산불을 피해 달아나던 그때가 악몽처럼 떠오릅니다.
[최은하/피해주민 : 장 단지 다 깨지고 찌그러지고 장 뒤집어지고. 아휴 마음은 지금도 내 정신 아니에요.]
[심민영/트라우마센터 단장 : 트라우마 증상 중 하나가 플래시백인데 불이 나한테 덮쳐오는 것 같은 장면, 그때 내가 느꼈던 공포감 이런 것들이 갑자기 문득문득 떠올라 서 다시 놀라고….]
정부는 재난 심리상담가들을 대거 파견해 심리 치료에 나섰습니다.
국가 트라우마센터 소속 이동상담소 버스 1대도 순회 상담에 투입됐습니다.
하지만 트라우마는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만큼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재민 756명 가운데 오늘(8일)까지 138명이 연수원으로 숙소를 옮겼지만 공포에 뒤척이는 불면의 밤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김용우, 영상편집 : 전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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