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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시황릉 "병마용 청동 무기 녹 방지 기술은 허구"

진시황릉 "병마용 청동 무기 녹 방지 기술은 허구"
중국 산시성 린퉁현 여산 남쪽 기슭에서 진나라 시황제의 능이 발견됐을 때 병마용의 엄청난 규모와 함께 세계를 놀라게 했던 것 중 하나가 이들이 가진 청동 무기가 거의 녹슬지 않은 채 발견된 것입니다.

약 1만구의 병마용은 진시황의 사후세계를 지키기 위해 흙을 구워 만들었으며, 이들의 청동무기들은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진짜 무기였습니다.

2천년이 넘는 세월이 흐르면서 칼집과 손잡이, 활통 등 나무로 된 것은 썩어서 형체가 남아 있지 않았지만, 칼날과 창, 노의 방아쇠나 활촉 등 청동으로 된 무기의 표면은 녹이 많지 않았습니다.

청동무기 표면에서는 녹 방지제로 활용되는 크롬 성분까지 발견되면서 진시황이 통치하던 시절인 기원전 210년 무렵에 이미 녹 방지기술을 개발해 활용했을 것이라는 주장이 책과 언론매체를 통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크롬을 활용한 크로뮴산염 피막 코팅 기술이 20세기 초에 들어서야 개발된 기술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과연 2천년을 앞서갈 수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제기돼 왔습니다.

결국 이는 잘못된 주장이라는 것이 과학적으로 확인됐습니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에 따르면 이 대학 고고학연구소에서 병마용갱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다가 케임브리지대학으로 옮긴 마르코스 마르티논-토레스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병마용갱과 박물관 등 현장에서 샘플을 손상하지 않고 신속하게 분석할 수 있는 기법을 활용해 약 450개의 청동 무기를 분석한 결과, 무기에 녹이 슬지 않는 것은 크롬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존상태가 아주 양호한 무기 중 상당수에서는 크롬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또 크롬의 상당 부분은 옻칠 부위에서 검출됐으며, 청동 무기에서는 대나무나 목재로 된 손잡이 쪽으로 가장 많이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은 이를 근거로 부장품에 색깔을 입히기 전에 옻칠하는 과정에서 크롬이 우연히 묻은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청동 무기의 녹을 방지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칠한 것이 아니라 병마용이나 나무로 된 무기의 손잡이 등에 옻칠을 하다가 옻 안에 섞여있는 크롬으로 '오염' 됐다는 것입니다.

연구팀은 청동 무기에 녹이 슬지 않은 진짜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병마용갱과 같은 토양으로 만든 실험방과 영국의 일반 토양으로 만든 실험방으로 나눠 풍화시험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4개월 뒤 영국 토양 실험방의 청동 무기는 심각하게 부식된 것과 달리 병마용갱 토양의 무기는 거의 새것 상태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은 병마용갱 토양이 알칼리성을 띠고 미세한 입자에 유기물 함량이 낮은 것이 청동 무기에 녹이 슬지 않게 보존해 준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논문 공동저자인 UCL 고고학연구소의 리시우천 박사는 "이런 자연적 토양 조건에다 주석 함량이 높고 당시의 담금질 기법까지 결합해 청동 무기의 양호한 보존상태가 설명되지만, 진나라 시대 때 비법이 개발됐을 가능성은 여전히 있으며,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마르티논-토레스 연구팀은 이런 연구결과를 정리해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츠' 최신호에 실었습니다.

(사진=샤주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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