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찾아온 '4월의 악몽'…잿더미로 변해버린 마을들

원종진 기자 bell@sbs.co.kr

작성 2019.04.05 19:43 수정 2019.04.05 22:08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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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5일) 특집 8시 뉴스는 국가재난사태가 선포된 강원도 산불 피해 현장에서 지금부터 전해 드리겠습니다. 어젯밤 강원도 고성과 속초, 강릉 그리고 동해에서 잇따라 난 불로 한 명이 숨지고 열 명 넘게 다쳤습니다. 무섭게 번지는 불길을 피해 주민 수천 명은 한밤중에 급히 대피해야 했습니다.

지금 제가 나와 있는 곳은 그 가운데서도 피해가 컸던 강원도 고성 용촌리입니다. 세찬 바람을 타고 날아온 불씨에 마을 곳곳이 부서졌고, 집들은 검게 그을렸습니다. 불길이 잡힌 지 반나절이 지났는데도 이곳엔 여전히 매캐한 냄새가 남아있습니다. 집과 건물 수백 채를 태운 산불은 현재 큰 불길은 거의 다 잡힌 상태고 잔불 정리 작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원종진 기자가 오늘 낮에 헬기를 타고 화재 현장을 둘러봤습니다.

<기자>

화마가 휩쓸고 지나간 마을 곳곳에 소방차들이 서 있습니다.

무언가로 내리친 듯 지붕은 폭삭 내려앉았고, 잿더미가 된 건물 잔해 위로 아직도 희뿌연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부스러기처럼 무너져내려 뼈대만 남은 집 앞에서 한 주민이 깊은 한숨을 토해냅니다.

불길과의 사투를 벌인 뒤 잠시 휴식을 취하는 군 장병들 너머로 폐허가 된 마을이 보입니다.

거센 불길에 뭉개져 버린 건물은 다 타버린 연탄처럼 회색빛 재만 뒤집어썼고, 지붕을 덮고 있던 철판은 불길에 녹아내려 종잇장처럼 제멋대로 구겨졌습니다.

드라마 세트장이었던 이곳은 융단 폭격을 맞은 것처럼 말 그대로 초토화됐습니다.

폐차장에 세워져 있던 차량 수백 대도 모두 불에 타 숯덩어리가 됐습니다.

불길은 거센 강풍을 타고 날아가 산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덮쳤습니다.

벌판 위에 서 있던 농장 건물 지붕은 화염 폭풍에 벗겨져 날아가 버렸습니다.

당국은 밤새 고성과 속초, 강릉 일대를 휩쓴 산불로 주택 235채와 창고 등 건물 수십 채가 불탄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또다시 찾아온 잔인한 4월의 악몽 앞에 피해 주민들은 망연자실, 할 말조차 잃었습니다.      

(영상취재 : 설치환, 영상편집 : 김종미, 헬기조종 : 민병호)