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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4년 전, 그 사건 - ③ 정말 피해자 의사에 따른 것일까

[취재파일] 4년 전, 그 사건 - ③ 정말 피해자 의사에 따른 것일까
▶ [취재파일] 4년 전, 그 사건 - ① 에밀 졸라를 인용한 무죄구형 검사
▶ [취재파일] 4년 전, 그 사건 - ② 제 머리 못 깎는 검찰과 침묵하는 사람들

'전직 검사 A 씨의 피해자가 진술한 녹음파일이 사라졌다'. [ SBS8뉴스 '성폭력 피해 여검사 의견' 기록서 삭제…사건 무마 의혹' (2018-04-05)] '법무부 성범죄 대책위원회(위원장: 권인숙 한국여성정책연구장, 이하 법무부 성범죄 대책위)'는 지난해 SBS의 해당 보도 이후, 다음 보도자료를 냈다.
법무부 성범죄 대책위 보도자료
□ '후배 성추행 전직 검사 사건' 처리 경위의 조사 필요성

○ 대책위원회는 서울을 비롯한 전국 검찰청 여검사 간담회, 위원과 성폭력 전담검사 워크샵, 핫라인 신고센터 운영 등을 통하여 검찰 내 성범죄 발생 시 징계 등 절차가 진행되지 않은 채 사건이 종결되는 사례들을 확인하였고, 현재 조사단에서 수사 중인 후배 성추행 전직 검사 사건의 경우에도 당시 검찰의 감찰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함

○ 2018. 4. 5 자 SBS 8시 뉴스에서는 후배 성추행 전직 검사 사건 발생 초기에 대검 감찰에서 피해자의 처벌의사를 확인하고 피해자의 진술을 녹음하는 등 감찰 절차를 진행하였으나 가해자에 대한 아무런 조치 없이 감찰이 종결되었다고 보도하였음 - 위 언론 보도가 사실이라면 당시 감찰 라인에 대한 점검과 필요한 경우 철저한 수사가 진행되어야 함 ※ 피해자의 녹음파일이 사라졌다는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러한 관련 자료들이 폐기된 경위에 대한 조사도 필요할 것임

피해자가 A 전 검사의 가해 사실을 밝히려 조사를 요청한 데엔 공교롭게도 가까운 곳에서 발생한 제3의 성범죄가 계기가 됐다. ( * 특정될 수 있어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다만, 이와 관련해 A 전 검사의 1심 재판부는 아래와 같이 밝혔다. "피해자는 많은 고민을 하다 범행 후 피고인이 사과하지 않고 다른 동료에게 부적절한 일을 하는 등 자신의 잘못을 깨닫지 않는 것처럼 보여 (제3의) 문제가 불거졌을 때 이를 계기로 피해를 밝혔다고 진술한다. 이런 최초의 피해 진술 경위는 자연스럽고 수긍할 만하다" - 1심 선고문 中 )

이후 피해 검사는 간부를 통해 대검에 감찰을 요구했고 (최소 한 차례) 피해 내용과 함께 처벌 의사를 진술했다. 조사 과정은 당사자 동의하에 기록(녹음)됐다. 해당 감찰은 그러나, 이내 중단된다. 지난해 검찰 내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이하 검찰 성추행 조사단)'이 당시 대검 감찰 라인과 피해자를 상대로 파악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피해자가 '이런 사람(=A 전 검사)이 더 이상 검찰에 남아있어서는 안 된다, 그런 취지로 감찰을 요청했다. 그런데 2차 피해나 자신에 대한 정보가 법정에서 공개되는 등 여러 가지 예상되는 어려움들이 있어 가해자가 잘못을 뉘우치고 사직하면 감찰 절차를 더 이상 원하지 않는다고 해 중단했다고 한다."  - 지난해 4월, 검찰 성추행 조사단 관계자

피해자 의사가 번복될 경우 이미 개시한 감찰은 (당연히) 중단되는가? 사실과 다르다. 법무부 성범죄 대책위는 앞서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 위 사건이 발생한 2015년 당시에는 성폭력 범죄 친고죄 규정이 폐지된 상태였으므로, 피해자 처벌 의사 없이 수사가 가능하였을 뿐만 아니라, 징계 사건의 특성상 절차 진행 중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았더라도 이미 피해사실이 파악되었고 그 내용이 범죄를 구성한다고 판단하였다면 징계가 가능하였을 것임에도 아무런 징계 없이 종결하였으므로 이는 징계 절차의 심각한 문제임

※ 법무부 성희롱 예방 및 성희롱사건 처리지침(법무부훈령 제1000호) 제10조에는 신청인이 조사절차의 진행을 원하지 아니하는 경우, 조사를 중지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으나 위 사건은 감찰 사건이므로 위 지침 적용대상이라고 보기 어려움

검찰의 조직적 은폐 시도가 의심되는 정황은 또 있다. A 씨 사직 관련 보도가 나왔던 시기, 대검과 소속 지검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나같이 "알아보니 위에 있는 부장검사와 사이가 안 좋아서 나간 것이라고 하더라", "소문이 와전됐을 가능성이 높다", "본인은 '그냥 좀 힘들어서 쉬고 싶다'고 하면서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부장한테 보고받았다"며 의혹을 일축했다. [참고: 법조 명문가 '잘 나가던 검사' '돌연 사직'에 루머 급속 확산 (경향신문 2015-05-14)] 덕분에 A 전 검사는 내부 징계와 수사 모두 받지 않은 채 사직할 수 있었고, 변호사 개업까지 시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법무부 성범죄 대책위 보도자료
그럼에도, 우여곡절 끝에, 사건 발생 3년 만에 A 씨의 가해 의혹은 다시 수면 위로 드러났다. 서지현 검사의 폭로를 계기로 출범한 조사단이 피해자와 접촉해 그간의 사정을 파악한 게 계기였다. 피해자는 다시금 조사단에 A 전 검사에 대한 처벌 의사를 밝혔다. (* 거듭 강조하지만, 2013년 친고죄 폐지를 기점으로 피해자의 처벌 의사는 유일한 판단 기준이 아니다. 그럼에도 조사단은 A 씨 기소 방침을 밝혔던 때에도 "성추행 조사단 발족을 계기로 피해자가 의사를 바꿨다"며 일관되게 '피해자 의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피해자 진술대로라면, A 씨는 범행 사실을 인정하는 취지로 사직한 것이고, 따라서 그가 남긴 진술은 조사단이 유죄 입증하는 데 결정적 근거가 됐을 테다. 그러나 조사단은 끝내 관련 기록을 찾지 못했다. 당시 A 씨에 대해선 감찰 라인의 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SBS8뉴스 '가해 검사 조사 자료는 하나도 없어…정식 수사 없었나?' (2018-04-05)]  

(예상대로) A 씨는 지난해 열린 재판에서 공소 사실을 부인했다. 합의하에 이뤄진 신체 접촉이었거나, 추행을 한 적이 없다는 주장이었다.
 
** 성추행 조사단 관계자와 기자 문답 (지난해 4월)
- 기자/ 피해자가 절차 중단의 조건을 'A 씨가 잘못을 뉘우치고 사직하는 것'이라 하지 않았나?
= 조사단 관계자/ 조건으로 내걸었다기보단... 피해자는 (나중에) A 씨가 사직하는 것을 보고 당연히 잘못을 시인해서 나가는 거겠지, 그렇게 판단했다고 한다.
- 가해자를 조사하긴 한 건가? 대검에서 넘긴 기록 중 가해자 조사 기록이 있던가?
= 감찰 자체가 (피해자를 상대로 한) 진상확인 단계에서 중단된 것이었다.

'잘못을 뉘우치고 사직하면 문제 제기 않겠다'는 피해자 의중은 전하면서, 왜 정작 A 씨에 대한 조사는 진행하지 않았나? 피해 진술만 받아놓고, 가해 의혹 당사자에겐 진위 파악조차 하지 않았다고? 이런 경우 감찰은 어느 단계에서 중단됐다고 봐야 하나?  이러고도 피해자 의사에 따라 중단됐다고 할 수 있는가?
A 씨는 올해 1월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3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의 취업 제한도 함께였다. 1심이긴 하지만, 법원이 A 씨의 가해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A 씨를 기소했던 조사단뿐 아니라 검찰 자체적으로도, A 씨의 비위 사실을 인지한 후 조치하지 않았던 직속 상사와 대검 감찰 라인을 향해 책임을 묻지 않았다. (이 역시) 피해자의 처벌 의사가 도중에 번복됐다는 게 중요한 근거였다.
"피해자가 처음엔 처벌 의사를 밝혔지만 이후 감찰 진행 중단 의사를 표했는데, 검찰이 이미 사건을 인지했으니 수사로 전환했어야 하는가는 사후 평가의 문제가 됐다. 피해자 의사에 반하더라도 수사를 진행해야 하느냐는 인권과도 관련돼 있다. (성범죄 수사의) 핵심 논의 사항 중 하나다."

"대검은 당시 '피해자가 협조하지 않으면 (감찰 등 이후 진행 절차를) 중단할 수 있다'는 지침을 따랐을 뿐이라고 설명한다. ... 검찰은 조직 내 비위 발생 시 감찰과 수사를 할 수 있는 기관이기 때문에 이런 미묘한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 지난해 4월, 검찰 성추행 조사단 관계자

- 4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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