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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이언주 '당원권 정지 1년'…징계, 그 이상의 의미

[취재파일] 이언주 '당원권 정지 1년'…징계, 그 이상의 의미
● 이언주 중징계…사실상 '출당 조치'

바른미래당 윤리위는 어제(5일), 세 시간의 심의 끝에 이언주 의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1년'의 징계를 결정했습니다. 윤리위에서 내려질 수 있는 징계 가운데 두 번째로 높습니다.
(제명- 당원권 정지- 당직 직위해제- 당직 직무정지- 경고 순입니다.)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 (사진=연합뉴스)

출입기자들 사이에선 '생각보다 세다' 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현 시점에서 당원권 정지 1년, 이라는 징계는 사실상 출당 조치와도 같기 때문입니다. 1년간 당원 자격이 박탈되면서 이 의원은 내년 4월 열리는 21대 총선에서 바른미래당 당적으로는 출마하기 어려워집니다. 출마하려면 당을 버려야 하는 상황인 거죠.

● 어떤 발언을 했길래?

논란이 된 발언을 다시 볼까요. 3월 20일, 한 인터넷 방송에 출연한 이언주 의원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창원에서 숙식하는 것은 제가 보면 정말 찌질하다"

4.3 보궐선거 지원유세를 위해 창원성산에 머물러 오던 손학규 대표를 겨냥한 말입니다. 손 대표는 어떻게든 득표율을 높여서 당의 존재를 굳건히 지키려는 목표를 갖고 있었지만, 이 의원은 정부여당을 견제하기 위해 표심을 몰아줘야 하는 상황인데, 손 대표가 나서는 바람에 표 분산만 시키고 있다고 지적해 왔습니다.

"그럴듯한 명분이 있을 때 절박하게 하면 국민 마음이 동하는데, 아무 것도 없이 '나 살려주세요' 하면 짜증난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손 대표는 완전히 벽창호" 라고도 했고요.
이언주 · 손학규
이 발언 이후 같은 당 임재훈 의원은 "해당 행위이자, 인신공격적 망언"이라고 비난했고, 이례적으로 소속 의원을 비난하는 당 논평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사실, 거침없는 우클릭 발언으로 화제를 모았었던 이 의원의 탈당설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지난해 말에는 한국당 주최 행사에 참석해 '우파의 새판짜기'가 필요하다며, 필요에 따라 함께 할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급기야 손학규 대표가 "이언주 의원은 정체성을 분명히 밝히라"고 공개 경고하기에 이르렀고요.

● "이제 우리 갈라서자"
안철수-유승민 의원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쳐지면서 그야말로 '한지붕 두 가족' 으로 지금껏 지내온 바른미래당. 제3당으로서 중요한 의사결정 때마다 '캐스팅 보트'를 행사하며 자신만의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 가려 노력했지만, 물밑에서는 몸집을 불리고 정체성을 확실히 정립하지 않으면, 다음 총선에서 살아남지 못할 거라는 위기감은 꾸준히 제기된 게 사실입니다.

중도 개혁보수를 표방할 것인지, 진보 쪽으로 확장할 것인지, 당의 정체성을 놓고도 지도부와 당내 보수파 의원들의 생각이 달라, 연찬회에서도 결론을 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연초만 하더라도 정치성향과 당 정체성에 대한 생각이 의원마다 다를지라도, 직접적으로 '분당' 이라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는 건 금기시 돼 왔던 분위기였습니다.

공개적인 파열음이 나기 시작한 건, 여야 4당의 선거제-개혁 패스트트랙 추진 과정에섭니다. '당론 모으는 것이 의무는 아니다'라며 패스스트랙을 추진하려는 김관영 원내대표에 반발해, 지상욱, 유승민 의원 등 8명이 소집을 요구하면서 긴급 의총이 열렸는데, 여기서 공개적으로 의견 충돌이 빚어진 겁니다. 당내 보수파(바른정당계)를 실질적으로 대표하는 유승민 의원은 "선거법 패스트트랙은 안 된다."고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당시, 이언주 의원도 패스트트랙 추진을 '이상한 편법'으로 규정하면서, 당을 와해시키려는 술책과 모략이 들어가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고요.
이재환 후보 지지 호소 기자회견하는 손학규 (사진=연합뉴스)
이런 상황 속에, 바른미래당은 4.3 보궐선거 이후 더욱 내부 갈등이 심해지는 모습입니다. 창원성산에서 손 대표의 총력 지원에도 불구하고 이재환 후보가 3.57%의 득표로 4위에 그치면서, 선거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선 '지도부 사퇴론'까지 제기됐습니다. 하지만 손 대표가 사퇴 요구를 일축하고, 국민의당계 의원들이 "대표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며 엄호에 나서면서, 양측의 공개 설전이 벌어졌습니다. 급기야 '깨끗하게 갈라서서 제 갈 길 가자'는 격앙된 발언까지 나왔습니다. 갈등을 겉으로만 억지로 봉합하지 말고, 뜻 맞는 사람들끼리 헤쳐모여 새 집 짓자는 의견이 공개적으로 터져나오기에 이른 겁니다.

● 울고 싶은데 뺨 때려 준 격?

총회 직후 내려진 이언주 의원 중징계로, 양측 대립은 더 격화될 것 같습니다. 당장 이언주 의원이 "입을 막고 손발을 묶어도, 옳은 길을 가겠다" 며 강력 반발에 나선 데다, 하태경 최고위원과 이준석 최고위원이 중징계 방침에 대해 "위기 수습이 아니라 악화시키는 조치"라면서 너무 지나치다고 비판했습니다. 중징계에 이어, 다음주 초에 상임위 사보임 조치도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산자위 간사를 맡은 이언주 의원이 제대로 활동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간사직을 내려놓는 것은 물론 산자위에서도 뺀다는 겁니다. 본인 협의 없이 사실상 강제 이동시키는 셈이라, 역시 강력 반발이 뒤따를 것은 자명합니다.
바른미래당 이언주 (사진=연합뉴스)
이번에 이 의원이 공개적으로 '찌질하다'며 손 대표를 작심 비판한 건, 당을 떠날 명분을 만들려는 의도가 깔린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옵니다. 울고 싶은데 뺨 때려 준 격이랄까요? 당에서도 의원 개인의 '발언'에 대해 사실상 정치적 생명을 끊는 것과 다름없는, 총선 출마를 막는 중징계를 내린 건, 아마도 탈당할 것을 염두에 둔 조치일지 모릅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이 의원은 조만간 거취 표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언주 의원도, SBS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아직도 우리 당 공천 기대하는 사람이 있나", "아무 의미 없다" 고 말했습니다. 이런 결과가 나올 것을 예상했듯이....

제3당인 바른미래당은 이제 당의 정치적 진로와 정체성을 결정 내려야 하는 시점이 된 것 같습니다. 오래 미뤄 둔 숙제죠. 바른미래당 발 '정계개편'도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수 있겠다는 전망이 많이 나옵니다. '내가 생각하는 옳은 길을 가겠다'던 이언주 의원, 이 정계 개편의 기폭제 역할이 되어줄지, 지켜볼 일입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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